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스님 { 안면암 일기 } : < 086 무언부동의 처처법계 > 2022년 1월 16일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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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5건 조회 1,427회 작성일 22-01-16 07:11본문
[ 법구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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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은 잡초의 해침을 받고
사람은 욕심의 해침을 받나니,
욕심 없는 이에게 보시 행하면
거두는 그 복 한이 없으리.
항상 자기의 것을 남의 것보다 크게, 아름답게, 좋게 보고 만열(滿悅)을
느끼는 오만한 자.
항상 남의 것을 자기의 것보다 크게, 아름답게, 좋게 보고 허천(虛喘)을
떠는 간탐(慳貪)한 자.
전자는 후자보다 행복하다. 그러나 눈이 어둡다.

086 무언부동의 처처법계
언어의 문제와 한계를 알고 그것을 초극하기 위해서 선은 무언無言 또는 침묵을 활용하는데, 이 침묵은 선에서 중시하는 다른 측면과도 연관되어 있다. 말없이 있는 세상의 모든 것이 진리의 궁극점窮極点을 나타내고 있다거나 우주라고 하는 큰 법신체法身體가 진리를 드러내기 위해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한다. 진리가 말을 떠나 있음을 강조하다 보니, 선에서는 스승과 제자가 이심전심으로 통하거나 법을 전하고 받게 만들고, 더 나아가 침묵하고 있는 우주 전체와 그 안의 사사물물을 우리에게 진리를 보여 주는 불신佛身의 활동체로 만드는 것이다.
침묵은 언어적 휴식에 그치지 않는다. 여기에는 동작이나 생각의 쉼도 포함되어 있다. 즉 몸, 입, 마음 세 가지의 휴식을 같이 담고 있다. 그런데 선이 아무리 언어로부터 벗어나려 해도, 그렇게 되지 않는다. 말 대신에 할을 하고 엉뚱한 선문답을 하더라도, 그 역시 일종의 언어적 표현에 속한다. 몸이나 마음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선은 이를 잘 안다. 죽비가 소리를 가라앉히려고 하지만 그 역시 소리이다. 언어를 떠나려고 하는 선이 속장경 3분의 2에 해당하는 방대한 양의 말을 전한다. 선이 침묵과 부동을 강조하는 것은 사람들이 입과 몸과 생각의 움직임에서 삶의 목표나 보람을 찾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목소리와 동작으로 높이 오르기 위해서 기를 쓰고 헐떡거리기 때문이다. 선은 우리에게 말도 움직임도 없는 시시처처에 진리의 궁극점, 법신불의 몸체, 최고의 행복점, 또는 영원한 생명이 있다고 가르치려고 한다.
선에서는 갖가지 표현으로 불법의 궁극점이랄까 절대점을 묻는다. "부처나 조사가 지금까지 써 온 말을 빼고 한 번 대답해 보라!" "무엇을 부처라 하는가?" "불교의 절대적 대의는 무엇인가?" "달마가 인도에서 중국으로 온 이유는 무엇인가?" "개에게도 불성이 있는가?" 등으로부터 시작해서, 모든 질문은 궁극점에 대한 것으로 귀결된다. 저에 대해서 "호떡" "항문의 변을 닦아내는 막대기" "삼베 옷감 세 근" "정원의 잣나무" "날마다 좋은날" "평상심이 바로 도" "무無" 등의 대답이 있었다. 어떤 선사는 단지 손가락만 세워 보이고 다른 선사는 소리를 버럭 지르기만 한다.
부처나 조사가 썼던 표현을 빌리지 않고 생생하게 자신의 말로 불법을 한 마디로 말하면 "호떡"이 된단다. 부처는 삼베 옷감에도 있고, 항문을 닦아 내는 휴지에도 있단다. 어찌 불법이나 부처를 나타내는 것이 이뿐이겠는가. 산, 강, 하늘, 땅, 나무, 풀, 행주, 걸레 등이 다 부처가 아니겠는가. 지금 여기 눈앞에 벌어지는 사소한 것들을 떠나서 어디에서 법신체의 얼굴 표정과 손짓을 찾을 수 있겠는가.
어떤 선사는 온 우주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진리의 몸체라고 한다. 산봉우리나 담장이나 기둥이 모두 진리의 표현인데, 단지 그것들은 실처럼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실타래가 아무리 길어도 한 군데를 싹둑 가위로 자르면 전체가 끊어져 버린다. 중생은 저 실타래을 잘라서 보려고 하고, 부처는 저 실타래를 하나로 이어서 보려고 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른 선사는 삼라만물을 보물로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가 날마다 보물을 보고, 잡고, 밟고 있으면서 그것을 보지 못한다.
"흰 구름은 뭉게뭉게 피어 있고, 붉은 해는 눈부시게 밝다. 이쪽을 보면 멀리 탁 트였고, 저쪽을 보면 아름다운 강산이다." 선사의 평화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돈과 권력과 명예를 이미 얻었거나 얻기 위해서 말을 많이 하고 몸부림을 치지 않아도, 바로 눈앞에서 부처의 몸체를 보는 모습이다. 단지 침묵과 부동이 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처처에서 우주의 법신체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배경에는 불성佛性 , 여래장如來藏, 본각本覺 사상이 있다. 뒤에서 이를 살피자.
< 강추위 속에서 완성된 안면암 둘레길 >







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 오늘의 부처님 말씀 }
절대로 마음이
가라앉아서는 안된다.
그리고
쓸데없이 많은 것을
생각해서도 안된다.
걸리는 것이 없이 살아라.
항상 깨끗한 행동을
마지막 의지의 대상으로 삼아라.
고독하게 홀로 앉아 있어라.
구도자의 길은
홀로있는 것이며,
홀로 있어야만 즐거울 수 있다.
- 수타니파타 -
< 자연에게서 배운 것 > / 헨리 데이빗 소로우, 윌든 숲에서 쓴 시
여기 전에 알지 못하던
어떤 분명하고 성스런 약이 있어
오직 감각뿐이던 내게 분별력이 생겨
선이 그러하듯 사려 깊고 신중해진다.
전에는 듣지 못하던 귀와 보지 못하던 눈에
이제는 들리고 보인다.
세월을 살던 내가 순간을 살고
배운 말만 알던 내가 이제는 진리를 안다.
소리 너머의 소리를 듣고
빛 너머의 빛을 본다.
태양이 그 빛을 잃은 만큼.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수고하십시요. 건강하시구요 감사합니다. 얼음 사진모습이 재미있읍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대자대비하옵신 거룩하신 부처님의 진리의 감응 이 느껴지게하여지이다 . ...
ybr님의 댓글의 댓글
ybr 작성일
생기발랄하신 큰보살, 원만행보살님!~
재밌는 얼음 사진 보니 혹한의 추위가 좀 풀렸나 봅니다.
소중한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정광월 합장님의 댓글
정광월 합장 작성일
안면암 둘레길 완성으로
참배객들이 많아 져
불자님들로 가득 했으면 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추운 날씨 건강하셔요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참 좋은 도반, 정광월보살님!~
우리 불자님들의 한결같은 바램입니다.
선량한 참배객들이 많아 져 크고 작은 불연들이 넘쳐나기를 비옵니다.
소중한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