오선주: 기쁨과 행복은 좋은 말에서 싻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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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주게시대행 댓글 11건 조회 53,862회 작성일 20-06-21 22:29본문
언어의 품위와 행복
두메 산골에서 화전(火田)을 일구워 생계를 꾸려온 집 딸이 시집을 갔다.
부모는 언어 예절을 가르치지 못한 것이 염려되어 웃어른에 대한 호칭에는 반드시 "님"을 받혀야하고 시댁에 관련한 모든 말은 높여야 한다고 가르쳐서 시집보냈다.
어느날 시아버지가 의관을 갖추고 외출하려는데, 며느리가 배웅하려 나오면서
"아버님 대갈님 위에 검불님이 앉았니더"
-아버님 머리 위에 검불이 앉았습니다.- 라고 말한 것인데...
이렇게 웃지 못할 이야기로 남았다.
갓 시집 온 며느리를 시아버지가 끔찍히 이뻐하고 있었다.
어느날 시아버지가 건너마을에 볼일 보러 나가려던 참이었다.
며느리가 부엌 문앞에서 행주치마에 손을 말리면서
"아버님! 메밀묵 쳐잡숫고 가이소" 란다.
시아버지는 한 순간 걸음을 멈칫하면서 불쾌한 심사를 감추지 못하였다.
"고이한지고. 나더러 쳐먹으라고 하다니..."
시아버니는 며느리 말버릇을 가르처야겠다고 다짐하고 돌아서기는 했는데 문득 묵은 칼로 체 치기 때문에 관습적으로 <쳐 먹는다> 고 하는 것이 떠 올라 속히 감정을 정리하였다.
하마트면 며느리 앞에서 체신없는 시아버지가 될 뻔 했다.
나이 어린 공양주가 장작불을 너무 세게 집힌 탓에 밥을 다 태우다시피 했다.
<이 이야기는 우리 고향 삼지연 절에서 있은 실화이다>
쌀이 귀한 시절이라 다시 밥 짓기는 난감했다. 공양주가 재주껏 누룽지 한 사발 만들어서 승(僧)님께 올렸다. 이를 마땅치 않게 여기신 스님도 어쩔 수 없이 체념은 하였지만 말할 기운도 없어 종일토록 언짢은 기색을 감추지를 못하였다.
이를 미안하게 생각한 철없는 공양주가
"승님! 삐이졌어예? " 하면서 스님 턱밑에 쫑그리고 앉는 모습을 본 보살님들이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길이 없었다.
스님 위신이 말이 아니었다.
오랜 삶 속에서 말은 의사소통의 귀중한 수단이므로 말을 가려서 써야함은 당연지사로 여겨져왔다.
위 이야기들은 교육을 받지 못한 세대들이 남긴 구시대의 이야기이지만,
의무교육 시대에 태어난 세대는 기초 교육을 잘 받았고, 신분 상승을 염원하는 부모들이 자식들을 앞 다투어 대학에 보내게 되어 훌륭한 인재가 많이 배출되었으니 언어의 구사 능력도 함께 향상되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교육 수준이 높은 국가 중의 하나로 손꼽히게 된 오늘날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런 현실에도 말의 오류를 두렵게 여기지 않는 현상이 생겨나고 있는 현실에 진정 두려움을 느낀다.
6월 12일에서 13일로 계속 이어지는 KBS1-TV 뉴스에 "구독경제"란 생뚱맞은 단어가 등장했다.
기사의 핵심은 코로나19로 해서 세태가 많이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각 가정에서 세탁물을 현관 앞에 내 놓으면 어느 업체가 이를 갖어가는데 다음날 아침 출근 전에 대림질까지 잘 된 옷이 배달된다는 것이다. 또, 주부가 시장에 갈 필요도 없다. 전화로 주문만하면 모든 것이 새벽녘에 문 앞으로 배달된다. 이런 현상을 두고 기자가 "구독경제"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독이 무엇일까? 구독(購讀)을 생각해서 거기에다 경제를 붙인 것으로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표준국어사전에 보면 <구독 = 책이나 신문 잡지등을 사서 읽음>이라 한다. 우리 생활 속에서는 신문이나 잡지 따위를 정기적으로 받아 읽는 것을 구독이라 해 왔다. 그렇다면 위 사례 같은 세탁물 다루는 행위는 도저히 구독이라 할 수 없고, 구태여 경제란 단어와 엮어 바뀐 세태를 표현하고 싶다면 차라리 <배달 경제>라고 하는 편이 옳을 것 같다. 나의 직업병이 도져서 그냥 넘어가기 힘들어졌다. KBS 고위직을 거친 제자, England Kim (별칭)에게 전화를 걸어서 사실을 적시하고 후배 기자들이 좀 더 공부하도록 닦달질을 하라고 주문했다.
195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헤밍웨이의 소설 "The Old Man and The Sea"를 읽으면 단어 하나 문장 하나하나마다 말의 의미를 명확히 하려한 것이 느껴진다. 해밍웨이는 사람이 망가진 모습이 외관상 같게 보일지라도 파멸(distroy)과 패배(defeat)를 가려서 표현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강조하면서 파멸 당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다고 했다. 말은 그 의미를 잘 가려서 써야 상황이 명확해지고 진실이 온전히 전달됨을 깨닫게 해 주고 있다.
