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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스님 { 안면암 일기 } : < 지장대원전 지하 탱화거는 작업 > 2021년 9월 16일 木 (음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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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6건 조회 3,436회 작성일 21-09-16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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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지 않은 것을 말의 때라 하고

부지런하지 않은 것을 집의 때라 한다.

게으른 것을 몸의 때라 하고

방일한 것을 일의 때라 한다.


생이 계속되는 이상, 일정한 부자유가 없을 수 없다.

일정한 부자유 속에서 자유로 자기를 표현하고 완성하는 것이 인생의 정당한 사실인 동시에,

일정한 부자유 없는 자유가 있다면, 우리는 거기서 부자유 이상의 부자유의 고(苦)를 맛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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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죽음을 닦는다

         우리는 예로부터 윤달에 생전예수재를 지내는 전통이 있다. 죽어서는 공덕을 닦을 수 없으니, 살아 있을 때 미리 자신이 사후 갈 곳을 생각해서 악도惡途에 떨어질 악업惡業을 녹이고, 좋은 곳에 태어날 선업善業을 닦는 것이다. 금년에는 8월에 윤달이 들었고, 이 기간에 많은 절에서 생전예수재가 있었다.

    그런데 한 불자 대학생이 내게 물었다. 서양에서는 로마교황이 면죄부를 팔 정도로 종교가 타락해서 중세를 정신문화의 암흑시대라고 하는데, 불교에서 지옥을 면하게 해준다는 생전예수재가 저 면죄부와 크게 다를 바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이 물음에 나는 당황했다. 예수재와 면죄부가 똑같아서가 아니었다. 예수재의 본래 취지가 없어지거나 바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면죄부와 비슷한 것으로 오인되기가 십상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생전예수生前豫修' 즉 '미리 죽음을 닦는다'는 말을 아주 멋있게 생각한다. 보통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 가능하면 죽음에서 도망치려고 한다. 그러나 죽음을 미리 닦는 사람은 죽음이 오기 전에 자신이 미리 죽어버린다. 죽지 않고 영원히 살아야겠다는 사람에게는 죽음이 힘을 쓸 수 있지만, 미리 삶을 죽음으로 사는 사람에게는 죽음이 그대로 삶이 된다. 삶으로 죽고 죽음으로 사는 것이다.

     미리 죽는다는  것은 자살하나는 의미가 아니다. 개인으로서 나, 중생심衆生心에 놀아나는 허황한 나를 지우고, 우주 전체를 한몸으로 받아들이는 법신法身을 산다는 뜻이다. 욕망의 세계에 살고 스스로 욕망을 품으면서도, 그것의 시작과 끝을 여실하게 관찰한다. 그러면 욕망에서 나와 욕망으로 죽는 중생 삶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된다. 욕망 속에서 고요히 살고, 고요 속에서 욕망의 정원을 노닐게 된다.

    천도재遷道齋에도 '미리 죽음'이 있어야 한다. 천도재를 올리는 사람은 대부분 인연 있는 선망영가先亡靈駕의 한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재주齋主가 꿈에 영가를 보거나 생시에 불현듯 영가를 떠올리는 것도, 인간에게 본래 잠재되어 있는 죽음이라는 전파선을 통해서 생자生者와 망자亡者가 교신하기 때문이다. 천도재의 의식문儀式文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천도란, 영가에게 죽음이 누구에게나 평등하다는 것을 알리는 일이다.


    그렇다면 천도재주遷度齋主가 자신은 육신을 살려고 하면서 영가에게만 육신에 대한 미련을 버리라고 말해서는 안된다. 내가 먼저 미리 죽음을 이룰 때, 나는 영가에게 큰 소리로 말할 수 있다. "미리 죽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죽음을 받아들여야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지장경地藏經에서는 천도재를 모신 사람에게 전체 공덕의 7분의 6이 돌아가고, 천도를 받은 사람은 오직 7분의 1만 받는다고 가르친다.

