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스님 { 안면암 일기 } : < 무(無) ㅡ {진흙이 꽃을 피우네} 석지명 큰스님 산문집에서 > 2…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6건 조회 7,906회 작성일 21-08-18 07:37본문

208
어질고 , 많이 들어 지혜로우며,
욕을 참고, 계를 가져 거룩한 사람,
이 거룩한 사람을 받들어 섬겨라.
그는 뭇 별 속에 있는 달과 같나니.
우리가 고독을 느끼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분리시키는 공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와 자기 생명이 발생하는 곳과의 공간, 즉 우리 자신이 형성되는 바의 힘과의 분리에 있다.
우리의 행(行), 주(住),좌(坐),와(臥),어(語),묵(默),동(動),정(靜) 어느 곳에나 그 힘은 가득 차 있다.

무無
참선의 밑바닥에 한결같이 흐르는 사상이 있다. 그것은 바로 무사상(無思想)이다. 효봉스님은 생전에 항상 "무無라, 무無라"고 외치시곤 했다. 잠자다가도 "무無라"앉아 있다가도 "무無라" 공양 중에도 "무無"라 하면서, 일상생활의 모든 경우에 이 '무'자를 외웠다.
선사들은 '무'자를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절집 안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조주의 '무'자다.
<무문관>이라는 책을 보면, 첫번째 화두로 조주의 무 자가 나온다. 한 선승이 조주선사에게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조주는 "무無" 즉 없다고 대답했다.
조주나 선승이나 모든 생물에게 다 불성佛性, 즉 부처가 될 성품이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선승은 "개에게 불성이 있느냐"고 물었고 조주선사는 "없다"고 대답한 것이다.
언젠가 한 군부대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는 대문짝만한 글씨로 "필생이면 필사요, 필사면 필생이다"는 구절이 붙어 있었다. "반드시 살려고 하면 반드시 죽고, 반드시 죽겠다고 달려들면 반드시 산다"는 의미다.군대에서는 이 말을 전쟁에 임하는 자세의 방면에서 해석할 터으므로, 참선공부에서 안심입명을 얻는 방향과는 다를 것이다. 그러나 죽을 수 있어야 참으로 살 수 있다는 원리는 모든 곳에 다 통한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할 때 팔자소관을 많이 들먹거린다. 이 팔자소관을 자세히 풀이한다면, 몸과 마음으로 행동하는 습관이 문제가 된다. 우리의 말씨, 걸음걸이, 표정 등은 지금 우리에게 있는 모양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다. 우리가 그렇게 행동해왔기 때문에 그와 같은 습관이 붙었고, 그 같은 습관으로 살기 때문에 그 같은 운명을 맞는 것이다.
배우들은 어떤 배역을 맡을 때, 자신의 평소 행동습관을 버리고 극중인물의 캐릭터 즉 행동습관이나 성격습관을 연기한다. 배우가 정신적 육체적 행동습관을 고칠 수 있다면 우리도 고칠 수 있을 것이다. 이 '무'자는 지금까지의 자기를 지우는 것이다. 습관에 끌려다니는 자기를 지우고, 진정한 주인으로서 나를 만드는 것이다.
선사님들은 이런 말을 하곤 한다. "근본 마음자리가 바뀌어야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어야 행동이 바뀌며, 행동이 바뀌어야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어야 인격이 바뀌며, 인격이 바뀌어야 운명이 바뀐다."고 말이다. 우리의 운명을 바꾸려면 마음과 습관과 인격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향해서 과감히 "무無"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생각과 습관을 바꾸기가 어렵기 때문에, '무'자를 생각하면서 지금의 자기를 죽여야 한다. 선사님들은 이 무 자를 참구(參究, 참선하여 진리를 연구)할 때 모든 생각의 길목이 다 끊어지고 막다른 골목에 이른 듯이 하라고 한다. 온몸과 마음에 의문을 일으키되, 불에 달군 쇳덩이를 삼킨 것과 같은 절박한 자세로 '무'자를 관하라고 한다. 삼백육십 골절과 팔만사천 털구멍에 사무치도록 '무'자를 생각하라고 한다.
우리의 근본문제는 이 무無 자에서 판가름나게 되어 있다. 우리는 진정한 나를 살고 싶다. 남을 살고 싶지 않다. 습관이라는 업의 격류에 익사하고 싶지 않다. 내 마음의 흐름을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남과 나를 피곤하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참다운 나를 살려면 이 '무'자를 살아야 한다. 업과 심술과 변덕으로 뭉쳐진 나는 무참히 지워야 한다. 남의 얼굴과 내 얼굴, 남의 재산과 내 재산, 남의 명예와 내 명예를 비교해서 살려고 하는 나는 과감히 없애야 한다. 나를 지우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무'자가 필요하다. 이 세상이 업의 바다라면, '무'자는 그 바다에서 우리를 수면 위로 뜨게 하는 구명장비와 같다.
무無라는 뗏목 위에 올라서서 소리 없는 소리로 크게 외치자. "이제 모양 있는 작은 나를 지우고, 모양 없는 큰 나를 보게 되었다"고 .






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우리들 중생계는
무(無)에서 혼신을 다해
유(有)를 창조했다가
공(空)으로 돌아가야 하는 무상(無常)한 세상입니다.
★空의 실천
오늘도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불보살님의 가호와 가피로
자기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었으면 대단히 좋겠습니다.
나무대원본존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새벽내부지런한 차고곡 짬달은시간속에이제폰을 봅니다. 천둥번개가 이제멈추는듯 해요 .고추는 땅 말 라야 널어야할것 같아요 ..조금쉬었다 사시 예불 오려이ㅣ겠지요. 기도스님께서 삼박 사일 휴가시라 젝ㅣ도와 불공 시간이 와요 ...해탈심보살님 대글은 이하 동문 참감사 드립니다 ...깨달음의 수행의 뭉침이 코로나 가 물러 가겠읍니다 .. 건강하세요 무론 그쪽도량 에힘이되시겠지요 ...불법승 ! 나무아미타불
ybr님의 댓글의 댓글
ybr 작성일
생기발랄하신 큰보살, 원만행보살님!~
건강을 이유로 또한 여러가지 일로 하루종일 바빠서
이제 댓글 드립니다.
고추 말리는 일은 날씨와 큰 상관이 있더군요.
설정스님 휴가 덕분에 보살님 일이 한결 더 무거우시겠습니다.
크나큰 공덕 덕분에 내생은 반드시 복덕이 충만하실 것입니다.
성원과 격려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정광월 합장님의 댓글
정광월 합장 작성일
백중 날
과천오시지요
글 올리시느라
수고하십니다
건강하셔요
ybr님의 댓글의 댓글
ybr 작성일
참 좋은 도반, 정광월보살님!~
하루종일 바빠서 답글이 늦어 죄송합니다.
백중 날 포교당 꼭 참배하고 싶습니다만. . . . .
두 보살님들의
변함없는 성원과 격려
깊이 감사 감사드립니다.
우리 모두항상 건강하기를 축원하겠습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ㅇㄷ님의 댓글
ㅇㄷ 작성일
나를 지우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무'자가 필요하다. 이 세상이 업의 바다라면, '무'자는 그 바다에서 우리를 수면 위로 뜨게 하는 구명장비와 같다.
요즘 미니멀 라이프 외치는 사람들도 '무' 를 필요로 하는듯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