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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스님 { 안면암 일기 } : < 상사초(想思草) > 2021년 8월 27일 금 (음 7.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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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7건 조회 8,306회 작성일 21-08-27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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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사람이 고향을 떠나

오랜 동안의 나그네길 마치고,

멀리서 안전하게 돌아온 때에

친척이나 벗들이 반가이 맞이하듯.


씨를 뿌리고, 김을 매고, 거름을 주어 곡식을 거두는 것은

밭을 간 자의 보수만이 아니라

훌륭한 명예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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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절망하자

         한 수재민이 절망감을 이기지 못해 자살했다. 부서진 집과 망쳐진 고추밭을 바라보던 그 농부는 집 고치기를 중단하고 고추밭에 가서 극약을 먹었다.

   한 대학생이 물에 빠진 어린이를 구하고 자신은 죽었다. 그런데 구출된 어린이의 부모는 죽은 이의 유족을 위로하는 말 한마디 없이 사라졌다. 유족은 어이가 없었다. 왜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진짜 사람이 죽어야 했는지 너무도 원통하기만 했다.

   지금 절망하고 원통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앞의 두 사건은 일부러 극적인 예만을 골랐을 뿐이다. 은행과 크고 작은 기업의 퇴출이나 구조조정으로 멀쩡한 사람들이 쓰러져 간다. 이미 퇴직당한 이는 오히려 담담하다. 퇴직이 예정된 사람은 속된 말로 '죽을 맛'이다. "왜 하필 내가"를 말하면서 누구를 원망하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체념하면서 닥치는 대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겉마음뿐이다. 묘한 절망과 원통의 울화가 불쑥불쑥 치밀어오르곤 한다.

   수해민이나 실직자에게만 고통이 있는가. 아니다. 누구에게나 있다. 비행기회사의 주인에게 물어보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건설회사의 주인에게 물어보라."요즘 살 만한가"고. 그들은 실직자가 오히려 속 편하다고 말할 것이다.

   심지어 나 같은 삭발자에게도 속俗스러운 고통은 따라다닌다. 천년 동안 환경을 지켜온 고찰에 와서 30년 된 그린벨트법을 들이대며 멀쩡한 대지에 건물은커녕 천막도 칠 수 없다고 한다. 그린벨트 구역에 사는 이는 감독관청의 죄인이 되고 그들의 눈치를 보는 종이 될 수밖에 없다. 법조문 앞에서 절망하고 안타까워한다.

   외아들을 잃고 울부짖는 부인에게 석가가 말했다. 집안에 죽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람을 한 명만 데려오면 아기를 되살려주겠다고.

   나는 항상 즐겁고 편하게만 살고 싶어하는 이에게 석가의 교화법을 그대로 쓰고 싶다. 아무런 고통이 없다는 사람을 한 명만 데려오면 내가 모든 고통을 없애주겠다고 말이다. 

   사람은 왜 사는가. 뼈다귀 하나를 얻으면 누구에겐가 빼앗길까 두려워 구석진 곳에 가서 온종일 그것을 이리저리 핥아대는 개가 그 답을 만드는 데 좋은 힌트를 준다. 사람들은 누구나 데 나름대로 무엇인가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자기 것이라고 생각한다.   

   석가는 이상한 방법으로 절망의 고통을 이기라고 가르친다. 저 뼈다귀를 놓는 데서부터 시작하라고 한다. 뼈다귀를 잃고 괴로워하는 것은 작은 절망이다.   

   크게 절망해야 한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우리 모두의 죽음을 생각하며 고민하는 사람이 크게 절망하는 것이다. 크게 절망하는 사람은 어떻게 사는가. 자기를 무한히 낮추고 없앤다.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든다.   

    한 수행자가 선사에게 물었다. 

    "부처는 어떤 분입니까?"   

    선사는 "용변 후 항문을 닦아내는 휴지이니라"고 대답했다.   똥은 더럽다. 물론 똥보다 더 더러운 것을 말하기도 하지만, 그 경우에도 똥이 더럽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우리가 각자의 나를 저 '똥닦이'와 같이 천하고 더러운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곳에 무슨 절망과 원통함이 붙겠는가.


