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스님 { 안면암 일기 } : < 노루의 글썽거리는 눈망울로 > ㅡ 진흙이 꽃을 피우네 석지명 큰스님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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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3건 조회 2,539회 작성일 21-09-01 07:48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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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지 말라.성내지 말라.
많음을 구해 탐심을 내지 말라.
이 세 가지를 법다이 행하면
죽어서 곧 천상에 나리라.
약간의 도덕적인 일부의 호의로 전체를 살리는 이(利)가 있을 수 있다.
또 그 호의로 말미암아 자타를 함께 죽이는 해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와 해를 돌아보지 않고 남에게 주려는 곳에,
깊이깊이 감추어져 있는 아름다운 인간성의 본면목(本面目)이 있다.

노루의 글썽한 눈망울로
언젠가 대법원은 이단異端논쟁에서 일어난 타종교 또는 타계파 비판을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와 관련해서 판결한 적이 있었다. 한 종교에 속한 이들이 양편으로 나뉘어 이단논쟁을 벌이던 중 서로 상대방이 자기 쪽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벌이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대법원은 종교의 자유에는 타종교를 비판하거나 타교신자들에게 개종을 권유하는 자유도 포함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단논쟁은 상대방의 교리해석과 수행방법이 그르고 내 쪽의 것이 옳다고 우기는 다툼이다. 상대가 그르고 내가 옳다는 싸움은 종교계뿐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 모든 인간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이런 물음을 만난다. 내 관점에서 상대방을 함부로 비판, 비방해도 되느냐는 것이다. 불교는 인도의 힌두교 풍토에서 생겼다. 힌두교가 사성계급을 가르칠 때 석가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고 외쳤다. 힌두교에서 볼 때 석가는 이단자였다. 예수도 마찬가지다. 유대교의 이스라엘에서 예수는 이단자일 수밖에 없었다. 석가나 예수는 각기 자기시대에 많은 박해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그 누가 석가나 예수를 이단자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석가는 이렇게 가르친다. 도道를 이루기 전까지는 모두가 사도邪道, 즉 이단이라고 말이다. 성에 들어가는 문은 많다. 산에 오르는 길도 많다. 어떤 길이 첩경이냐는 목적지에 도착한 사람, 궁극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 판가름할 문제다. 아무리 걷기 좋은 지름길을 잡은 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도중에 게으름을 피우거나 낙오하게 되면 좀 돌아가더라도 부지런히 노력해 목적지에 도달한 사람만 못하다.
그런데 내 쪽에서 이단 시비를 벌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상대가 공격해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가 생긴다. 요즘 세상을 보면 공격적인 사람이나 단체가 으스대며 설친다. 상대는 지옥의 길을 안내하고 나는 극락의 길을 가르친다고 겁 없이 목청 높여 외칠 수 있는 사람들이 힘을 쓴다.
하지만 종교나 사랑에게도 각기 독특한 성품이 있다. 다혈질이고 공격적인 쪽이 있는가 하면 조용하고 은둔적인 쪽도 있다. 만약 모든 종교, 모든 단체, 모든 사람이 다 같이 공격적으로 덤빈다면 이 나라는 여러 조각으로 갈라질 것이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나라를 가른 인도와 파키스탄이 있다. 중동과 아일랜드는 아직도 종교 때문에 싸움에 말려 있다. 종교와 같이 돼버린 북한의 정치적 이념 때문에 남북이 막혀 있는 것도 억울한데, 남한에서 다시 갈가리 갈라져서야 되겠는가. 물러서는 사람, 지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며칠 전에 인천 앞바다 영흥도에 다녀왔다. 그 섬의 한 사찰에서 노스님과 농사일을 이야기하던 중 노루가 농작물을 뜯어먹기 때문에 농사가 엉망이라는 말을 들었다. 영흥도에는 노루가 많은데 사람들이 함부로 잡거나 죽이지 않는다고 한다. 노루를 다치게 하거나 잡아먹으면 재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떤 이가 운전하던 중 노루 한 마리를 치었는데, 죽어가는 그 노루가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한참이나 운전자를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 운전자는 글썽거리던 그 노루 눈망울이 생각나 절을 찾곤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저 노루의 '해치면 재수 없다'는 방법으로 살아남는 거다. 공격에 되받아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저 영흥도의 노루처럼 눈물 글썽거리는 눈망울로 사람들이 공격할 마음을 갖지 않게 하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동물생존사를 보면 온순한 동물에 비해 공격적인 동물이 훨씬 멸종돼왔다.
