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스님 {안면암 일기 } : < 060 우주적 의식과 연기 > 2021년 12월 21일 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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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6건 조회 2,632회 작성일 21-12-21 09:17본문
법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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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를 가져 늙어서 즐거움이다
믿음이 굳게 서서 즐거움이다
지혜를 마음에 얻어 즐거움이다
악을 범하지 않아 더욱 즐거움이다.
행복한 사람은 인간 이상의 존재와 그 기적적 위력을 믿지 않는다.
불행의 밑바닥에 빠진 사람이 신앙하는
인간 이외의 존재와 그 기적적 위력은 족히 신뢰할 수가 없다.
전자는 오만과 나태에서 마음이 어두웠고,
후자는 혼란과 시달림에서 정신이 어지러워졌기 때문이다.

060 우주적 의식과 연기
이제 화엄사상 더듬기를 마치고 다른 분야고 넘어 가려고 하니,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것이 남는다. 바로 화엄 성기의 핵심을 설파한 의상대사의 법성게法性偈이다. 그 가운데서도 "아주 심오하고 미묘한 진성眞性은 자성自性을 지키지 않으면서 인연 따라 모든 것으로 나툰다."는 표현이 화엄의 전 우주적 지혜 법신法身이랄까, 진여 법성法性의 출현과 움직임을 한마디로 정리하고 있다.
먼저 사성을 지키지 않고 인연을 따라 이루는 예를 생각해 보자. 구름이 비와 눈이 되고, 연이어서 물, 얼음, 안개, 수증기 등이 된다. 편의상 구름으로부터 시작했지만, 최초에 구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무한 순환의 상태에 있는 습기랄까, 물 기운의 다양한 변화체에 사람이 제멋대로 단계를 정해서 이름을 붙였고, 그 한 이름을 들었을 뿐이다. 수증기 없이 구름이 있을 수 없고 구름 없이 비가 있을 수 없다.
습기가 고정적인 자성체가 없이 인연을 따라 갖가지 형상과 이름을 취하는데, 저 습기의 진면목은 무엇인가? 이름을 붙이기로 하면 습기와 관계된 모든 이름을 남김없이 끌어 모아야 할 것이고, 지우기로 하면 어떤 것도 댈 수 없다. 어떤 이름을 들면 그것은 이미 습기 전체 모습이 아니다. 우리의 인생 행로의 변화와 다를 바 없다.
물에는 수소와 산소라는 두 종류의 원소만 있고, 인생사에는 많은 종류의 원소체가 개입되어서 그 천변만화를 이룬다. 그러나 원소 종류의 차이가 그 무한 순환의 기본틀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태어나고, 자라고, 청운의 꿈을 가지고, 성취하고 , 그리고 미끄러져 내린다. 태어난 사람치고 죽지 않은 사람 없고, 성공한 사람 치고 다시 그것을 버리지 않은 사람없다. 물이 인연을 따라 변화하는 것은 즉시 보고 짐작할 수 있지만, 인생사가 인연을 따라 변화하는 것을 다 보려면 몇십 년 몇백 년이 걸린다. 그러나 시간의 차이가 끝없는 변화를 지워버리는 것은 아니다.
인생사의 어느 한 단계를 집어서 태어남이다 죽음이다, 성공이다, 실패다, 라고 말하면 그것은 전부를 말한 것이 아니다. 인생사의 진면목에 이름을 붙이기로 하면 사전에 나오는 말들을 전부 들어야 하고, 이름을 지우기고 하면 일체의 언어를 끊어야 한다. 그래서 의상 대사는 법계의 진성이 인연을 따라 무한히 변화하면서도 그 모든 변화의 단계를 통틀어서 몸으로 삼는다고 한다. 진성의 자성은 무자성의 성性인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이런 질문을 만난다. 나만 사물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도 또한 그렇다. 한국 사람에게만 하늘이나 땅이라는 명칭과 개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다른 무수한 외국인들에게도 같은 명칭과 개념이 있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구름, 비, 행복, 불행, 성공, 실패 등의 이름을 지어낸다면, 모든 사람의 의식은 우주적 큰 의식에 소속된 일부분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나의 의식을 내 것으로 생각해 왔다. 내가 작정한 대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고통을 쾌락으로 생각하거나 슬픔을 기쁨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생명이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간에 살려고 한다. 죽기를 싫어한다. 자기중심이다. 사람이 세상을 지어 내서 보는 것은 분명하지만, 여기에도 공통점이 있다. 만약 나의 의식이 다른 이의 것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어떻게 세상 사람들이 지역적 또는 시대적 공동체 문화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나와 남이 서로의 마음을 알 것인가. 모든 생명체의 의식을 한줄기로 연결하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화엄사상은 우주적 큰 의식이 있다고 가르친다. 그것은 여래성, 법성, 진여성, 진성 등이라고 불린다. 여기에 사람의 방식대로 몸을 붙여서 호칭하면 법신이 된다. 손오공이 백천만 년을 뛰어도 부처님 손바닥 안에 있듯이, 우리가 아무리 아는 체를 해도 저 안에 있는 것과 같다. 세상 인연에 의해서 아무리 많은 형상과 이름을 갖춘 것들이 만들어져도, 그것들은 저 우주적 의식 내에서의 움직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 안면암을 외호하고 있는 신비로운 바다와 하늘 >

