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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스님 { 안면암 일기 } : < 029 면죄의 참의미 > 2021년 11월 11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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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3건 조회 1,798회 작성일 21-11-11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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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292

마땅히 할 일을 함부로 하고

해서는 안 될 일을 즐거이 해서,

마음에 맡겨 방일할 때는

나쁜 버릇은 날로 자라나리니.


악이 악임을 모름이 아니다.

선이 선임을 모름이 아니다.

알면서 행하는 것이요,

알면서 행하지 않는 것이다.

마음의 더러움은 더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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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9    면죄의 참의미  


부처님 제세시에 극악죄를 범한 대표적인 인물을 뽑으라고 한다면 제바달다와 아사세 왕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제바달다는 아난의 형이면서 부처님의 속가 종제從弟인 출가 제자이다. 그는 교단주의 자리를 넘보고 아사세 왕과 결탁하여 부처님을 해치려 한 악행을 저질렀다. 아사세 왕은 마갈타 국왕이던 자기 아버지 빈비사라 왕을 가두어 굶겨 죽이고 왕위를 찬탈했다.

    그런데 {법화경} [제바달다품]과 {열반경} [범행품]에서 부처님은 이 두 죄인을 용서하고 있다. {법화경}은 제바달다가 과거생에 석존을 불도로 이끌어 준 스승이었다고 밝히면서 미래세에 성불할 것이라고 예언한다. {열반경}도 과거생의 원결 인연과 죄의 자성이 공하다는 것을 들어 몸의 종기와 죄책감에 시달리는 아사세 왕을 구제해 준다.

    전생의 인연사가 단순히 인과응보의 스토리로 끝나서는 안 된다. 공, 성구, 법신사상과 일치되어야 한다. 죄를 용서해 주어야 하지만 아울러 죄를 짓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열반경}의 법신상주사상과 죄인의 용기가 맥이 통하도록 해야 한다. 어떻게 다생의 인연사를 성구사상으로 풀이할 수 있을까?

    내가 꿈속에서 욕망의 조정을 받아 나쁜 일을 저질렀다고 가정하자. 범죄 후 괴로워하던 중에 꿈에서 깨어났다고 치자. 그러면 죄를 저지른 사람, 사건, 죄 등이 없다. 모든 사물은 상호 의존하는 공의 상태에 있다. 실체가 없다.  변하지 않고 지속하는 주체가 없다는 점에서 세상사는 꿈과 같기도 하다. 고정체가 없는 물이 이리 파도친다고 해서 선행이 되고 저리 파도친다고 해서 악행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물에 파도치는 성품이 있듯이 세상사에서도 바람처럼 흔들리는 성품이 있다. 실체가 없는 꿈, 파도, 바람에 선악과 상벌을 물을 수 없다. 모든 사물이 상호의존의 상태에 있다는 것을 무자성 공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끝없이 연결된 한 뭉치의 인연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세상에서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없다. 반드시 원인이 있다. 백년을 사는 사람이 무량 억겁의 원인을 다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보지 않는다고 해서 원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저 바닷물의 온도가 보통보다 상승하는 데도 대기오염 등의 원인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원인을 찾아 나가면 끝이 없다. 작은 뭉치의 구름이나 얼굴을 스치는 미풍도 반드시 온 우주의 과거, 현재, 미래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욕망, 성냄, 어리석음에도 보이지 않는 다겁다생의 원인들이 있을 것이다. 내가 꿈속에서 저지른 갖가지의 죄도 보이지 않는 어떤 인연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그러니 사물의 공과 인연의 성구에서 보면 파도의 흔들림이나 인연의 흐름이 있을 뿐이지 어떤 이가 혼자서만 책임져야 할 죄는 없게 된다.

    그러나 이처럼 죄를 지우는 데는 반드시 전제 조건이 있다. 세상의 무상, 무아, 공, 성구, 그리고 우주 법신의 생명 고리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연의 생명을 알면 아무것도 함부로 죽이거나 다치게 할 수 없다. 길가의 풀 한 포기 곤충 한 마리도 조심스럽게 대하게 된다. 죄가 있다면 뼈저리게 뉘우치고 다시는 범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그러나 공이나 인연법을 모르고 세상사에 집착하는 사람에게는 모든 일이 실제와 같다. 꿈이 아니다. 그래서 그에게는 선악이 있다. 죄와 벌도 있다. 대승불교의 약점 가운데 하나는 그 교리가 악용될 경우 사람을 망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성구의 인연법에 의해서 죄를 용서하는 것은, 그 도리를 알고 참회하는 사람에게 해당될 뿐인데, 죄를 짓는 사람이 자기를 합리화하는 데도 악용될 수 있다는 말이다.


    공과 성구의 무한 인연을 아는 이는 죄를 짓지도 않을 뿐더러, 짓더라도 즉시 참회한다. 미혹한 이는 죄를 짓고, 감추고, 참회하지 않고, 스스로 죄의 사슬에 묶여 벌을 받게 된다.


신비한 안면암 전경의 저녁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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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오늘의 부처님 말씀>

"밭에는 잡초가 독이다.

인간에게는 성냄이 독이다.

그러므로 성냄에서 벗어난 사람에게 보시한 것은 큰 결실을 맺는다.

                                                                      ㅡ  <담마빠다>



<부석사의 노을> / 박영교
 
무량수전(無量壽殿) 댓돌에 앉아
푸른 내일 바라보면
벽화(壁畵)가 걸어나와 귀엣말을 걸어온다
온몸 다
쭈그러드는 몸살 앓는 미소

바람개비 돌아가는
언덕배기 앉아보면
때묻은 사람 냄새 씻어도 다시 들고,
휘어진
추녀를 보며 걸어온 길 돌아뵌다

지우면 살아나고
살아나서 또 흩어지는
돌 계단 하나 하나가 무덤처럼 엎드려 있어
돌옷 핀
석탑 이야기 물소리에 그늘이 진다

한(恨)을 심고 떠난 사람
정(情)을 업고 돌아오리
뜨는 해 노을이 되면 내 삶도 막불 지피고

따끈한
온돌방에 앉아 자서전(自敍傳)을 쓰고 싶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

노을이  좋으네요  .  중생의  어리섞음은    미친거나  마찬가지다  .불교를 믿으면  대단히        지혜롭다  ,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지혜의 능력이ㅡㅏ  .  늘상 살펴야한다  .  달라는것은  거지 근성이다  .  념념  악업질투 하는마음 없게하여    마음을 어떠케쓰느냐  용서할줄  아는사람이 되게하여지이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감사합니다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생기발랄하신 큰보살, 원만행보살님!~

바닷가에서 멀리 바라본 노을이 참 좋습니다.

남을 용서할 줄 아는 사람이라야 남을 사랑할 수 있겠습니다.

귀한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해탈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