인류가 추구해온 영구불변의 가치는 행복이다. 특이한 사람이 아니라면 인간은 누구나 누군가와 더불어 살고 있고, 이들의 의사소통이 손짓 몸짓 표정 등으로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 주된 도구는 언어이다. 따라서 고운 언어 활용 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고운 감정을 증폭시켜서 좋은 인간관계를 쌓는다. 이러한 언어의 순 기능이 행복을 부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 주변에서 거침없는 언어폭력이 난무하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고달픈 삶에 지친 사람들이 울분을 토해낼 때 말이 거칠어지는 경향이 있다. 부부 간에도 이혼에 이르는 첫걸음이 언어폭력이란 사실을 내가 서울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을 할 때 실감한 사실이다. 거친 말에 의한 상처가 깊어가면서 사랑이 깨지고, 가정이 무너지는 사례를 수 없이 접하면서 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지금은 언어의 품위를 살려나가도록 노력할 시기인 것 같다. 서로 상대를 존중하고 고운 말을 쓰노라면 잃어버린 평화와 행복도 다시 살아날 것이라 믿는다.
2020. 06. 21. 오선주
댓글목록
오선주님의 댓글
오선주 작성일
제 분수를 넘는 글을 쓴 것이 아닐까 매우 염려됩니다.
오랜 세월 교단에 서다 보니
직업으로해서 내게 생긴 습성은
시선을 마주치지 않아도
상대의 언어나 행동을 파악하고 기억하게 된 것입니다.
학생들의 좋지 않는 면을 적절한 기회에 훈육하다 보면
인간적으로 매우 가까워지고 서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좋았습니다.
그러나 은퇴 후에는 이런 매의 눈을 감으려 노력하여 왔습니다.
말씨도 훨씬 부드럽게 하고
고운 말들을 골라 쓰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이렇게 노력한 덕인지
주변에서 저를 따뜻하게 보듬어주시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저를 기억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선주 합장
소양자님의 댓글
소양자 작성일오선주 대보살님, 정말 재미있고 , 가슴이 시원합니다. 다 맞습니다. 특히, 지금 북한에서 김여정이 쏟아내는 말들은 차마 읽을 수도 없고 대단히 불쾌합니다. 아마도 북한인들은 일부러 그렇게 다 가르치고 있나봅니다. 저는 누구편도 아니고 오직 국민의 행복을 위해 정치 잘 하는 사람만 좋아합니다. 외국에선 지금 한국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걱정들입니다. 저는 불보살의 가피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더위에 행복하십시오. 독일에서 소양자드림
오선주님의 댓글
오선주 작성일
자연심 큰보살님!
해외에서 나라 걱정하시는 그 충정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북한 김여정은 지금도 말로 전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외국에 나가 사시는지도 수 십여년인데
지금도 아름다운 문장을 구사하시면서
좋은 글들을 쓰시는데에 경의를 표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오선주님의 댓글
오선주 작성일
바로 잡습니다.
제목의 제일 끝 단어 _쌁튼다_는
<싹 튼다>의 오타였기에 바로 잡습니다.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존경하는 오선주 보살님!~
예로부터 우리 속담에 말 한 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습니다.
말이 사람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말은 그야말로 사람의 품격입니다.
분수를 넘는다는 우려는 천부당만부당하십니다.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요즘 어느 곳에서나 진정한 어른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물질문명에 쫒겨 개인주의 사상이 만연한 까닭이겠지요.
고령의 연세와 건강이 여의치 못하심에도 불구하시고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실천해 주시는
대보살님께 진심으로 경의와 갈채를 바칩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오선주님의 댓글
오선주 작성일
해탈심 보살님 !
코로나19에다 더위까지 기승대는데
할 일이 없어 심심해서 쓴 보잘 것 없는 글 열심히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게다가
진실로 분에 넘치는 칭잔을 아끼지 않으시니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오선주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존경하는 오선주 보살님!~
너무 겸손하십니다.
여러 분야에서 공적이 크신 데도
항상 겸허하시고 솔선수범하시는
보살님께서 계시니
우리 안면암 홈페이지의 큰 홍복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연세 구십이 가까우셨어도,
여전히
사표(師表)가 돋보이시는 자비심의 불자이십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 행님의 댓글
원만 행 작성일이세상은 존재하는 모든것들은 행복하수있으면 좋겠읍니다..생활선에 말 의 태도와 느낌을 모두 잘 해야겠다는 각오를 해보닙다. 저는 착한 마음 , ! 즐겁게 사는 노력만 앞서다보니 실수의 가치가 ㄹ에 모자람이 많앗ㅈㅅ던것이 느껴집니다. 무진성 보살님의 글속에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두손 모읍니다. 좀더 청정의 수행으로 다듬겠읍니다. 여래 ! 진리에서 오신분 깨달으신분중생을구제하러오신분 . 의 자비심이 여래다. 통틀어서 .하나로 ......독일보랄님해탈심 거룩하신부처님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건강 하시고 좋은 글 또 기다리겠읍니다. 나무 석가모니불
청정심님의 댓글
청정심 작성일
따끔한 일침을 놓을 분이 계신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오랫동안 건강하셔서 든든한 웃어른이 되어주세요.
오선주님의 댓글
오선주 작성일
원만행 보살님!
보살님은 불명 그대로 천생으로 원만하셔서
주변에 자비를 베푸시고 계십니다.
스스로 착하게 즐겁게 사시려 노력하시는 모습에 늘 사랑을 느낍니다.
건강하세요 오선주
오선주님의 댓글
오선주 작성일
청정심 보살님
청정심 보살님 !
그 바쁘신 중에도 보잘 것 없는 글 읽어주시고
격려의 말씀까지 주셔서 고맙습니다.
나는 늦깎기 불자로
어른이기는 커녕
도반님들의 편달 속에 조금씩 조금씩 익어갑니다.
성심을 다하여
큰스님 받들어주시고
포교당 살림살이 건사해주시는데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