< 산책길에 만난 동네 어린 강아지>















둘레길 조성으로 방뚝에 식재된 철쭉 ㅡ
매서운 바닷바람에도 굳건히 살아나서 내년 봄에는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 주겠지요.


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 오늘의 부처님 말씀 >
"보살은 수승한 덕성과 상응하는 지혜로 용맹 정진하여
육바라밀을 원만히 닦고 항상 쉬지 않고
깨달음을 이뤄서 버리지 않는 견고한 마음으로 게으르지 않네."
ㅡ < 금광명최승완경 >
< 적멸을 위하여 > / 故 조오현 스님 . 설악 무산 대종사. 신흥사 조실
삶의 즐거움 모르는 놈이
죽음의 즐거움을 알겠느냐
어차피 한 마리
기는 벌레가 아니더냐
이다음 숲에서 사는
새의 먹이로 가야겠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ㅇㄷ님의 댓글
ㅇㄷ 작성일
세상 인연에 의해서 아무리 많은 형상과 이름을 갖춘 것들이 만들어져도, 그것들은 저 우주적 의식 내에서의 움직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늘 및 풍경이 멋진 그림처럼 느껴지네요
ybr님의 댓글의 댓글
ybr 작성일
ㅇㄷ님!~
안면암의 사계절을 자주 접했습니다만,
오늘같은 장관은 처음이었습니다.
어느 화가가
이런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요?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어제오늘 그제도 바쁜일정이 얼추 갔네요 .내일동지기도잘올리시고 팥죽 맛나게 드세요 . 바다의풍경과 향 내가가 색다른 느낌을주네요 강아지가 어디서 나타났어요 .그놈도인물은괜찬은듯....뚝방길따라 들국화 따서 차만들던 추억이 못보던 경치가 작품이여러개 로 해도 어쩜다 그렇게 좋은지 요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ybr님의 댓글
ybr 작성일
생기발랄하신 큰보살, 원만행보살님!~
여러 날을 신도님들께서
심신을 함께하셨으니
엄청 맛있는 동지 팥죽이 되리라 믿습니다.
설봉스님의 사진 작품이
더욱더 수승해지셨으므로
풍광이 멋드러집니다.
소중한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소양자님의 댓글
소양자 작성일동지 팥죽 맛있게 준비하시는 모습들이 눈에 선합니다. 밤이 제일 길고 한해의 시작이라고 하네요... 즐거운 동짓날을 기원하며... 독일의 소양자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