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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스님 { 안면암 일기 } : < 환희불 > ㅡ {진흙이 꽃을 피우네} 석지명 큰스님 산문집에서 2021년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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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3건 조회 2,324회 작성일 21-09-0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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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라한처럼 깨끗한 이를

누가 헐뜯어 말할 것인가?

모든 신도 그를 칭찬하나니,

범천(梵天), 제석(帝釋)도 그를 칭찬하나니.


따스한 햇볕과 고운 바람 앞에, 그윽한 향기와 아름다운 맵시로 우리의 마음을 빛나게 하는 가지각색의 꽃에는, 자랑스러운 영예가 있다.

무겁고 어두은 검은 흙 속에서, 남 모르는 인종과 침묵의 성업(聖業)을 쌓아 가는 그 뿌리에는 쓸쓸한 고련(苦練)이 있다.

그러나 자랑스러운 영예는 쓸쓸한 고련에서 피어난 꽃이거니, 법(法)의 열(悅)과 도(道)의 낙(樂) 속에서 혼자 가만히 살아가는 고련의 생명은 축복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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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불

      나는 동진출가(童眞出家)했다. 즉 결혼하기 전의 어린 나이에 입산했다는 말이다. 엄격하게 말하면 '출가했다' 또는 '입산했다'는 말은 능동형이므로 내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철이 들기 전에 나 자신도 모르는 어떤 인연에 의해서 절에서 수도생활을 하게 되었기 때문에 '출가했다'기보다는 '출가되었다'는 수동형이 옳은 표현이 될 것 같다.

   동자승 시절에 나는 깊은 산속의 한 암자에서 노스님 한 분을 모시고 염불, 독경, 참선을 공부하게 되었다. 불도佛道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 방면에서 닦아야 하는데, 그 첫째는 계율을 지키는 일이요, 둘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신을 집중하는 일이요, 셋째는 인간존재의 실상을 여실히 파악하는 지혜를 기리는 일이다. 이것을 불교의 전문용어로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이라고 하는데, 이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계율이다. 그래서 나는 노스님께 매일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죽이지 말 것, 훔치지 말 것, 음행하지 말 것, 거짓말하지 말 것, 술 마시지 말 것"이라는 계율의 가르침을 들어야만 했다.

    어린 시절의 내게 계율을 지키는 일은 식은죽 먹기와 같았다. 나는 사찰 내에서만 살아야 했기 때문에 계를 범할 필요나 유혹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노스님께 계율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는 '왜 내게 필요 없는 말씀을 또 반복하실까? 하고 의아해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날 내게 중요한 계율문제가 생겼다. 내 생식기가 발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음행을 하지 말라'는 말이 글자 그대로는 성교를 하지 말라는 뜻이므로 성기의 발기 자체는 큰 죄가 아니지만, 그것과 함께 일어나는 마음속의 번뇌는 분명히 계율을 범하는 것과 같이 느껴졌다.

    발기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나는 죄책감을 느끼면서 노스님께 들킬까봐 크게 걱정했다. 그리고 이 문제의 가장 유효한 해결책은 우물가에 가서 찬물로 목욕하는 일이었다. 찬물을 뜨거운 몸에 끼얹기만 하면 신통하게도 몸이 평온을 찾을 수 있었다.

    어느날 우물가에서 찬물을 몸에 끼얹으려고 옷을 벗다가 발기된 성기를 노스님께 들키고 말았다. 나는 내면에서 일어나는 음행의 번뇌를 보인 것이 너무 부끄럽고 죄송스러웠다. 며칠 후에 노스님을 찾아가서 음심淫心을 품은 것에 대해서 참회했다. 노스님께서는 껄껄 웃으시며 '참회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그리고 만다라 한 장을 꺼내 보이며 밀교密敎의 '환희불歡喜佛'에 대해서 설명하셨다.

