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스님의 안면암 일기} <오월의 다짐/ 정연복> 107. 발심하지 못한 이가 발심하는 이유(보상품 2)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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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4건 조회 161회 작성일 25-05-21 07:48본문
107. 발심하지 못한 이가 발심하는 이유(보상품 2) 끝
그런데 비유치고는 좀 색다르다. 건강한 손이 깨달음의 인연이면 좋겠는데 하필이면 부스럼인가, 그리고 하필이면 제일의 묘한 약을 독으로 비유했을까, 보리심을 낸 사람은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무언가 잘못된 사람들이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것들을 싫다고 하는 사람이다. 남들은 더 많은 재물권력·명예를 위해 낮이고 밤이고 뛰어 다니는데 보리심을 낸 사람은 그런 것들에는 관심이 없다. 깨달음이니 자비니 봉사니 하는 손해보는 짓만 하는 사람들이다.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부스럼 중에서도 아주 큰 것이다.
중·고등학교가 평준화되기 이전의 이야기다. 시골의 한 여학생이 도시의 명문고에 합격해서 유학을 하게 되었다. 어느 봄날 그 학생은 화단에 핀 꽃을 보고 의문을 갖게 되었다. '아름다운 저 붉은 장미꽃들은 누구를 위해서 피는 것인가? 한 해만 피어도 좋건만 왜 해마다 다시 피어나는 것인가?' 이런 의문은 다시 '결국 죽으면 모든 게 그만이 아닌가. 죽음 앞에서 공부를 잘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회의로 이어졌다. 그때부터 1, 2등을 다투던 학생의 성적은 중간으로 밀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죽음으로 끝나기 때문에 떨어진 성적을 부끄러워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그녀는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때부터 그녀는 다시 절망에 빠졌다. 고등학교 시절에 가졌던 문제의식, 즉 '꽃과 인간의 피고 지는 것'에 대한 의문과 회의가 더욱 큰 얼굴로 다가온 것이다. 방황의 와중에서 그녀는 우연히 불경을 만났다. 흡사 공이 땅에 세게 부딪칠수록 더 높이 튀듯이 그녀의 큰 절망은 큰 발심을 일으키게 했다. 마른 땅에 비가 내렸을 때 많은 물을 빨아들이 듯 그녀는 불법에 깊이 심취하게 되었다. 그녀의 부모나 지금 어른이 된 본인은 일류대학을 희생하고 얻은 인생에 대한 회의와 발심에 대해서 아까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의 손에 난 상처 즉 보리심이라는 약이 스며들게 한 저 회의가 일류대학보다도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일류대학에 가서 정신 없이 출세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런 일은 그들에게 맡기면 된다. 참 생명의 도를 향한 발심은 그녀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끝
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오늘의 부처님 말씀]
“사람에게 욕을 먹든지 절을 받든지
한결같은 태도로 대하라.
욕을 먹더라도 성내지 말려
절을 받더라도 우쭐대지 말고 무심하라.”
<숫타니파타>
[오월의 다짐 / 정연복]
초록 이파리들의
저 싱그러운 빛
이 맘속
가득 채워
회색빛 우울
말끔히 지우리.
살아 있음은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
살아 있음은
생명을 꽃피우기 위함이라는 것
살아 있는 날 동안에는
삶의 기쁨을 노래해야 한다는 것.
초록 이파리들이 전하는
이 희망의 메시지
귀담아 듣고
가슴 깊이 새기리.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윤병예 합장
원영님의 댓글
원영 작성일
동해 바다
윤후명
꽃 한 송이 던져주지 못한 바다다
사노라고, 이리저리 부대껴 다니노라고
꽃커녕 웃음 한 뜸 던져주지 못한 바다다
어머니의 뼈를 뿌린 바다다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석원영 보살님!
어머니의 뼈를 뿌린 바다
마지막 행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소중한 댓글 항상 늘 감사드립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윤병예 합장
원영님의 댓글
원영 작성일
남 몰래 걸음 걷듯 착실하게 공부하여
말과 웃음에 분명히 드러나 의심없거든
이 때에 용맹 더해 바짝 힘써서
밝은 새벽 닭 울 때를 놓치지 말게.
ㅡ백락천ㅡ
호거산 만다라 운문사.운문승가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