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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스님 { 안면암 일기 } : < 바닷가 부상탑과 수많은 크고작은 탑들 > 2021년 8월 4일 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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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3건 조회 2,568회 작성일 21-08-0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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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를 보아 마음이 깨끗하고

생사의 깊은 바다 이미 건너서,

부처님 나셔서 세상을 비추심은,

중생의 모든 고통 건지시기 위함이다.


시물(施物)을 삼가자.

대개는 물(物)을 받는 자가 그 은혜에 구속되지만,

어떤 때는 물을 주는 자가 도리어 많은 구속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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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소싸움 화면을 보게 된다. 소는 평화로운 동물이다. 자기보다 약한 짐승을 공격하거나 잡아먹지 않는다. 소싸움 터에서 주인이 싸움을 붙여도 바로 공격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싸움이 붙으면 자신의 힘이나 기량이 딸린다고 느낄 때까지 온 힘을 다해서 싸운다. 수탉들도 한곳에 같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싸우지 않는다. 사람들이 한 마리씩 몸통을 잡고 서로의 부리를 향해서 밀고 당기기를 몇 번 반복하면, 그때부터 닭들은 흥분하게 되고, 주인들이 말리지 않으면 피를 흘리며 죽을 때까지 싸운다.

    우리는 근래에 두 번의 선거를 치렀다. 대선과 총선이다. 싸움을 붙이는 촉매제가 많겠지만, 권력을 향한 선거는 최고의 '싸움 붙이기' 작전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소나 닭의 싸움 붙이기에는 양 당사자만 흥분하지만 선거에서는 후보뿐만 아니라 적극 지지자들까지도 갈라지게 된다.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 경선 레이스부터 시작해서 총선 공천파동과 그 이후의 여파를 지켜보면, 사람도 일단 싸움 붙이기 작전에 말려들 경우, 소나 닭과 다를 바 없이, 아니 그 이상으로 미친듯이 싸운다는 것을 알 수 있으리라.

     길에서 행인을 만날 때 우리의 마음은 어떤가? 상대가 이유 없이 공격해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과, 내가 친절하면 상대도 그에 따라 좋은 반응을 보이리라는 것을 안다. 그와 함께 우리의 마음 바닥에는 그 행인도 싸움 붙이기에 빠져들면, 아주 험한 얼굴이 나오리라는 짐작이 깔려있다. 그래서 표면적으로 어떻게 대하든지 내심으로는 막연하나마 상대에 대해서 경계하기 마련이다. 지금 당장 싸우지 않더라도, 잘못되면 소나 닭이나 선거에서의 후보처럼 상대를 이기려 할 수 있음을 무의식으로 느끼니까 말이다.

     텔레비전에서 '대박' 이라는 이름을 가진 애완견의 악습을 교정하는 과정을 본 적이 있다. 대박이는 개만 보면 짖으면서 공격하려고 달려든다. 실물 개뿐만 아니라, 텔레비전에 나오는 개에게도 정신없이 짖어대면서 화면을 긁어댄다. 개의 주인 가족들은 시끄러워서 방송을 시청할 수 없다. 그래서 개 주인은 방송국에 연락하고, 전문가가 등장하여 개를 진단하고 문제점을 바로잡는다. 전문가는 개 모양의 인형을 이용한다. 인형이 개에서 기대고 안기게 한다. 대박이는 자기 외의 다른 개와 가까이 있어도 아무렇지 않음을 확인한다. 개가 짖을 때는 목줄을 잡아채고, 조용히 있으면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준다. 마침내 대박이는 텔레비전 화면에서나 현실에서 다른 개를 만날 때 편안히 있게 된다.

    불교에는 많은 보살이 등장하는데 각 보살들은 무량겁을 통해서 보살행을 닦아왔다. 보살들은 그렇게 오랜 기간 중생을 위하지 않아도 되지만, 일부러 그런 형상을 짓는다. 중생을 위해서 지옥이나 축생 등 육도에 윤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저 대박이를 안정시키기 위해서 방편으로 쓰는 인형과 같다. 그래, 불보살은 중생의 마음을 가라앉히는 인형이다.

    성공한 사람 중에, 실패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사람들에게 나의 실패, 패배, 이별의 아픔 등을 보여주는 것은 인형요법이 될 수 있다. 소와 닭이 싸워서 이기지 않고도 잘 살 수 있듯이, 우리도 싸우거나 이기지 않고 잘 살 수 있다. 참, 소와 닭은 주인이 원하는 대로 싸우지 않으면 식용으로 내팽겨쳐질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그렇게 된 염려는 없다. "당신 같은 훌륭한 인물이 국가를 위해서 나서지 않으면 되겠어?" 라는 싸움 붙이기 작전에 말려들지 않는다고 저 싸움 중개인들이 우리를 잡아먹지는 않을 것이다.

    보다 많은 사람을 위해서 인형 노릇을 하려면, 이기는 모습보다는 지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 더 유용할 수가 있다. 결승적까지 진출해서 이기는 이는 한 명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패자가 될 수밖에 없으니까. 외롭고 슬픈 표정으로 싸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가슴에 살며시 머리를 기대어보자. 그러면 우리가 바로 보살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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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안면암 바닷가에는 부상탑 옆에
밀물 썰물 태풍에
속절없이 부서졌다가 다시금 세워진 크고 작은 돌탑들이 아주 많습니다.

<조탑공덕경>
탑을 많이 쌓을 수록
그 탑을 쌓은 사람이나 공동체에는 복이 내린다는 사상을  담은 경전


코로나 19재난이 좀처럼 종식되지 않습니다.
우리 안면암 불자님들의 불심과 그리움을 조금이라도 달래 드리려고
부상탑과  돌탑들의 모습을 정성껏 게시하겠습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

유지 일체법  자선무소유 로다  여시혜법성    즉 견노사나로다  나무아미타불    법에본성을알면  대광명불이로다  .세상에바쁠것 없는데  사람만 바쁘구나 .  자장스님께서  636년 중국 유학시절  문수보사님께  받은게송    수미정상계찬품에 ....있는바  없는자성  !  실상은 진실    업은 움직이는  업력 이다  .  본성과 업력에지배를받는중생이다  .  감사합니다.관세음보살.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생기발랄하신 큰보살, 원만행보살님!~

'세상에 바쁠 것 없는데 사람만 바쁘구나.'

자장스님께서 중국 유학시절 문수보살님께 받으셨다는 게송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부질없이 세월만 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귀중한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