    환희불은 언제나 섹스의 정기가 충만한 부처님이시다. 우리의 성기는 잠시 동안 발기되었다가 시들어버리지만, 환희불은 24시간 365일 언제나 발기상태에 있다고 한다. 단지 일반인의 욕망이 육체적이고 개인적인 데 비해서, 환희불의 발기력은 전 우주를 한꺼번에 녹여버리려고 하는 정신적인 기운이다. 보통사람에게 순간적으로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성욕은 환희불의 영원한 발기삼매勃起三昧에 비하면 너무도 초라하고 싱거운 것이다.

   우리에게 성기는 말초신경이다. 그러나 환희불에게는 눈, 귀, 코, 혀, 몸, 뜻 등 모든 감각기관을 포함해서 전신 어느 한 곳 성기 아닌 곳이 없고, 어떤 말 한마디 성교의 언어가 아닌 것이 없다. 그리고 모든 마음의 교류가 그대로 성교다. 단지 환희불은 우리 중생과 달리 영원한 성교유보상태에서 섹스를 음미한다.

   음식을 먹고 배가 부른 후에는 음식 맛이 없어진다. 마찬가지로 성교가 있기 전에는 성의 맛을 음미할 수가 있지만, 성교를 통해서 배설하고 나면 성을 제대로 음미할 수가 없게 된다. 묘한 역설이지만 우리가 음식이나 색色의 맛을 알려고 하면 할수록 그것들을 함부로 취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음식과 색에는 차이가 있다. 음식은 몸을 위해 부득이 취해야 하지만, 색은 그 욕망을 억누르는 정도에 정비례해서 색을 음미하는 힘과 감각이 무한히 예민해진다.

    사람들은 흔히 성교를 유보함으로써 색을 음미하려고 하지 않고, 배설함으로써 색의 맛을 부수려고 한다. 그리고 육체적인 말초신경의 힘으로 색의 맛을 보겠다고 보양補陽 또는 보음補陰을 하는 데 열중이다. 남자들은 정력에 좋다는 것을, 그리고 여자들은 미용에 좋다는 것이면 무엇이나 가리지 않고 취하려고 한다. 환희불의 가르침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불교에서 참선하는 법의 기본은 복식 호흡, 항문 오므리기, 혀로 입천장 긁기인데, 이것들은 모두 참선하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전신 성교할 수 있게 하는 준비운동이다. 사람의 정액을 정체시켜두면 썩어서 몽정夢精이나 유정遺精으로 배설된다. 정액을 끊임없이 몸 전체로 순환시켜서 정기精氣로 만들어야 한다.

   참선법의 이 순환과정에서 차가운 물기운은 머리쪽으로 올려보내고 뜨거운 불기운은 배꼽 아래 단전 쪽으로 내려보낸다. 머리 쪽의 병은 모두 뜨거운 데서 생기고 아래쪽의 병는 모두 차가운 데서 생긴다는 것을 옛날의 선사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서 터득했기 때문이다. 참선해서 도를 통한다는 말은 인간존재의 실상을 여실히 파악한다는 말이 되고 또 한몸과 마음이 우주와 성교대기상태에 있다는 말도 된다.    

