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스님 { 안면암 일기 } : < 바다의 공덕 4 > 2021년 7월 19일 월 (음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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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5건 조회 4,799회 작성일 21-07-19 07:29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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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을 벗어난 기러기 떼가
하늘을 높이 나는 것처럼
어진 이는 악마와 그 떼를 쳐부수고
세상일 멀리 떠나 노닐고 있다.
우리는 결코 미리부터의 기름진 땅을 찾아온 것은 아니다.
이 불모의 광야를 개간하고,
그 위에 우리 피의 부드러운 잔디를 나게 하기 위하여 온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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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법을 잘못 범하고
알면서 일부러 거짓말로 꾸미며
뒷세상 두려움을 믿지 않는 사람은
지어서 안 될 악이 세상에 없다.
사람은 대개 어떤 틀에 끼워지기를 좋아하는,또한 현실에 머물러 있기 쉬운 동물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생활에서 "현실의 이것말고, 이 현실 속에 우리의 전적 욕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완전한 자유의 세계가 있다."고, 가다가 한 번씩 맹성(猛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런 세계를 얻어 가지는 방도는 오직 현실의 이 인생, 이 우주에 대하여 우리의 시각을 돌림으로 말미암아, 한 개의 새로운 관찰점을 얻는다는 데에만 있을 것이다.


사랑과 자비
나의 산책 코스에는 비닐하우스들과 외딴집들이 있다. 외진 곳이라서 개를 키우는 이들이 많다. 여섯 마리의 개를 통과해야 산책을 마칠 수 있다. 걷다 보면 깊은 사색에 빠져드는데, 개들이 짖어대면 분위기가 망가진다. 그래서 나는 개들에게 뇌물을 쓰기로 했다.
아주 얇은 알루미늄 통에 든 개밥과 소시지 조각들을 구했다. 지날 때마다 먹을 것을 주니, 며칠 지나지 않아서 개들의 태도가 상당히 부드러워졌다. 알루미늄 통에든, 좀 비싼 먹이를 준 다음부터는 앞다리를 들고 꼬리를 흔들면서 나를 반긴다. 그러다 보니 개들과 나는 점점 정이 들었고, 개밥을 주기 위해서 산책을 거르지 않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비닐하우스를 지나는데, 항상 나를 반겨주던 개가 보이지 않았다. 다음날 또 다음날에도 없었다. 그래서 주변에서 일하는 이에게 물었다. 그 부근이 아파트 건립 지역으로 지정되고 보상이 끝나서, 비닐하우스를 모두 철거해야 하기 때문에, 개가 이사를 갔다고 한다. 다른 개들도 여러 마리 있지만, 작별인사도 없이 떠난 그 개가 더욱 보고 싶어졌다. 개가 있던 자리를 지날 때마다, 뭔가 휑하니 빈 것 같기도 하고, 슬픈 감상도 들었다. 개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나는 주는 쪽이고, 개는 나를 기다리며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나보다 개의 마음이 더 아플 것이다. 나의 장난기 섞인 음식 뇌물이 결과적으로 개를 괴롭게 만든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을 갖지 말자. 미워하는 마음도 갖지 말자. 사랑하는 마음은 너무 외로워, 미워하는 마음은 너무 괴로워. 사랑에 빠지지 말자. 미움의 뿌리가 되기 쉬우니. . ." 라는 유행가 노랫말이 새롭게 귀에 들어온다. 나는 그 노래가 부처님 말씀에 곡만 붙인 찬불가의 하나로 생각했다. 나는 개와 사랑을 나눈 것도 아니고, 저 개와의 이별 때문에 심하게 괴로움을 느끼지도 않지만, 저 노래를 들으면서 이런 의문이 든다. 사랑과 자비는 아무런 연관이 없을까? 사랑하는 마음이 없이 자비를 베풀 수 있을까?
