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스님 { 안면암 일기 } : < 047 무한반사를 보는 의미 > 2021년 12월 8일 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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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5건 조회 2,091회 작성일 21-12-08 07:30본문
< 법구경 > 23. 상유품(象喩品)
부처님이 사위국에 계실 때 어떤 장로가 와서 부처님을 뵈었다.
부처님이 앉으라 하시고 성명을 물으셨다. 그는 꿇어낮아 말했다.
"자(字)는 '가제담'이옵고, 선왕(先王) 때에 왕을 위해 코끼리를 다루었습니다."
부처님이 코끼리 다루믄 법을 물으시니, 그는 대답했다.
"항상 세 가지로 그 큰 코끼리를 다룹니다. 첫째는 굳센 자갈로 그 억센 입을 제어하고, 둘째는 먹이를 적게 주어 그 몸이 불어나는 것을 제어하고, 셋째는 채찍으로 그 마음을 항복받습니다. 이렇게 하면 그것은 훈련이 잘 되어, 왕이 타시거나 싸움에 나가거나 마음대로 부려져서 지장이 없습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나도 세 가지로 모든 사람을 다루고, 또 자신을 다루어 부처가 되었다. 첫째 지성으로 구업을 제어하고, 둘째 자장으호 몸의 억셈을 항복받고, 셋째 지혜로 마음의 어리석음을 멸한다."
곧 게송(322,324,326,327)을 설하시니, 장로는 이것을 닫고 한없이 기뻐하고 마음이 풀리어 곧 법안(法眼)을 얻었다.
ㅡ 법구비유경, 상유품
320
전장에 나가 싸우는 코끼리가
화살을 맞아도 참는 것처럼,
나도 세상의 헐뜯음을 참으며
항상 정성으로 남을 구하자.
내게 오는 화심(禍心)을 알면서도 전연 모르는 듯 친하게 사귀는 사술(詐術),
경모(輕侮) 멸시하면서 능히 멀리하지 못하는 고읍(苦泣),
이것이 거세(巨世)의 평상(平常)이라 생각하면 어(語) 묵(默) 동(動) 정(靜) ㅡ 실로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047 무한반사를 보는 의미
앞에서 우리는 법계의 상즉과 상입, 즉 상대적인 것 사이의 일체화와 포용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청정 진여의 마음으로부터 나온 법계는 상대적 의존 관계 속에서 무한히 발전되어 나가는데, 그것은 마치 두 개의 거울이 무한히 반사하면서 상대를 자신 속에 포함하고 자신이 상대 속에 포함되는 것과 같다.
여기서 모든 상대적인 것은 하나이면서도 둘이 되고 둘이면서도 하나인 연기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이를 보고 몇몇 독자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우리의 마음이 무한히 삼라만물을 만들어 낸다는 화엄의 아이디어가 화려하고 멋있게 들리기는 하지만, 그 무한연기 또는 무한반사에 무슨 현실적인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앞에서 우리는 두 개의 거울이 무한히 반사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세상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길이, 넓이, 부피, 무게가 있는가 하면 색깔, 향기, 소리 등도 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류의 거울이 있다는 말이다.
요즘 노래방에 들어가 보면 공처럼 둥근 것에 여러 빛깔의 많은 거울 조각들을 붙여놓고, 돌아가면서 빛을 반사케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공에 붙여진 거울 조각들은 각기 다른 조각들을 반사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조각들이 서로 반사하게 하려면 공을 덮어 싸는 것과 같은 모양으로 방을 만들어야 한다. 동서남북과 상하가 둥글게 되어 있는 올림픽 종합운동장과 같은 크기의 방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방에 형형색색의 작은 우리 조각들을 붙이고 그 중앙에 한 개의 촛불을 켜면 어떻게 될까? 모든 유리 조각들은 각기 자기 모양과 색깔에 따라 그 촛불을 반사할 것이고, 다시 각각의 유리 조각들은 다른 유리 조각들이 반사하는 전체 모양을 담을 것이다. 그런데 이 반사는 한 번의 왕복으로 끝나지 않는다. 무한히 계속된다.