   뒷날 나는 앞의 노스님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어렸을 때에 성욕, 사랑, 고독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지도 못했는데, 깊은 산속에 살던 내가 어떻게 성욕을 느끼고 고독을 느끼게 되었느냐는 것이었다. 그 노스님은 한참 생각하다가 전생의 업으로 설명하려 하셨다. 내가 금생의 사람몸을 받기까지 오랜 동안 한량없이 많은 사람몸을 받으면서 색욕을 일으켜왔기 때문에, 그 색욕이라는 습관의 업이 금생의 내 몸과 마음에도 찌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에게 배운 바가 없이도 사람은 본능으로 색에 대한 욕망을 갖게 되고, 그것이 충족되지 못했을 때 고독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잡초가 많은 땅일수록 곡식을 심으면 잘 자라고, 파도가 높은 물일수록 속이 깊다. 사람에게 욕망이 없기를 바라는 것은 모두 파도를 없애고 물을 얻으려는 것과 같다. 인간에게 본능으로 일어나는 색에 대한 욕망이 클수록, 그것을 뒤집어서 승화시키면 자기중심의 욕구가 아닌 상대위주의 사랑으로 만들 수 있다. 우리가 마음을 써야 할 것은 우리에게서 일어나는 육체적인 욕망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좋고 참답고 아름다운 것으로 발전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서로 좋아하다가 백년해로를 굳게 약속하고 결혼식까지 올린 사람들 가운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랑이 시들고 권태가 생기다 못해 심지어는 증오심마저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 사랑을 잘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전신성교全身性交 또는 전심성교全心性交를 하지 않고 육체의 말초신경에만 국한된 부분성교에 그치고, 색을 음미하기 위한 성교유보를 하지 않고 순간 순간 일어나는 욕망에 따라 배설하는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성기를 절단당한 내시도 색에 대한 욕망에 헐떡거린다고 한다. 독신이나 짝이 있는 사람을 막론하고 욕망에 찬 우리 모두가 노스님이 알려주시려 한 환희불의 가르침을 실천해서, 인간에게 본래로 주어진 삶의 참 맛을 마음껏 누리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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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저는 살아오면서 아주 가끔 사찰에서나 미술품으로 환희불을 뵌 적이 있습니다.
무지한 불자의 중생심으로 인하여 환희불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환희불> 글 내용을 타이핑하면서
빙산의 일각이나마
환희불의 가르침을 이해할 수 있는 행운을 만나 매우 기뻤습니다.

이제 3시간 후면
안면암 포교당에서 8월 초하루 법회가 열립니다.

코로나 19 재난의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법회에 참석하기가 수월하지 않은데
가을 장마처럼 빗줄기가 제법 세니 걱정이 됩니다.

제발 노보살님께서  비 때문에 고생하지 않으셔야 할 텐데요.. . . . .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

이런저런  오 늘도  행복했으면좋겠읍니다  .괴로움의소멸  .  나를  균형잡아줄  주의에도반과  스승을만난복과인연에  항상  점검과  감사할줄  알아야한다  .끈임없이  공부해가는  이시간 고안이  지금얼마나행복한가 ,직접도어렵지만  온라인으로  쉽지않지만  하겠다는마음이  중요해졌다는것  발  아뇩다라  샴먁삼보리를 겸허하고  기뿐마음을 자기보다  뛰어나  잘되는친구와  .!    아니면뭇쏘의  뿔처럼  혼자가라  .!      주변에 모두가있어도  종국엔혼자다 .  바깓에서는 아닌것  본래내가  구족 하다는것을 안다  .일체우주에서  진정  혼자.?!    달마가 본성을보지모하면  염불하고  등등 또안되면 선지식의  가르침을  점검해야한다  .꼭.  본래내가아무것도 없구나  깨달아야한다  천도제계율 염불등을    방편등  도움이다    달마의  본성  ?  방편은다쓸어버리고  곧장  길없는길  !    만약  깨닫지못하면  얼른  큰스승  을 찿아가라  .    육조혜능 대사는  ?  마음이얼석어  직지 인 심 의 가르침을  !  대선지식의 일대사  인연이  있읍니다  .      임제선지시게서는  ?  이꿈의환명의 차칵을    반려자라  말하지만    환.  환영 .과같은것이다 .머뭇거리는 사이에곧장죽음이다 .  형제도  상 이다  .  말도아니지만놀라고 이세계에서  중요한것이다  .  먼저  선지식을  ...,  나무아미타불    올기도의큰스님의    혼신의  심적의  울림 기도진정의  딱딱 가정마다 가피가  전해질수  있겠읍니다  ....나무  화엄성중  금가장  대  아뇩다라  삼먁삼보리  마하살    모두 감사드립니다  .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생기발랄하신 큰보살, 원만행보살님!~

대선지식을 만나 뵙는 일대사 인연은 숙생의 공덕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보살님 말씀처럼
큰스님의 혼신을 다하시는
기도소리는 가정마다 그 가피가 전해지고
마침내 극락세계까지 타고 올라갈 것입니다.

우리들은 대선지식을 만나 뵈었으니 점차로 지혜와 자비가 충만해지리라 믿습니다.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