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스님: { 안면암 일기} 여여하시지요? 2021년 8월 9일 月 (음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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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5건 조회 4,308회 작성일 21-08-09 10:49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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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깨끗하여 가진 것 없으매
내 생은 이미 편안하여라.
하늘에 있는 광음천(光音天:神)처럼
즐거움으로 양식을 삼자
우리는 우리의 지위도 없고 명예도 없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자.
더구나 그러한 자신이라 경멸하지 말자.
인생의 어느 생활에도 진리와 광명은 가득 차 있다.

하심下心
뭐라더라.
예수는 "오른뺨을 맞으면 왼뺨마저 내놓아라"고 하고 , 석가는 "맞았을 경우 불구가 되지 않은 것을 감사하라"고 했다던가.
세속을 떠나 승려가 되기 위해 절에 들어온 초심자를 행자行者라고 한다.
행자가 가장 먼저, 그리고 자주 만나는 절집용어는 '하심下心'이다. '자기자신을 철저하게 낮추는 마음공부'라는 정도의 뜻이다. 이 하심을 위해 행자는 부엌에서 밥 짓고, 국 끓이고, 반찬 만드는 등의 천한 일을 한다. 세상을 건질 도인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완전히 낮출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끊임없이 되풀이해 듣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위에 오르고 싶어한다. 일등이 되고 싶어한다. 높은 자리에 앉고 남들한테서 인정받기 위해 죽어라고 공부하고 일한다. 어느 분야에서 일등 하는 것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도 다른 분야에서는 일인자의 자리를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설사 공부나 일을 싫어하는 이라 하더라도 노는 분야에서나마 남들보다 앞서려 한다. 사랑을 포기한 이도 자신의 명예를 높이는 일은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은 그냥 서 있지 않다. 자신을 높여야 한다는 아주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큰인물들이 참석하는 중요한 행사에서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는 자리배치다. 앞자리에 앉아야 할 사람이 뒷자리에 앉고, 먼저 소개해야 할 사람이 나중에 소개되면 그 당사자들은 모욕을 느낀다. 오지 말아야 할 곳에 왔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나라의 최고지도자와 같이한 자리에는 아예 참석자들에게 서열번호가 부여된다고 한다. 같은 사람이 다시 초청받더라도 현직에서 물러난 뒤에 가면 서열번호는 까마득히 뒤처진다. 내가 나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뻔뻔스로워야 한다. 남보다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경쟁자가 나타나면 독하게 마음먹고 양보하지 않아야 한다. 아울러 음모를 꾸미고 지략을 펴야 한다. 어떤 이가 나를 높이 오르도록 돕게 하려면 그로 인해 그가 받는 이익이 어떤 것들인지 쉽고 간결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높이 오르기 위해 억지를 쓰는 것이 얼마나 피곤하고 멋쩍은 일인가.
왜 우리가 높이 올라야만 하는가. 자신을 높이 올려야 한다는 저 짐을 내려놓아버리면 되잖나. 그래, 석가가 우리에게 전하려고 하는 긴요한 메시지가 바로 저 짐을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그러면 아주 고요하고 편안해진다. 헐떡일 것이 없다. 자기를 올리지 않으면 아래오 떨어질 것도, 잃을 것도 없다. 두려워할 것도 없다.
한데 우리 범부 중생에게는 저 짐을 내려놓는 일, 즉 하심하는 일이 쉽지 않다.
방향을 잘못 잡으면 허무주의에 빠지기 십상이다. 현실을 더 살기 좋은 이상세계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보일 수 있다. 진짜 하심은 남을 높이고 자신을 낮추는 데서 찾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보살행이다.
법화경法華經은 하심하는 보살행의 예를 보여준다.
상불경보살은 누구든지 만나기만 하면 "어른께서는 장래에 반드시 궁극의 지혜와 자비를 얻고 펴는 위대한 인물, 즉 부처가 되실 것입니다"는 말을 한다.
상대가 "나는 그런 것 필요 없으니 미친 소리 지껄이지 말라"고 하면서 작대기를 휘두르고 돌을 던지면 도망치면서도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열반경涅槃經도 하심수행의 예를 소개한다. 상대를 높이는 말을 해주어도 상대가 성을 내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는 상대의 종이 돼 상대를 받드는 일에 평생을 바친다. 이것이 일생에 끝나지 않고 상대가 그를 알아주게 될 때까지 무한생을 계속한다.
언젠가 한 방송사가 '칭찬하자'는 운동을 편 적이 있었다.
내 욕심으로는 '상대을 높여주자'로 한 단계 더 높였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저마저도 상대를 존중하는 세상을 만드는데 큰 도움을 주리라 여겼다.
계곡은 낮아서 물을 모으고, 바다는 더 낮아서 큰물을 담는다. 높아진 산꼭대기와 육지는 끊임없이 물을 아래로 아래로 내려보낸다. 나를 굽히고 낮춰보자. 참기 어려운 굴욕을 삭여보자. 그러면 저절로 흘러내려오는 그 무엇이 있다.


오선주 보살님께서 조성하신 불이여래 부처님

정광월 보살님께서 열흘전 보내 주신 <백일홍>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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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우리들 안면암>은
언제나 늘
이리도 고요하고 아름답고 평화롭습니다.
우리 안면암 불자님들! 독자님들!
무더위와 코로나 19 환난에서
여여하시지요? 여여하시지요?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ybr님의 댓글의 댓글
ybr 작성일
생기발랄하신 큰보살, 원만행보살님!~
감사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소양자님의 댓글
소양자 작성일해탈심 대보살님, 감사합니다. 여여합니다. 아닙니다. 매순간이 다릅니다. 여여합니다...... ( 웃음) 독일의 자연심합장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글로벌 원더우먼 소양자 대보살님!
명답이십니다.
어쩔 수 없는 삶의 연속이 아닐까요?
하지만
마음이 평화롭고
남에게 해로운 일을 하지 않으면 그로써 위안이 되겠지요.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