저 거울 방에 하나의 촛불만을 켜도 그 반사가 엄청날 터인데, 하물며 무량 억천만 개의 갖가지 형상을 들여놓는다면, 각 거울에 비치는 반사의 내용은 거울의 수를 곱한 만큼 무한히 많아질 것이다. 만남, 사랑, 이별, 성공, 실패라는 몇 개의 단어만 형상화해서 반사해도 그 변화를 다 말하기 어려울 터인데, 우리가 가지는 미묘한 감정들을 빼놓지 않고 모조리 반사케 한다면, 그 천변만화는 어떤 헤아림이나 말로도 전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무엇인가. 아무것도 아니다. 세계 인구가 60억이라던가. 그렇다면 나는 60억 개의 거울이 둘러싸인 큰 방에 붙여져 있는 한 개의 작은 거울 조각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작은 거울은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다. 세상은 이 거울 속에 있다. 사람은 누구나 남 못지않게 누릴 수 있는 것을 다 누리고 싶어 한다.
다른 이가 세계 일주 여행을 하는데, 내가 우리나라마저도 돌아보지 못했다면, 나의 시야는 좁으리라고 생각된다. 다른 이가 대학을 졸업했는데 나는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했다면 나는 무식하리라고 생각된다. 다른 이가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데, 영향력 있는 권력을 잡았는데, 갖고 싶은 것은 다 가질 수 있을 만큼 돈이 많은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면 나는 초라하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미국을 보기 위해서 미국에 있는 모든 도시, 거리, 건물 들을 낱낱이 직접 찾아가야 할 필요는 없다. 돈맛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종류의 돈을 다 만져보고 써 볼 필요는 없다. 권력의 맛을 알기 위해서 세상에 있는 모든 고위직을 다 맡으려고 할 필요는 없다.
나의 마음이라는 작은 거울은 세상에 있는 것들을 한 가지도 빼놓지 않고 무한히 반사되어 있다. 세상만 내 마음을 반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반사하는 것을 세상이 반사한다. 이렇게 나와 세상 사이의 반사는 끝이 없다. 한마디로 줄여서 말해 보자. 나의 마음, 나의 거울에는 온 우주를 정확하게 축소한 견본이 담겨 있다. 내 마음을 보는 것은 우주의 견본을 보는 것이요, 우주 전체를 빼놓지 않고 누리는 것이다.
한 티끌 속에 우주가 담겨 있다는 말은 부질없이 밖으로 방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리려고 한다. 돈, 권력, 미모, 인기가 없어도 나는 내 마음속에 있는 우주를 실컷 음미할 수가 있다. 내 우주 속에서 누구 못지않게 행복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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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오늘의 부처님 말씀]
마음이 하늘도 만들고 지옥도 만들고 극락도 만드나니,
마음을 쫒아가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
ㅡ 장아함경
< 불사 佛事 > / 홍사성
김천 직지사는 중창불사를 하면서
부처님 법문 들을 때 올라가는 황악루를
약간 비껴 지었다고 합니다
하필 누각 지을 자리에
못생긴 개살구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그 나무를 살리려고 그랬답니다
개살구나무를 베어내자는 사람
여럿이었으나
주지스님이 고집을 부려 할 수 없이
비뚜룸하게 지었다 합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분신충분한 법계 보현일체 중생전 나무아미타불 불염상사 불애상사 자아관이넓은 지혜관 공덕은 일체선행 하는것 법치주의 시행은공정하게 자유의법칙 민주주의 본인의 인권을 지켜야 자유의인권 시장주의 서로편리와 자유경재 사회생활 이뉴의 가치중 자유다 자유는 공기와가따 자유가최고다 자유는행복이다. 매일숨쉬는것이 물흐르는것과같이 이하처차 보리좌 앉는데마다 깨달음 ! 나무아미타불 감사합니다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생기발랄하신 큰보살, 원만행보살님!~
자유 ㅡ
우리가 불교 공부를 하는 것은
망상과 집착으로부터
해탈하여 자유를 얻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여기 오시는
불자님들
독자님들
언제나 항상 자유 속에서 행복한 일생이었으면 합니다.
소중한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ㅇㄷ님의 댓글
ㅇㄷ 작성일
나의 마음, 나의 거울에는 온 우주를 정확하게 축소한 견본이 담겨 있다. 내 마음을 보는 것은 우주의 견본을 보는 것이요, 우주 전체를 빼놓지 않고 누리는 것이다.
명심 또 명심 하겠습니다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ㅇㄷ님!~
큰스님 법문을 정독하면서
자주 귀한 댓글 달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내일도 한결같이 좋은 날 되세요.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