    본래 가진 것이 없으니 잃을 것도 없고, 처음부터 낮으니 비교할 것도 없다. 자유인이 되는 것이다.  저 농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큰 절망을 몰랐기 때문이다. 하나뿐인 목숨마저 놓고 갈 생각을 하면서 농사를 망치고 집이 망가졌다는 것이 어떻게 자살의 이유가 되겠는가.   어린이를 구하고 죽은 대학생의 유족이 원통해하는 것도 역시 작은 절망에 매달리기 때문이다. 옆에서 죽어가는 어린이를 구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인연의 문제다. 그 상황에서 물에 빠진 사람이 어린이가 아니다. 그것을 보는 대학생이다. 요리저리 따지다보면 큰 절망의 마음이 나오지 않는다. 얼결에 진여眞如의 본성이 시키는 대로 따를 때, 남을 구하고 자신을 죽일 수 있다.   작은 절망은 이 몸만 죽인다. 생사해탈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큰 절망을 느껴야 저 허공과 같이 걸림 없는 큰 몸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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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초의 애절한 그리움을 

금방이라도 터질 것같은 눈망울로

지켜 보고 계시는 대자재비 약사여래부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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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안면암 바닷 바람을 상쾌히 맞으면서 차고와 비닐 하우스 옆에서 피어 있는 상사초입니다.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운명의 꽃 상사초가
무더위와 장마를 꿋꿋이 견디고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상사초는 이른 봄 여느 화초보다 일찍 실팍한 잎이 무성하게 자라다가 죽고는
두어달 후에 그 자리에서 꽃대가 올라와 4~5송이의 연분홍 꽃을 피우는아름다운 꽃입니다.

그리움, 기다림, 안타까움이 꽃말인 상사초를 보면서
사무치는 그리움의 실체를 잠시 생각해 봅니다.

해마다 이른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불자님들과 관광객님들의 가벼운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안면암을 지켜주던 상사초가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타는 그리움으로 더 애절하게 피어날 것입니다.

아직 멈출 줄 모르는 코로나 19환란으로
상사초와 선남선녀들의 그리움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형국입니다만,
저 해탈심도  병원 치료가 끝나면 안면암으로 달려가
상사초의 그리움을 아주 조금이나마 덜어 주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새빨간 상사초보다는 안면암의 연분홍 상사초가 더욱 좋습니다.
새색시처럼 수줍음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나무대원본존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정광월 합장님의 댓글

정광월 합장 작성일

상사초
길상사 종각옆  옮기기전
그땐 빨강색
요즈음 분홍색 상사화
송공사 선방스님께서
국제포교사 노보사님께 보낸 사진 속
그스님 법련사 법회
1층 스피커  모든 만남은 첫만남이고
모든 사랑은 첫사랑
서울대 나오셨데요
지묵스님 상좌
미국.오가심
재미있죠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참 좋은 도반 , 정광월보살님!~

모든 만남은 첫만남이고
모든 만남은 첫사랑 ㅡ   

저의  우둔한 머리가 확 트이는 법문입니다.

순간 순간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말씀 같습니다.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ㅇㄷ님의 댓글

ㅇㄷ 작성일

본래 가진 것이 없으니 잃을 것도 없고, 처음부터 낮으니 비교할 것도 없다. 자유인이 되는 것이다.  

본래 가진 것이 없으니 잃을 것도 없고, 처음부터 낮으니 비교할 것도 없다. 자유인이 되는 것이다. 

자유인이 꼬옥 되십시요

ybr님의 댓글의 댓글

ybr 작성일

ㅇㄷ님!~

본래 가진 것이 없으니 잃을 것도 없고, 처음부터 낮으니 비교할 것도 없다. 자유인이 되는 것이다.

본래 가진 것이 없으니 잃을 것도 없고, 처음부터 낮으니 비교할 것도 없다, 자유인이 되는 것이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자유인이 꼬옥 되십시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자유인이 꼬옥 되십시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나무아미타불..자이꼬밥들었네요..나무아미타불....

ybr님의 댓글의 댓글

ybr 작성일

생기발랄하신 큰보살 , 원만행보살님!~

한밤중 2시 지나 일어 나시니 잠이 들 수밖에 없겠지요. ㅠ ㅎ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