    중세의 로마교황이 판 면죄부에는 불이사상不二思想이 허용되지 않는다. 지옥과 천당이 같은 자리에 있을 수가 없고, 중생과 절대자가 동일인이 될 수가 없다. 딱지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차별하는 인간적인 변덕도 암시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지옥면제권은 물질적 형상으로 천당을 얻으려 하는, 속俗스러운 미신을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면죄부와 생전예수재는 하늘과 땅처럼 다르다로 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저 불자 대학생의 염려가 아직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다. 아무리 생전예수재의 본뜻이 깊고 높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그 본의를 잊어버리고 저 세상에서 유통된다로 믿어지는 지전紙錢이나 이 세상에서 유통되는 화폐로만 악업을 녹이려고 하면, 예수재에서 나누어주는 다라니陀羅尼도 면죄부 종이와 다름없게 될 것이다. 모든 천도재에도 똑같은 염려가 남는다.


★지장대원전 지하 탱화거는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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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요즘은 24절기 중 백로가 지나고 추분(9,23)이 가까워오니
낮에는 땡볕이라도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해졌습니다.

아침 6시 경
설봉스님께서 보내 주신 사진에서는 지장대원전 지하 탱화거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엄숙하고도 경건한 분위기가 현장을 짐작케합니다.

큰스님 외에
이명희본연성보살님, 불화전문인 신칠성거사님, 도움을 주시는 매점 손처사님의 모습이 보이십니다.
안면암 포교당 법당에 <안면암> 그림을 명품으로 남겨주신
이명희보살님을 오랫동안 뵙지 못하다가 사진으로 뵈니 대단히 반갑습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

거룩하신  이명희  화가님    감사하고  존경 스럽습니다.'여러수많은  불자님들께서  모두  절하며  합장의  가피로  신심이  밝아지겠지요  .  얼마나    심여를    쏟아부셨을까?    다시 합장하여    감사올립니다.나무아미6ㅏ불  지장보살 마하살  해탈심보살님  설봉스님 감사드립니다 . 원만행.

ybr님의 댓글

ybr 작성일

생기발랄하신 큰보살, 원만행보살님!~

죄송합니다만,
제가 몸이 작고 약한 사람이라 벌써 몸살이 나서 외출도 못하겠어요.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정광월 합장님의 댓글

정광월 합장 작성일

환경이  바뀌면  21일이 지나야  적응 된데요
저는 1년이 지났는데도...
건강하셔요
서울 갈곳 많아요
비원.정독도서관.삼청동길
인사동 미술전시관
지나가는  노인들  하루 종일  시간 보낼 수  있는  곳
조계사 마당.  건너편 지하  총무원에서 운영하는
불교 전문 서점
광화문
피곤  풀리어 하시고 싶은  모든  것들이
성취되어 지길 바랍니다

              정광월 합장

ybr님의 댓글의 댓글

ybr 작성일

참 좋은 도반, 정광월보살님!~

환경이 바뀌면 적응기간이 21일 걸린다는 사실 지금 알게 되었는데
꽤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게으른 편이고 섭생을 잘하지 못해서 몸이 약하지만
다음생에는 건강하고 외모가 수려한 사람으로 태어나
보는 이들을 잠시잠깐이라도 기쁘게 해줄수 있다면. . . . .

철부지 시절
학교다닐 때에는 조계사 마당에 들어서면
마치 다른 세상인양 곧장 매우 안락해졌었지요.

덕담과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정광월 합장님의 댓글

정광월 합장 작성일

설봉스님
일출   
많이 볼 수 있어 
모든 수고로움을  씻어 줄것 같아요
가고  싶은  곳  떠올릴  수 있는
성당 다니는 친구처럼
외롭고 쓸쓸할 때  가고 싶은
그 친구 같이 아팠는데  의사
아파트 새로 지어 입주 짐 정리  하느라
가고 싶어 했었는데...
조용하고 편안한  드넓은
가을 하늘  도로
안면암  서해 바다
지장 보살님의 영험한 기도처

감사드립니다
모든  분들께요

              정광월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