ȸ

설봉스님 { 안면암 일기 } : < 너에게 나를 보낸다 > [진흙이 꽃을 피우네] 석지명 큰스님 산문집에서 2…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5건 조회 2,971회 작성일 21-09-26 09:27

본문

img.jpg

249

참으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보시는

이름이나 칭찬을 바라지 않나니.

만일 남의 허식만을 따른다면

마음은 항상 편안하지 못하리라.

 

자연은 극히 소량으로 만족할 수 있는 욕망만을 우리에게 부여하였다.

우리는 인위로 부질없이 그것을 증대시킴으로써, 그 만족의 대상을 감소시킨다.

그것은 행복에 대한 무지와 인식 착오의 요견(요見)이 가져오는 것이다.



img.jpg

너에게 나를 넘긴다


     총 길이 7킬로미터가 넘는 서해대교가 완공되기 전에 불쑥 이런 방정맞은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긴 다리 위로 바다를 건넌다면 얼마나 신날까. 그런데 내가 그때까지 운신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사람에게는 이런 시기가 있다. 가수가 노래를 잘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을 보면 자신도 가수가 되고 싶고, 각 분야의 인기스타를 보면 그러한 인물이 되고 싶다.

    물론 세월이 가면서 차츰 깨닫게 된다. 여러 사람이 원하는 직업을 아무나 쉽게 가질 수 없고, 일인자 또는 스타의 자리에 오르기는 하늘의 별따기처럼 힘들다는 것을, 어릴 때 대통령이 되고 싶다던 꿈은 나중에 의사나 판, 검사와 같이 경제적인 안정을 주는 직업으로 바뀌고, 마침내 양에 차지 않는 현실의 직장으로 떨어진다.

    그러면 꿈은 완전히 지워지는가. 아니다. 오래 살고 싶은 꿈, 모든 영광을 다 누리고 싶은 꿈은 아직도 가슴속에 그대로 있다. 불교식으로 압축하면 무량한 수명과 광명의 소원이다. 오래 살아서 미래세상의 볼거리를 즐기겠다는 것도 저 소원에 포함된다.

    어떻게 하면 무량한 수명과 광명을 누릴 수 있을까. 지금 이 몸으로는 불가능하다. 수명을 백세 이상으로 연장하고 한두 분야에서 성공할 수는 있지만, 영원히 살아서 모든 분야의 영광을 다 누릴 수는 없다.

    여기서 내가 직접 나서지 않고 내 대행을 내세우는 방법이 떠오른다.자식을 잘 교육해서 내가 도달하지 못한 높은 곳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요즘에는 사람을 복제할 수도 있다. 나와 똑같은 사람을 만들 수가 있다. 그러나 자식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복제술로 내 분신을 만든다 하더라도 육신을 복사할 수 있지만 마음마저 복사래 넣어줄 수는 없다. 설령 내 자식이나 분신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더라도 내가 원하는 모든 곳에 이를 수는 없다.

    헤밍웨이 소설을 영화화한 한 장면이 내 대행자를 찾는 좋은 힌트를 준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남주인공은 적군이 쏜 총알을 맞고 쓰러진다. 여주인공이 울부짖으며 그에게 매달린다. 적군은 달려온다. 머뭇거리면서 둘 다 죽는다. 남자는 떠나지 않으려는 여자에게 이런 취지의 말을 한다.

   "나는 당신 속에서 살겠다. 당신이 살아야 내가 산다. 빨리 떠나라."

    만약 우리가 내 몸 속에 나를 가두지 않고 자유롭게 다른 이 속에서 나를 살게 한다면 나는 모든 시간과 성취를 남김없이 누릴 수가 있다. 천년 전에 가장 높은 부귀영화의 산에 올랐던 이로부터 시작해 만년 후에 가장 넓은 영광의 바다를 마음껏 누비고 다닐 이를 비롯한 모든 성취자들에게 나를 담아버리는 거다.

    참, 실패가 없으면 인생의 참맛을 모른다. 세상에서 실패의 아픔을 겪었거나 겪을 모든 이들에게도 나를 주어버리는 거다. 그러면 나는 모든 성공자와 실패자가 된다.

    남에게 나를 담는 데 내 의지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저 성공자들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면 나와 무슨 관계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배와 비행기의 자동방향 전환장치로 풀이하면 된다. 배에 오토 파일럿을 달고 목표점을 설정해 배가 스스로 가게 한 후에, 나는 마음껏 바다를 즐긴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여유가 있는가. 모든 분야의 일인자들에게 세상의 운행방향을 보게 하고 나는 한가롭게 세상을 음미하는 것이다. 그들이 나를 귀찮게 하지 않고 스스로 판단해 방향을 잡으니 더이상 편할 수가 없다.


    어떤 이는 이렇게 힐문할는지도 모른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성공해 세상에 이름을 드날리려 하지 않고 남의 성공에 박수만 보내려는 것은 세상사에 겁을 먹고 도망치는 도피주의, 패배주의, 은둔주의, 짝사랑주의가 아니냐고 말이다.

    나는 지금 각 분야의 일인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에게 그러면 절대 안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장엄하게 하기 위해서 노력은 하되 스타가 못 되더라도 자족하며 살 수 있다고 말할 뿐이다.

    모든 이에게 나를 넘기는 것은 나를 지우는 것이다. 그러면 일등과 꼴찌, 나와 대행자를 구별할 필요가 없다. 나 그대로 대행자요. 성공자이며 실패자요, 그대로 평화롭고 안락하다.


★지장대원탑과 달님

img.jpg
img.jpg 


536d09d0970b97707351048dbab31cbb_1632618544_3071.jpg
 


img.jpg


img.jpg


img.jpg


img.jpg


img.jpg



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추석을 닷새 지났으나
다정다감한 달님이
외로운
<지장대원탑>을 지켜 주시느라
햇님이 진작 떠오른 시각이지만 아직도 떠날 줄을 모르십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

그러니  우리  인생은  프로를윈하고 노력하는것가따 ..'그러나  아마츄어로  실면  모든것이  여유와  대립 갈등 분노 번뇌망상없이  자격증  필요없는  그러니 삼계의  모든것  유시 일심  오직한마음이다 .  집착이냐?  반조냐?    향나무는 향나무지!    진여실상  법성  여래  대승에서는  !  안되는것은  오직    마음에대한  믿음이 없어서다  .  생명을 걸고  하는것이  참선이다  .    이대정진으로  일심  선적    욕도인고  이선방  편    자재무량  섭제 빈민    섭제무지  하여지이다    행복한    나무  아미  타불  .  건강하시고  거룩하게  삽시다..우리모두  진리에존경과  수행을  위하여    화이팅  !      나무  아미타불  .

정광월 합장님의 댓글

정광월 합장 작성일

하남석의 밤에 떠난 여인  노래 들으며
큰스님 애창곡 생각  났어요
책상에 압침  놓아 잠 안오게 공부했다고
대선 주자가
고 총무원장 지관  대종사님의  가산  불교연구원에서
불교대사전  자료  수집  하시며 눈에서  새벽에  몇번
피가 뚝뚝 떨어  지셨다고

모든  분들  건강하셔요

              정광월 합장

ㅇㄷ님의 댓글

ㅇㄷ 작성일

참으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보시는 이름이나 칭찬을 바라지 않나니..

세상을 장엄하게 하기 위해서 노력은 하되 스타가 못 되더라도 자족하며 살 수 있다고 말할 뿐이다.

정광월 합장님의 댓글

정광월 합장 작성일

소보살님께선  추석 잘 보내셨나요
추석엔 더 고향 생각 나시지요
건강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