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스님 { 안면암 일기 } : <사람은 환산하기를 좋아한다> {진흙이 꽃을 피우네} 석지명 큰스님 산문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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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3건 조회 3,325회 작성일 21-08-21 09:04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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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부터 걱정이 생기고
사랑으로부터 두려움이 생긴다.
사랑이 없으면 걱정이 없거니,
또 어디에 두려움이 있겠는가?
사랑은 결점을 묻어 준다.
그러나 그 결점에서 오는 관심의 고통을 두려워하여
일부러 못 본 척하기도 한다.

사람은 환산하기를 좋아한다
며칠 전에 한 도반과 함께 시골의 여관에서 이틀 밤을 지내게 됐다.우리는 온돌식 방을 원했지만 침대방만 남아 있었다. 독신생활로 혼자 자는 데 익숙해진 우리는 둘 중 하나가 방바닥에서 자야 할 처지였다. 나는 도반이 편히 쉬도록 침대를 양보하고 싶었지만 상대는 막무가내로 방바닥에 드러 누우면서 나를 침대로 밀어붙였다. 첫날밤에는 하는 수 없이 내가 높은 자리에서 잤는데 , 둘쨋날이 걱정이었다. 나만 계속 높은 자리에서 잘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양보하기 좋아하는 도반을 이렇게 달랬다. 침대와 방바닥이 다를 바 없다. 단지 높이가 다를 뿐이다. 그러니 누가 높은 자리에서 자더라도 좋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돌아보자. 중생심은 높은 곳에 이르고 싶어한다. 도반이 내게 침대를 양보하려고 하는 마음바닥에는 침대의 높은 자리가 더 좋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높은 침대와 낮은 방바닥이 차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 또는 높은 자리가 좋다면 교대해 누린다는 의미에서 오늘은 내가 방바닥에서 잘 수 있게 해달라. 이와 같이 말했더니 그 도반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침대로 올라갔다.
사람은 환산하기를 좋아한다. 돈, 권위, 명예 같은 성취로 높고 낮음, 귀하고 천함은 계산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골동품을 수집하는 이들은 예술품의 가치를 돈으로 정하는 수가 많다. 결혼상대를 고르는 이들은 상대가 가진 것이 내 편에 얼마나 이로울지 계산한다.
인명사전에 오른 이들을 보자. 성취를 따지는 환산은 극치에 이른다. 각기 자기 분야에서 높은 위치에 오른 이름들뿐이다. 단순히 착하고, 정 많고 , 남을 위하여,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으로는 인명사전에 오를 수 없다. 그것들은 성취로 환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상사나 인생을 철저하게 성취로만 환산한다면 난처한 일이 생긴다. 아무리 떵떵거리며 일생을 살아도 죽은 다음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화장해서 타고 남은 재나 무덤이 있겠지만 그마저도 오래 지나면 없어진다. 우리는 보통 살아 있을 때를 위주로 계산한다.
그러나 나를 내세우고 내 성취를 말하기로 한다면 오늘뿐만 아니라 어제와 내일도 계산에 넣어야 하고 천년 전과 만년 후도 생각해야 한다. 무량겁을 지나면서도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진정한 나가 무엇인지 모른다면 내 성취를 말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이겠는가. 그래서 석가는 인간의 온갖 성취하는 것이 '공' 즉 ' 실체 알맹이가 없는 상태'에 있다거나 '일체유심조' 즉 '마음에 의해 창작된 것일 뿐'이라고 가르친다.
공허하다는 것은 침대 위나 침대 아래에 똑같이 아무런 성취의 의미를 붙일 수 없다는 뜻인 동시에 성취는 모든 곳에 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텅 비었다는 말을 뒤집어 표현하면 꽉 차 있다는 뜻이 된다. 성취가 없기로 말하면 아무 곳에도 없고, 있기로 말하면 모든 곳에 있다는 것이다.
일체유심조라는 것은 공에 덧붙여진 마음의 유희를 나타낸다. 어디에도 성취가 없거나 모든 곳에 성취가 있는데도 마음이 번뇌를 일으켜 어떤 것에는 성취라고 이름 붙여주고 다른 것에는 실패라고 낙인찍는다는 말이다.
세상에 같은 것은 없다. 다른 것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려고 하니 문제가 생긴다. 하나밖에 없는 대통령자리나 최고의 자리로 성취를 말하면 우리 모두가 실패자가 된다.
침대식과 온돌식은 인연의 문제지,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니다. 세상사 모두가 마찬가지다. 이를 체달하면 우리 모두 각자 서 있는 그 자리를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나름대로 성취를 누릴 수 있다. 왕자와 거지, 대장과 졸병, 창작자와 감상자가 침대 위나 아래에 있음에 상관없이 성취자임을 느낄 수 있다.
자, 외치자. "나는 성취자"라고. 특히 침대 아래 방바닥에 누워서 말이다.






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코로나 19 재난과 폭염에 지친
인간들을 달래 주려고 요 몇새 단비가 자주 내리고 있습니다.
무상(無常)을 가르쳐 주기 위해
기승을 부리던 더위가 서서히 물러가듯이,
코로나 19도
인간의 지혜와 단결 앞에 맥을 추지 못하는 날이 가까워질 것입니다.
나무대원본존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정광월 합장님의 댓글
정광월 합장 작성일
비가 많이 오네요
내일은...
포교당 들어가는 길이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참 좋은 도반 정광월보살님!~
여기 일산도 지금 비가 많이 오네요.
내일은 햇님이 방금 웃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