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스님 { 안면암 일기 } : < 법계의 상즉상입 > 2021년 12월 7일 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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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5건 조회 2,218회 작성일 21-12-07 07:32본문
< 법구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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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할 것을 가까이하고
멀리할 것을 멀리해서,
언제나 바른 소견 가지면
죽어 저승에서 선도(善道)에 날 것이다.
어쨌든 수치를 잃은 여성은 탈선한 기차보다 무섭고 횡포하다.

046 법계의 상즉상입
우리는 수회에 걸쳐 유식의 아뢰야연기阿雷耶緣起와 진여연기眞如緣起를 둘러보고, 또 앞에서는 화엄사상에 들어가기 위해 연기緣起와 성기性起를 비교해서 살펴보았다. 무명에 의해서 마음이 주객으로 분열되고 현상세계가 벌어지는 것을 연기라고 한다면, 눈앞의 모든 현상을 참 마음 즉 여래성이 직접 출현한 것으로 보고 현상과 본체를 하나로 엮는 것을 성기라고 정리했었다.
연기는 파도라는 현상이 어떻게 벌어지느냐에 주된 관심을 갖는 관찰이고, 성기는 그 파도가 바로 여래의 마음이라는 본체의 물이 직접 거동한 것이어서 파도와 물이 둘이 아니라는 점에 주된 관심을 갖는 관찰이다. 유식학 방면에서 법상이나 화엄이 똑같이 연기라는 용어를 쓰기는 하지만, 화엄에서는 그 말이 성기를 뜻하고 이 성기가 화엄사상의 발판을 이룬다.
화엄에서는 법계法界라는 말이 많이 쓰인다. 기본적으로 특성을 가지고 있는 세상의 모든 종류의 사물을 의미한다. 법法은 독자적인 성격이나 모형을 가지고 우리가 사물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을, 계戒는 요소, 기초, 바탕, 층, 종류, 분야 등을 뜻한다. 법계는 화엄에서 성기사상과 연관된 의미에서 쓰인다.
성기의 입장에서 보면 삼라만물은 모두 진여의 마음 즉 여래성이 일어나 출현한 것이다. 그렇다면 법계라는 세상의 모든 사물은 바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청정한 마음이기도 하다. 마음이 하늘의 달이라면 현상의 만물은 많은 호수에 반사된 달과 같다. 하나의 호수에도 백억 명이 몰리면 백억 개의 달이 생긴다. 하늘의 달이 청정 진여의 마음이라면 호수의 달은 현상의 세계와 같다.
하늘의 달과 호수의 달이 다 같이 법계가 되듯이 진여의 마움과 현세계가 다 같이 법계가 되는 것이다. 화엄에서는 성기사상에 입각해서 모든 법계가 상즉상입相卽相入의 상태에 있다고 한다. 삼라만물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청정심의 무한반사에 의해서 생긴 현상이다. 내적 법계 즉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것들이 서로 일체화하고 서로 포용하듯이 외적 법계 즉 현상세계의 모든 것들도 마찬가지이다.
요즘에는 작은 공간을 넓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 거울을 사용한다. 작은 상점 실내의 두 벽 전체에 거울을 붙이고 그 사이에 상품을 진열했다고 치자. 내가 두 거울의 중간에 서면 나는 무한대로 양쪽 거울에 비쳐진다. 물론 반사되는 것의 크기가 아주 작아지면 더 이상 알아볼 수 없게 되기는 하지만, 논리적으로는 반사는 어떤 크기에서 끝나지 않게 되어 있다.
사람의 마음을 보라. 자기 멋대로 본다. 우선 나와 다른 한 사람을 거울의 예로 풀이해 보자. 상대는 내 마음이라는 거울에 비친다. 나도 상대의 마음이라는 거울에 비칠 것이다, 이쪽이 나를 비치고 있는 상대를 보면, 저쪽도 자기를 비치고 있는 나를 볼 것이다. 상대를 각기 자신의 마음 거울에 반사하는 것이 무한히 반복되지만 우리가 실제로 그 전체의 연속적인 반사작용을 느끼지는 못한다.
