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스님 { 안면암 일기 } : < 일출 > 2021년 7월 27일 月 (음 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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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5건 조회 4,521회 작성일 21-07-27 07:02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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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늘의 즐거움을 받을 수 있어도·
그것을 버려 탐하지 않고
즐거이 사랑을 떠나 버리는,
그야말로 부처님의 제자이니라.
효율성이란 언제나 일시적 · 국부적인 것이다.
그것은 그 자신이 궁극의 목적으로서, 일정한 욕구 · 충동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 욕구가 그 욕구를 충족할 때, 그것은 곧 버림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존재 가치를 고집 · 유지하려 할 때에는,
그것은 우리 생명의 견디기 어려운 무거운 짐이 된다.


철없음 깨우친다고 기를 꺾지 말라
여행 중 저녁에 대중식당에 들게 되었다. 텔레비전에서는 소음된 상태에서, “내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가 방영되고 있었다. 다섯 살 남아가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던 중, 남동생이 생긴 후 관심의 분산 또는 편향을 느끼고 동생을 괴롭히는데, 어떻게 그것을 바로잡는지, 나도 궁금했다. 속으로 “일단 저 기고만장한 기를 꺾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아동심리전문가는 동생을 맞은 큰아이의 마음 상태를 ‘폐위된 제왕’에 비유했다.
큰아이의 소유 영역을 인정해주기, 동생과 똑같이 사랑하고 칭찬해주기, 동생을 보살피는 우월감 심어주기, 큰아이만 할 수 있는 역할을 주기 등의 방법을 썼지만 결정적인 전환점은 큰아이의 기를 제압하는 데 있었다.
전문가는 엄마가 두 손과 양발로 큰아이의 전신을 꼭 껴안고 눕게 했다. 아이가 움직일 공간을 없애서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란다. 아이는 빠져나오기 위해서 발버둥을 쳤지만 엄마는 요지부동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다. 마침내 아이는 항복하고 울면서 잘못했다고 말한다. 그때부터 큰아이는 달라지기 시작한다.
우리 모두는 한때 홀로 최고이다. 옆에서 보기에는 혼자만의 착각이라고 할지라도 제왕처럼 대우받을 때가 있다. 패기가 하늘을 찌를 듯이 오르기도 한다. 차츰 자신 외에 남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 기는 조금씩 가라않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에서 군대는 남자 아이들이 지닌 개인 중심의 순진한 기를 조절함과 동시에 팀 중심의 새로운 기를 넣어 주고, 결혼은 여자아이들의 기를 돌려서 엄마를 만든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직장에서의 재교육을 통해 기를 바로잡는다고 한다. 주변의 많은 엄마들이 군대, 결혼, 직장 생활을 시작한 자녀가 “의아스럽게 느낄 정도로 철이 드는 것 같다”고 말한다.
자비와 중생의 뜻에 무조건 따르라고 보살도를 가르치는 불교에서는 어떻게 우리의 기를 제압하는가? 불교에서의 자비는 위엄의 방편도 동시에 활용한다. 그래서 자비의 상징인 관세음보살도 ‘혹자옥위’ 즉 "혹은 자비롭기도 하고 혹은 무서운 위엄"을 보이기도 한다. 불경에서는, ‘경의불가사의 과보역불가사의’라는 말로 독경의 무량공덕을 강조하면서도 반대로 믿지 않을 경우에는 그 과보가 엄청나다고 경고한다.
여기까지의 위엄은 아무것도 아니다. 자연의 법칙을 들이대며 우리를 압박한다. 아니다. 불교가 직접적으로 우리의 기를 꺾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육신으로서의 우리는 세상의 법칙으로부터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자세하게 되풀이해서 알려줄 뿐이다. 세월은 어느 한가지도 그대로 놔두지 않고 늙고 병들고 죽게 한다는 것, 나에게는 실체가 없고 텅빈 상태에 있다는 것, 그래서 집착하면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우쳐 준다. 불교가 그렇게 말해서 겁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실제로 그러하기 때문에, 그것은 우리가 겪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기 때문에, 어떻게 저항할 수가 없다. 자연의 철칙 아래서 꼬리를 내리고 항복할ㄹ 수밖에 없다.
세상에 남을 밟고 군림하려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다섯 살짜리 큰아이가 동생을 괴롭히는 식의 순진한 마음가짐은 아닐 것이다. 누르는 자의 위치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리라. 만약에 철없이 ‘폐위되기 이전의 제왕 시절’을 꿈꾸며 함부로 행동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바로 바닥으로 끌어내려질 것이다. 생각해보라. 우주 자연이 엄마라고 한다면 어느 한 자식이 형제를 괴롭히는 것을 끝까지 방치하겠는가?
철없음을 깨우친다는 명목 하에 함부로 상대의 기를 꺾으려 해서는 안 된다. 싸움이 되기 쉽다. 인연을 기다려야 한다. 제왕의 호기를 부리는 자 앞에는 반드시 임자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내가 꼭 나서야 한다면, 저 엄마가 이기를 사지로 껴안 듯이 다치지 않게 해야 한다. 슬픈 사랑으로 꽉 잡아야 한다.

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새벽 예불이 끝난 후 깊은 여명 속에서
안면암 앞 바다에 아주 서서히 일출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화려한 햇님을 알현하면서
감사함이 저절로 밀려 옵니다.
한적한 산사를 지극한 마음으로 수호하고 계시는
설봉스님,
밀운행보살님,
현주행보살님, 유마심보살님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아직 건강회복 중이신
각운행보살님께도 감사의 말씀 전하겠습니다.
6년 이상
안면암을 지켜준 무량이 항순이 지킴이 보살님에게도 진한 고마움을 표합니다.
나무대행보현보살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ㅇㄷ님의 댓글
ㅇㄷ 작성일저 일출이 사람의 마음을 꼬~옥 안아주는 마력이 있네요
ybr님의 댓글의 댓글
ybr 작성일
ㅇㄷ님!~
선근공덕이 크신 혜안이십니다.^^
댓글 감사 감사합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인과를모르는게어리섞은자. 되고안되는놈이나다 .인과는아주역역한되 성불은걱정하지마라 인과를닦아라 하면된다 .내가나를믿고 인생은무상하고인과는 역연하고 시간을아껴서 게으르지말고 가을 수확이 심는순간 나타난다.근본믿음이마음이다. 무상 인과는 실천믿음 마음가르침은불교 밖에없다 . 일체유심조 심외 무법 즉 옷보다 몸 몸보다마음 이중요하다. 원인결과 행동성취 내가잘하면잘된다 내것이된다. 아침일찍 해를보며 해맞이에 만끽한 기분의 모습을 상상으로 보았읍니다 건강 하게계시다오세요 가사합니다 설봉스님작품 정말 좋습니다. 나무아미타불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생기발랄하신 큰 보살, 원만행보살님!~
불교의 가르침 중 가장 핵심은 일체유심조라 배웠습니다.
이른 아침 해돋이 정말 장관입니다.
설봉스님 추운 겨울부터
더운 여름까지 사진작품 위해 대단히 애쓰고 계십니다.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