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스님 { 안면암 일기 } : < 비바람에 큰가지 부러진 명품 소나무 > ㅡ 2021년 9월 2일 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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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5건 조회 3,451회 작성일 21-09-02 07:57본문
<지장보살의 대원>
님의 심혹은 나의 일
님의 업장도 나의 일
님의 고난도 나의 일
님의 해탈도 나의 일
설봉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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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스스로 몸을 거두어
중생의 목숨을 해치지 않으면,
그는 곧 천상에 나리라.
천상에 나서 걱정이 없으리라.
"나무라도 한창 자르는 맥을 자르지 말라." ㅡ 맹자

패배를 받아들이는 공부
오래전 인기리에 방송됐던 <젊은이의 양지>가 떠오른다. 이 드라마에서는 노력하는 자의 성공이 크게 부각되었다. 탄광촌 젊은이들이 상경해 세계 챔피언, 유명작가, 인기 영화배우 또는 큰 회사의 경영자가 되고, 소매치기 출신인 한 처녀가 대형 화장품매장 수십개를 거느리는 재벌이 되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 구성에 대해 한 신문기자가 우리의 공감을 자아내는 아주 중요한 지적을 한 적이 있다. 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인물 대부분이 크게 성공하는데, 이 스토리는 사람들에게 '내 노력은 반드시 성공으로 결말나야 한다'는 허황된 환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일본 지바千葉에서 있었던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많은 메달을 땄지만 지는 이도 있었다. 한 여자선수는 쿠바선수의 갑작스런 선제공격을 받고 힘을 써보지도 못한 채 한판으로 패하고 말았다.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은 바로 이 다음 장면이다. 한국선수는 억울하다는 듯 쿠바선수의 악수 제의를 보기 민망할 정도로 냉정하게 뿌리치는 것이 아닌가.
자신이 패배한 인연因緣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억울해하면서 화를 내는 사람이 어찌 저 나이 어린 선수뿐이겠는가. 우리 모두가 나름대로 패배를 삭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지역과 사람이 갈라지는 것 아니겠는가.
누구든지 성공하거나 이기고 싶어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동시에 승자가 될 수는 없다. 이기는 사람보다 지는 사람이 더 많다. 그리고 오늘 내가 이겼다하더라도 언젠가는 또다른 승자가 나타나 나를 패자로 만든다. 설령 내가 계속 이길 수 있다하더라도 늙음과 죽음이 와서 나를 지게 만든다.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패하고 물러나야만 하는 운명에 처해 있다. 또 사람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승리가 아니라 패배다. 그래서 행복해지려고 하는 사람은 반드시 패배를 받아들이는 공부를 해야 한다. 석가가 인간의 현실을 고통으로 규정하고, 사람이 자신의 패배를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삶의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게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석가도 한때 정치적으로 심한 곤란을 겪은 적이 있다. 아버지를 죽이고 왕위를 쟁탈한 아사세왕과 부처님자리를 넘보는 제바달다提婆達多가 손잡고 석가를 괴롭혔다.
결국 석가가 그들을 덕으로 굴복시키고 승리하기는 했지만 불교에서는 다겁생래의 인연을 내세워 승자와 패자를 한꺼번에 지워버리는 작업을 했다. 열반경에서는 아사세왕이, 법화경에서는 제바달다가 각기 오랜 전생에 석가의 스승이었다고 밝힌다. 금생의 원수가 전생의 은인이고, 금생의 패자가 전생의 승자라는 것이다.
어떤 이는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현실에서 겪는 패배의 고통을 받아들이도 그것을 다시 다겁전생多怯前生의 인연구도에서 풀이한다면, 사람들은 불의와 불평등을 보고도 고치려 하지 않고 현실에 무조건 안주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의 발전과 나의 행복을 나누어 보아야 한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되, 눈앞의 현실은 받아들여야 한다. 심판의 잘못으로 부당하게 졌다고 생각되면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뜻대로 바로잡지 못하더라도 그 결과를 편안하게 받아들여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기자. 성공을 노래하고 춤추자. 단지 패하거나 지금 누리는 것을 모두 잃더라도 여전히 편안하고 즐거울 수 있도록 마음공부를 해두자.






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안면암 일주문 옆에서 안면암 오가는 사람들과 차량들을 반기며 인사를 하던 명품 소나무입니다.
폭염에 잇따른 가을 장마에 비바람이 그리도 불더니만
큰가지를 내어 주고 말았습니다.
20여년 풍상을 함께한
큰가지가 부러진 명품 소나무를 지켜 보시던 부처님께서
"많이 아프냐, 나도 아프다."
눈물을 머금고 조용히 한 마디 하십니다.
아주 오래 전 TV 사극 드라마 ㅇㅇ의 주연 남자 탈렌트의 명대사가 귓전을 울리고 있습니다.
더불어
<태풍 곤잘스> 때,
그 당시는 안면암을 전혀 몰랐던 저희 4남매가
늙으신 아버지를 모시고 찾았던
태안군 서산의 조상 선산 묘지 부근이 떠올랐습니다.
우리 아버지께서는
100년이 훨씬 넘는 명품 소나무들 몇?백 그루 중에서 가지가 부러진 채
뿌리가 뽑혀
땅바닥에 쓰러져 말없이 인내하던 몇 그루의 소나무들을 바라보시면서
조상님들께 대단히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피눈물을 흘리고 계셨습니다.
명품 소나무가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다른 친구들과 어린 친구들을 위해 큰가지를 내어 주었으니
우리들 안면암에서
다시는 이런 아픔을 겪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기원드립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정광월 합장님의 댓글
정광월 합장 작성일
이번 비가 안면도 피해 없었는지 궁금했는데요
설봉스님
안면도 불자님들 마음이 편안 했으면 합니다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참 좋은 도반, 정광월보살님!~
우리들 안면암의 참 불자들이라면
기상예보를 볼 때마다
안면도 부근에 관심이 무척 클 것입니다.
안면도 불자님들의 마음도 편하고
보통사람들, 특히 서민들의 마음이 항상 편안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안타갑긴하지만 전체로불때 잘커나가기 를 바랍니다 . 나무 보살마하살일송정 푸른솔우 네 ㄴㄱ어늙어 갔어도 한줄 기 태란강은천 년두고 흐른다 ..잘려나갔지만 그이야기도 영원히 남는 사연이 되게읍니다 .나무아미타불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생기발랄하신 큰보살 원만행보살님!~
이미 벌어진 아픔과 고통은
어쩔 수 없으니 잘 커가기만 바랄 뿐이지요.
물론 부처님 도량이므로
상처를 잘 극복하고
믿음직한 거목으로 성장하리라 믿습니다.
가곡 가사 여기서 보게 되니 더 한층 좋구요,
'영원히 남는 사연' 참 멋진 표현이십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