그러나 논리적으로는 그 반사가 어느 한 점에서 중단되지 않는다. 모든 반사에는 반드시 상대가 있어야 한다. 반사의 주체나 대상 가운데 어느 한쪽이 없으면 그 반사는 불가능하다. 흰색이 없으면 검정색을 알아 볼 수 없다. 온 세상이 어느 한 색깔이나 한 모양으로 있다면 아무것도 구별할 수 없다. 곡선이 없으면 직선도 있을 수 없다.악이 없으면 당연히 선도 없다.
모든 사물은 묘하게도 상대와의 반사 관계에서만 존재할 수 있고, 그 반사는 무한히 계속되어서 나 속에 상대가 있고 상대 속에 내가 있게 된다. 1 속에 10이 있고, 10 속에 1이 있으며 이 관계는 모든 숫자에 무한히 계속된다. 그러고 보니 흑백이라는 상대가 서로의 존재를 가능하게 해서 상즉相卽의 하나를 이루고, 흑 속에는 백이 백 속에는 흑이 포함되는 상입相入의 포용 관계를 이룬다.
절집에서 자주 외우는 의상 대사의 법성게法性偈에 상즉과 상입의 문구가 잘 표현되어 있다. 진여의 마음은 그 본래의 청정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인연따라 다양하게 반사되는데, 그 일심의 하나가 곧 일체이고, 일념 가운데 무량겁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서리맞으며
영하의 날씨 속에
울긋불글
단풍든 키작은 철쭉나무가 꽃보다 곱습니다.
키 큰 나무들은 벌써 일찌감치 나뭇잎들을 다 내려놓았는데
키 작은 철쭉나무가
내년 봄을 기약하며 온 힘 다하여 땅을 지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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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오늘의 부처님 말씀]
이제 그대의 용모는 몹시 시들었다.
그대의 몸은 병들었고 쇠약하였다.
그대의 생명은
늦가을에 버려진 표주박과 같고
길가에 뒹구는 백골과 같다.
그대는 결국 죽음으로
돌아갈 것이다.
앙상한 백골위에 살을 씌우고
늙음과 죽음, 도도함과 위선으로
꾸민 거기에
어떤 즐거움이 있겠는가!
- 소부경전
< 산이 산에게 > / 홍사성 시집
(불교평론 편집인 겸 주간)
큰 산
작은 산이
어깨 걸고 살고 있다.
작은 산은 큰 산을 병풍으로 두르고
큰 산은 작은 산을 너른 품으로 안고
꽃 필 때는
큰 산이 작은 산에게
단풍 들 때면
작은 산이 큰 산에게 먼저
애썼다 수고했다고 말없이 위로하며
언제나 그 자리에서
천만 년 그렇게
큰 산은 큰 산대로
작은 산은 작은 산대로
그윽한 얼굴로 오래, 서로 오래
바라보면서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원아조동 법성신 온우주 법성신과 하나가되면 나의세계는 어디까지보나 ? 법성신은 화엄경 깨달음동시에생기는지혜 ! 지각 .숨한번쉬는순간 수상행식을 본다 .일상의전부가 천년이고 백년도 일상이 숨이다 . 한번만 내쉬면보면 일상이다 .반야경에오온 원적 원융은 안통하는게 없다 .나무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감사합니다. 날마다좋은날되소서 호흡을 고르며 .....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생기발랄하신 큰 보살, 원만행보살님!~
한번 들여 마셨다가 한번 내쉬는 숨의 중요성을 배웠습니다.
원융圓融 ( 모든 이치가 하나로 융화되어 구별이 없다) 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소중한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정광월 합장님의 댓글
정광월 합장 작성일
너에게 가겠다
이 해 인
오늘도
한줄기
노래가 되어
너에게 가겠다
바람 속에 떨면서도
꽃은 피어나듯이
사랑이 낳아준
눈물 속에
하도 잘 익어서
별로 뜨는
나의 시간들
침묵할수록
맑아지는 노래를
너는 듣게 되겠지
무게를 견디지 못한
그리움이 흰 모래로
부서지는데
멈출 수 없는
하나의 노래로
나는 오늘도
너에게 달려가겠다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참 좋은 도반, 정광월보살님!~
이해인 수녀님의 시는
맑고 이해하기 쉬운 시여서
독자층이 많은 것 같습니다.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