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스님 { 안면암 일기 } : < 045 연기와 성기 > 2021년 12월 6일 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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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5건 조회 2,003회 작성일 21-12-06 07:29본문
< 법구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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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할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을 것을 두려워해서,
그릇된 소견을 믿어 나아가면
죽어 저승에서 지옥에 떨어진다.
나의 무능은 때때로 훌륭한 덕목의 찬사를 가져온다.
완전히 투지를 상실하였으면서 교묘히 자기를 도호(塗糊)할 때는 '신사적'으로,
상대자의 죄악조차 매질하지 못하면서 스스로 덕화德化의 그늘에 숨으려는 때는 '인도적'으로,
함부로 양보함으로 말미암아 자기의 비굴과 남의 횡포를 증장(增長) 조성하면서 겸양의 미덕으로 자처할 때는 '초연'으로
이리하여 나는 포용의 갓을 쓴 소담자(小膽者),
아량의 신을 신은 비겁자!

045 연기와 성기
마음의 분별에 의해서 세상이 벌어진다는 유식 계통의 연기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아뢰야연기론, 진여연기론, 그리고 법계연기론 즉 성기론이다. 미혹헤서 업을 짓고 고통을 받는다는 업감연기론에 유식은 그 연기의 주체로 아뢰야식을 추가시켜서 아뢰야연기론을 만든다. 그런데 이것은 개개인의 마음 상태는 잘 설명하지만, 세상 전체를 한 뭉치로 엮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아뢰야식 뒤에 있는 진여를 도입한다. 진여가 무명의 영향을 받아서 세상이 벌어진다는 진여연기론을 세우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에도 약점이 있다. 진여라는 본체가 무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현실을 낳는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본체와 현실은 하나가 아닌 별개의 것이 된다. 다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래성의 본체가 그대로 현실로 나타난다는 법계연기론을 만든다.
법계연기로는 바로 여래의 본성 자체가 삼라만물로 변환해 나타난다는 성기론인 것이다. 마음에도 겉과 속이 있다. 겉은 상이고 속은 성이다. 겉은 현실이고 속은 본체이다. 세상은 마음의 장난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니, 겉마음의 움직임은 바로 현실이 되고 속마음의 상태는 바로 본체가 된다. 불교에서는 모든 사물을 법이라고 부르는데, 유식에 있어서 그 사물 또는 법은 바로 마음이다.
그래서 법상法相에 관심이 많은 이는 마음의 겉 즉 현실이 어떻게 벌어지는가를 설명하려고 하고, 법성法性에 관심이 많은 이는 마음의 속 즉 본체가 어떤 상태에 있는가를 설명하려고 한다. 종파로 따져서 구별한다면 전자는 법상종에 속하고 후자는 법성종法性宗에 속한다. 유식 계통에서의 법성종은 바로 <화엄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화엄종이 될 것이다.
법상종은 아뢰야연기론을 화엄종은 성기론을 각기 편다. 예를 들어 연기와 성기의 시각 차이를 구별해 보자. 지금 우리 국민 전체는 경제적으로 아주 어려운 처지에 있다. 내 주변에 부도를 맞은 사람과 실직자들이 늘어간다. 신도 집에 전화를 걸면 남편이 받는 경우가 많다. 나갈 직장이 없기 때문에 집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나는 부인에게 일하지 않고도 먹고사는데 문제가 없느냐고 묻는다. 부인은 꼭 돈만을 위해서 직장에 나가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남편이 집에서 한숨만 쉬고 있으니 속상하고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유식을 적용해서 저 실직자의 고통을 생각해 보자. 실직의 현실은 가상적인 마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그 처지의 어려움을 일단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고 저 실직자 가족이 겪는 고통이 실재하는 것이냐고 물어 보자.
아뢰야연기론의 입장에서는 미혹한 마음이 '나' '내 것' '즐거움'에 집착해서 고통을 지어서 느낀다는 쪽으로 몰고 갈 것이다. 실재하지도 않는 나를 내세우고 그것의 즐거움까지 책임지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성기론은 고통을 부정하려 하기 보다는 그것을 당당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저 실직자의 현실은 고통이 아니라 바로 여래의 성품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나라의 경제를 회복하고 직장을 다시 찾도록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오늘을 이겨야 내일도 이길 수 있다. 지금 당장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시작하자는 것이다. 고통을 환각이나 여래의 화현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마음을 추수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화엄종이 성기론을 편다고 해서, <화엄경> 특히 {십지품}에 나오는 '모든 세계는 허망하니 다 마음을 지어낸 것이니라.'고 하는 구절의 저 마음이 진심眞心 즉 여래의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범어 원문을 보면 거짓의 마음 즉 망심妄心에 가깝다. 그러나 그 마음이 망심이라는 확정도 없고, 많은 이들이 진심으로 풀이하기도 했다. 불교는 참으로 오묘하다. 같은 불경에 의지하더라도 법상의 연기론과 법성의 연기론이 공존할 수 있는 것이다.
< 지장대원탑 지장전 지하 >

좌측 : 열반도 , 중간 : 지장보살도 , 우측 : 반야용선도


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오늘의 부처님 말씀]
세존께서는 무명과 탐욕과 성냄이 영원히 없다.
사자와 같은 위대한 이의 신묘한 공덕은 무량하다."
<무량수경>
< 난청 > / 홍사성 시집 「 터널을 지나며 」
( 불교평론 편집인 겸 주간 )
들어 보셨는지
낙산 봄마다 밤마다 출렁대는 소리
여름 설악산 비바람 몰아치는 소리
포천 명성산 억새 몸 비비는 소리
청주호 살얼음 위 눈 내리는 소리
섬진강 칠백 리 강물 흐르는 소리
순천 선암사 뒷간 똥 떨어지는 소리
그 소리가 뭐라 말하는지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감사합니다 . 잊지않겠읍니다 열 지 반 의 탑의 대 불사에 합장드리옵니다 .불국토 도량 감개 무량 하옵니다 . 나무아미타불 감사합니다. 날마다좋은날되소서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생기발랄하신 큰보살, 원만행보살님!~
안면암 불국토 도량이
아직 종식되지 않은 코로나 19 환란 때문에 조금 쓸쓸해 보입니다.
소중한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정광월 합장님의 댓글
정광월 합장 작성일
원산안면대교와 보령해저터널 연결 동영상
상락화 회장님께서 오전에 보내 주셨어요
코로나 3차 화이자 맞고 지금 봤어요
안면암 참배 하시는 불자님께선
더 가까이 빠른시간 가실 수 있으시겠네요
모든분들 건강하시고
축하드립니다
정광월 합장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참 좋은 도반 정광월보살님!~
저는 동영상을 보지 못해 퍽 유감이네요.
앞으로 가끔 TV에서 시청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12월 말일 전으로 3차 백신 예약했지요.
보령해저터널이 개통되면 안면암 참배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질 것 같습니다.
소중한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