우리 중생에게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무명無明' 즉 '미혹'과 '갈애渴愛' 다시 말해서 목마른 이가 물을 구하듯이 집착하며 매달리는 사랑'이다. 미혹과 갈애는 한 몸통을 양면에서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혹은 갈애 때문에 생기는 것이고, 갈애는 미혹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미혹의 갈애' 또는 '갈애의 미혹'이라고 붙여서 말할 수도 있다.
모든 번뇌 망상과 고통은 저 미혹의 사랑에서 생긴다. 사랑이 없다면 미혹하지 않을 것이고, 미혹하지 않다면 피차에게 고통을 주는, 집착하는 사랑을 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의 문제를 해결하면, 인생의 모든 문제를 완전히 푸는 것이 된다. 해탈하는 것이 된다. 그래서 출가 구도자는 입산하는 순간부터 '할애사친割愛捨親' 즉 애정을 단칼로 자르고 , 속세의 업으로 친숙한 이를 멀리 하라"는 말을 무수히 듣는다. 사람들은 "출가자들이 냉정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저 말이 머릿속에서 항상 보초를 서고 있기 때문이리라.
돌이켜 보니 나는 일생을 아주 비겁하게 살아왔다. 사랑으로부터 완전히 해탈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목숨을 위태롭게 하면서 누구에게 나를 주어 보지도 못했다. 아주 약삭빠르고 이기적으로 산 것이다. 나만을 위해 나만을 지키며 산 것이다. 개와 이별하고 저 노래를 들으면서도, 쓰라린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나의 '훈련된 이기심'이 무척 미안하다. 창피하다.
'자비', '사랑' 이 두 단어를 양손에 들어본다. 사랑에서 '미혹의 집착'을 빼고, '오직 주기 위해서'를 더하면 그대로 자비가 될 것이다. 어리석지도, 집착하지도, 사랑의 보답을 요구하지도 않고, 그저 상대를 위해 사랑만 한다면, 그처럼 훌륭한 자비가 어디에 있겠는가. 불교의 궁극 목표는 성불 즉 최고의 깨달음이다. 그 지혜는 무엇으로 나타나는가. 자비이다. 자비 없는 지혜는 가짜이다. 육바라밀의 첫째 항목이 보시이다. 반야가 목표이지만 그것도 보시로 나타나야만 진짜이다. 육바라밀의 다른 실천 항목들도 마찬가지이다.




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바다의 공덕 4>
ㅡ 석지명 큰스님 법어집에서
장애를 만날 때 더욱 강렬한 힘을 내는
불퇴전의 정신 자세를 배울 수 있다.
피해갈 수 있는 데까지 감싸고 돌지만,
일단 피할 수 없는 장애를 만나게 되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돌진해 나가는 정진력 말이다.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ㅡ 숫타니파타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ㅇㄷ님의 댓글
ㅇㄷ 작성일
어리석지도, 집착하지도, 사랑의 보답을 요구하지도 않고, 그저 상대를 위해 사랑만 한다면, 그처럼 훌륭한 자비가 어디에 있겠는가
나무아비타불
ybf님의 댓글의 댓글
ybf 작성일
ㅇㄷ님!~
청명한 아침의
지혜로운 댓긆
감사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부처님은 어느분이십니까? 심불급중생 심삼무차별 일체중생이 성불 한다. 사람사람 사람 에게부처가있다.신심과 정진 한결같이 밑는마음 조금도 의심치않고 믿는마음. 천상천하무여불 시방세계역무비 세간소유아진경 일체무유 여불자. 나무 아미타불 . 마음 중생 부처 차별이 없다.
정광월 합장님의 댓글
정광월 합장 작성일
큰스님
이곳 청계 쌍무지개 떳데요
건강하셔요
걸으시는 뒷모습....
저희 동넨 이제껏 보지 못한 큰무지개
이곳 청계 엄청난 크기 쌍무지개
스님 건강하셔요
정광월 두 손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