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스님: <삼복 더위에 고추 말리기 > 2021년 8월 7일 土 (음 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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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3건 조회 2,617회 작성일 21-08-07 09:5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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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민 속에 있어서 번민 없으매
내 생은 이미 편안하여라.
모든 사람 번민하는 속에서
나 혼자만이라고 번민 없이 살아가자.
자네는 슬퍼해도 나는 슬퍼하지 않으련다.
일면불(日面佛), 월면불(月面佛).

누구나 장단점이 있다.
매년 정초가 되면 일년의 운세를 점쳐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는 사람' 가운데는 관상. 수상. 골상이나 각종 사주 같은 옛 사람들의 일생 운명통계학을 이용해 상담에 응하는 이들이 있고, 갖가지 신기운을 이용해 상대의 혼에 파고 들려는 무당들도 있다. 또 고객이 뽑아든 점괘 패로 길흉화복을 점치려고 하는 이들도 있다.
저들의 운명감정 정확도는 얼마나 될까. 여기에는 과거사와 미래사에 차이가 있다. 지나온 일은 제대로 알아맞히는 경우가 많고 앞으로 닥쳐올 일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왜 그럴까. 과거의 일은 상담자와 고객이 함께 정리하면서 상징적인 점괘 표현을 고객 처지에 맞게 풀이할 수 있지만, 미래의 일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신문은 유명한 심진송씨의 한해 예언적중률이 5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래서 운명감정을 부질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50퍼센트를 알아맞히는 것은 둘 중 하나를 집어내는 일이어서 맞으면 좋거니와
틀려도 어쩔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짓은 하나마나한 일이 아니냐"고 비아냥거리리기도 한다.
독자가 내게 신년운세나 일생의 운명을 묻는다면 세상 사람들이 흔히 쓰는 '50 대 50' 이라는 말로 응답하고 싶다. 이는 미래사를 알아맞힐 확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성취하거나 실패할 수 있는 잠재성의 비율을 뜻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장점과 단점이 있다. 건강이 좋은 사람은 머리가 나쁠 수 있고, 건강과 머리가 다 좋은 사람은 복이 없을 수 있다. 건강. 지혜. 복을 다 갖춘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찾으려는 원력이 없을 수 있다. 돈 . 사랑. 권력. 명예. 안락 등 세상 사람들이 얻고자 하는 단어들을 빠짐없이 열거해놓고 그것들을 '나'가 다 성취하고 소유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영원히 불행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못나고 불행하다거나, 하는 일마다 잘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현재 자신에게 있는 특장(特長, 특별히 뛰어난 장점)을 찾으려고 해야 한다. 남의 밥에 있는 콩이 더 커 보이고, 남의 성취가 더 좋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겉모습일 뿐이다.
높은 산의 정상까지 올라가보라.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텅비었다. 오직 자신의 발 아래 개미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을 내려다보고는 다시 내려와야 한다. 그나마 산에 오르는 길은 공기라도 좋지만 재물 . 권력. 명예의 정상에 오르는 길은 온갖 탁기로 가득 차 있다. 농사짓던 사람이 출세하려고 하지만, 출세가도의 고달픔을 체험하고 나면 언젠가 농사나 지으면서 전원주택에 살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된다. 상승욕구의 끝없는 헐떡거림을 멈추려면 지금의 나에게서 안심입명安心立命을 얻어야 한다는 말이다.
법화경 약초유품藥草喩品에는 삼초이목三草二木의 비유가 있다. 상중하의 약초와 크고 작은 나무가 나름대로 독특한 삶의 가치가 있다는 교훈을 전한다. 약기운이 강한 약초는 중병에 쓰이게 되고 , 약한 약초는 가벼운 병에 쓰이게 된다. 가벼운 병에 상품의 약초를 쓰면 약효가 지나쳐 새로운 병을 만들게 된다. 전봇대로 쓸 나무를 이쑤시개로 쓸 수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아무리 못난 풀이나 작은 나무도 의미있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연초에 사람들은 삼재三災와 팔난八難의 소멸을 기원한다. 한데 팔난, 즉 여덟 가지 어려움 가운데 흥미로운 항목이 들어 있다. 너무 안락한 것도 난관에 속한다. 너무 편하면 안일에 빠진다. 안일. 방심. 패망은 필연적 순서다.
그래서 50 대 50의 원칙은 잘나가는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성취를 누리는 사람도 자신에게 숨어 있을 나머지 반쪽의 단점을 찾아 보완해야 한다. 참 공평하지 않는가








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설봉스님께서 직접 농사지으신 고추 중
빨갛게 익은 고추가 별로 없어
일주일 전에는 1차로 조금만 따오셨습니다.
한창 뙤약볕에서 잘 마르고 있습니다.
그저께는 아침 이슬을 흠뻑 맞으시며
아주 큰 마대에 한 자루를 따다 주셨는데
고추의 빨간 빛이 참으로 고왔습니다.
이틀 동안 무량수전 1층 홀에서 말렸던 것을
매점 손처사님께서 비닐 하우스에다 옮겨 주셨습니다.
설봉스님께서는
비닐 하우스 안이 엄청 더우니 고추가 잘 말라가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푹푹 찌는 폭염에
땀 뻘뻘 흘리시며 매일 물을 주어 키우셨으니
'일품김치'로 소문난 올 안면암 김장 김치는 더욱 맛있을 것 같습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그러게요 해수물로절여서 씻은김치 김장김치 그립습니다.. 역는 괴산 불정고추 윷가락갗이 잘빠진 아침6시에 널고 그래요.우리는밝은지혜힘써닦아야한다 .마음을닦는종교다 복을짓는다 널리보리심 지혜를 부지런히닦는다 . 나무아미타불 설봉스님새벽에 고추따시느라 고생하셨어요 .. 혼자가지마시고 .함께 복짓는 연습도 덜 해야겠죠 .. ㅎㅎㅎ 감사합니다 .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생기발랄하신 큰보살, 원만행보살님!~
언젠가 설봉스님께 안면암 김치는 왜 그렇게 맛있냐고 여쭌 적이 있었습니다.
해수물에 절여서 맛있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나네요.ㅎ
괴산 불정고추? 한번도 본 적 없답니다.
어느 종교나 결국은 마음 닦는 것이지만 너무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금년 기후는 너무 더워 설봉스님께서 꽤 힘드실 텐데 걱정입니다.
하지만 오늘이 벌써 입추니까 머지않아 무더위 스스로 물러가겠지요.
복도 공부도 함께 지어야 보람이 생길 것 같네요 ㅡㅡㅡ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