비방을 받고 억울해하면 원망하는 마음이 생긴다. 참다운 도에서는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의 문을 삼아야 한다. 대법원 판결은 속세의 일을 말하는 것이다. 결코 천국으로 가는 길이나 극락의 살림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처음으로 수줍게 인사드리는 <누리장나무>입니다.
어린 잎은 나물로 먹고 꽃과 열매가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심으며
잔 가지와 뿌리를 말려 한방에서 기침 감창(疳瘡)에 사용.
꽃이 아름다워 저도 며칠 전 친지집에서 한 컷 찍은 적 있습니다.




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운전을 하던 중 큰 길에서 본의아니게 지나가는 동물을 살생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작은 동물이거나 큰 동물이거나 간에 너무 놀라고 죄의식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조수석에 앉아 이미 죽은 지 오래되어 박제된 것같은
죽음을 보며 그냥 모른 체 바삐 지나가 버리게 될 때는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노루를 죽이거나 잡아먹으면 재수가 없다는 말을 옛날에 들은 적 있었는데
죽어가는 노루가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한참이나 운전자를 바라보았다니
선량하신 그 어떤 분께서는 수많은 낮과 밤이 괴로워서 절을 찾았을 것입니다.
한달 전쯤,
엄마를 위해 자주 운전하던 저의 아들이 갑자기 "나무아미타불 , 관세음보살" 하길래
왜냐고 물었더니 고양이인지 작은 동물이 로드킬 당해 처참하게 길바닥에 누워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들 입에서 난생 처음 들어 보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이 엄마의 마음을 깊고 강하게 울렸는데
우리는 빨리 달리는 차에서 도저히 내릴 수가 없어 그냥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한적한 도로였다면 분명히 아들과 함께 불쌍한 사체를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외진 곳에 묻어 주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볼 수 없도록 조심스럽게 치웠을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아프리카의 동물생존사를 보면 온순한 동물에 비해 공격적인 동물이 훨씬 멸종돼왔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되었으며,
참다운 도에서는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의 문을 삼아야 한다는 진리를 잘 배웠습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심생즉시 심외무법 움직이면인과다 항동의지배 그리고 자기인과 자승 자박 자업자득 철저히믿어 신심으로 원을세워 공덕을 자꾸지으면복덕이생기고 지혀가없으면 허망한 일만생긴다 인자심동이다 내마음하늘땅 일체유심조 심혜무법 오직마음이다 . 복이많으면장애가없다 . 복진타락하면 무상 허망 사람으로태어난사람은 복이있다 .윤회고 여의면 성불이다 .무명길에서 99. 88. 100세 를건강하게죽는다 .요즘시대다 그러나 주코나면 허망인데 벗어나는길은 지혜다 . 더늘키전에 지혜를 닦는다 . 옴마니 반메훔 건강해지고 가피도 얻고 신심의 가피고 영험이다 . 나무 아미 타불 감사합니다 .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생기발랄하신 큰보살, 원만행보살님!~
불교의 두 날개 지혜와 자비는 불자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혜는 숙생의 결과일 것입니다.
예전에 수덕사 방장스님 설정큰스님께서 불교방송 인터뷰 당시
지혜는 자기도 살리고 남도 살리는 것이라는 법문을 들었을 때 가장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가피는 원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저절로 체득되는 것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