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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스님 { 안면암 일기 } : < 무에 기댈 수밖에 > [진흙이 꽃을 피우네] 석지명 큰스님 산문집에서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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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3건 조회 1,956회 작성일 21-09-2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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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 괴롭다 해도   

이름과 이(利)를 버려 집착이 없고,   

바르고, 겸손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생활이 어렵다. 깨끗한 생활이다.


겸손은 진공(眞空)이다. 성직(誠直)이다.

진실하고 공(空)하기 때문에 위대한 생명의 힘을 낳고,

성실하고 솔직하기 때문에 의례와 형식을 뛰어넘어 혼과 혼이 마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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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에 기댈 수밖에

         오랜 인연이 있는 신도들은 나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유명한 교구본사의 주지, 총무원장, 그리고 필경에는 종정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저 기대가 항상 부담스러웠다. 불도는 명예와 권력을 얻는 것이 아니라고 반복해서 말해주지만, 신도들은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감을 갖고 위를 향해 매진해나가라고 격려하려 든다.

    불교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쁘기만 한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한다. 우리가 겪은 조계사의 폭력사태는 너무나 어처구니없고 부끄럽기 이를 데 없는 참사였다. 그런데 텔레비전이 생생하게 보여준 화염병, 유리조각, 각목, 화재, 난투극이 오히려 나를 해방해주었다. 총무원장이나 종정이 되는 길목에는 얼마나 추한 싸움이 있어야 하는가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기 때문에 신도들은 더이상 명예와 권력을 얻으라고 채근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탐내는 권력을 얻는 데 우리가 본 만큼의 폭력이 기여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나는 저 유형의 폭력이 무형의 암투에 비해 백분의 일도 못 된다고 과장해 말하고 싶다.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음모와 술수가 더 무섭다고 말하고 싶다. 높은 분이 현직에서 물러난 뒤에 나오는 비사를 들어보면 권력을 잡기 위해 군대, 검찰, 국세청, 정보기관, 심지어 북한까지 교묘하게 이용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말이다 . 이기는 사람만 머리, 주먹, 무기를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쓸 수 있다. 자신이 이기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남이 지도록 방해를 할 수는 있다. 한 여자도 대통령직을 위태롭게 할 수 있고, 한 사병도 국방장관을 물러나게 할 수 있다. 한 용접공도 대형건물이 무너지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아무리 사소한 성취도 남의 도움에 의해 얻어지고 지켜진다. 실수든 고의든 사고를 저지르는 사람이 없어야 일이 제대로 될 수 있다. 세상에서 이기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 아니 사람뿐만 아니라 바람, 구름, 산천초목까지도 나쁜 마음을 먹고 못된 일을 저지르지 않아야 어떤 자리든 지켜질 수 있다.

    여기에 진급을 원하는 사람이 열 명 있는데 자리는 오직 하나뿐이라고 치자. 아홉 명은 탈락할 수밖에 없다. 한 명은 이름을 날리고 아홉 명은 지워져버린다. 아홉 명이 탈락한 이유는 무능력일 수도 있고 줄을 대지 못한 무인연無因緣일 수도 있다. 여하튼 무無가 된다. 그런데 한 명의 진급은 자신의 능력으로 이루어졌다고 하겠지만, 반대로 다른 이의 무능력 덕분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모든 유능은 상대적으로 다른 이의 무능에 의해 인정받게 된다. 다른 이가 무로 사라져주기 때문에 유능자가 남을 수 있다.

   세월은 끊임없이 흐르고, 언제나 변함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누구나 늙고 병들고 죽는다. 세상의 무상無常도 우리에게 덕을 베푼다. 만약 먼저 태어난 사람들이 언제까지나 살아 있다면 우리의 경쟁자가 얼마나 많겠는가. 선배들이 늙지 않고 항상 젊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세월이 천하를 호령하던 영웅호걸들을 남김없이 쓰러뜨려주기 때문에 새사람이 얼굴을 내밀 수가 있다. 무 덕분에 오늘의 출세자가 있을 수 있다.

   진급하고 출세하는 이만 무의 덕을 보는 것이 아니다. 종정, 총무원장, 대통령, 장관 등이 되기를 일찌감치 포기한 우리도 무를 보고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다. 밀물이 모래사장을 깨끗이 쓸어주듯이 무상법이 모든 싸움과 승리의 덧없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무로 되돌아가기를 거부할 수 없음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싸움질에 출연해 승리한 이도 결국 무로 돌아간다면 어쩌란 말인가. 무엇에 의지하란 말인가.  열반경은 의지해야 할 것과 의지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각기 네가지씩 든다.

    첫째, 불도를 닦을 때 무의 진리를 의지할지언정 명예와 권력을 누리는 특정한 사람을 맹종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법문을 듣더라도 무의 속뜻을 살피고 이름과 형상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셋째, 내면에서 터득한 무의 지혜에 의지하고 밖에서 빌린 지식에 기대지 말아야 한다. 넷째, 무의 참뜻을 가르치는 경전을 중히 여기고 세속적 성취를 가르치는 경전을 잘못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

   역시 무다. 무에 의지해서만 세상의 모든 싸움을 소화하고 대자유인이 될 수 있다.




억센 비가 밤새도록 새벽까지 퍼붓던 추석명절 이른 아침입니다.

먹이를 먹고 한가로이 거니는 고양이와

느긋한 휴식을 취하는 항순이와 무량이,

도량에 피어있는 인동초와  호법수호신장 금강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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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우리들 석지명 큰스님께서는
<2004년 무중력 보트로 태평양 횡단 순례 여행>을 마치신 후
은사스님이신 #원파당 혜정 대종사님처럼
모든 것을 다 내려놓으셨습니다.

또한
<무無>에 의지해서 전법 포교하시는
천진불  석지명 큰스님께서는 평생을 독보적으로 청정수행정진하시더니
신도님들로부터 일찌감치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종정 등을 포기하게 만드셨습니다.

하지만  얼마 안 지나
코로나 19 환난이 곧 소멸되고,
경건한 지장대원탑의 점안식 이후에는
우리들 모두의 발원대로
안면암이 서해안의 거룩한 관음성지 도량으로 우뚝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면
안면암이 ★천년의 세월 ★삼천년의 유구한 세월을
참불자님들과 함께 할 것이며
#허허당 지명 대종사님의 존함이
안면암의 창건주와 고승대덕으로서 역사에 기록될 것임을 언감생심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따라서
은사스님과 신도님들을 위해 위법망구하신
안면암 수호신장 설봉스님의 무량공덕도 우주법계에 고스란히 남아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ㅇㄷ님의 댓글

ㅇㄷ 작성일

무에 의지해서만 세상의 모든 싸움을 소화하고 대자유인이 될 수 있다.


아~~~어렵습니다 ㅜㅜ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ㅇㄷ님!~

어려운 법문을 항상 늘 정독해 주셔 매우 감사합니다.

無 ㅡ 대자유인이 되면 그 얼마나 좋겠습니까??

어렵고도 쉽고 쉽고도 어려운 대자유인의 길입니다.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