ȸ

설봉스님 { 안면암 일기 } : < 지장대원탑과 배롱나무, 천상의 앙상블 > 2021년 8월 8일 일 (음…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9건 조회 8,185회 작성일 21-08-08 10:33

본문


img.jpg

199

탐욕 속에 있어서 탐욕 없으매 

내 생은 이미 편안하여라.

모든 사람 탐심 내는 속에서

나 혼자만이라도 탐욕 없이 살아가자.


흔들림이 없는 때의 샘물은 맑다.

그대 참말 풍랑이 심한 때에도 의연히 맑을 수 있는 바다이뇨?


img.jpg

그 인간

 며칠 전에 나는 새까만 사색死色의 살결에 뼈만 앙상히 남은 50대 초반의 여신도를 병원에서 만났다.그녀는 갖은 고초를 겪으며 일생을 살아왔다. 1남7녀를 둔 친정부모로부터는 딸이라는 이유로 푸대접을 받았고, 결혼해서는 가난한 처지에 시부모을 모시며 혹독한 시집살이를 했다. 이제 모든 구박은 사라지고 경제적으로 풍족해졌다.

  그런데 이게 왠 청천벽력인가. 2년 전에 담석증 진단을 받고 그렇게만 믿어왔던 그 명이 암이라고 한다. 새벽마다 운동해서 날씬해진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암 때문이란다. 암은 간에서 시작해서 폐와 대장까지 퍼졌단다. 숨쉬기는 힘들고 온몸이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어차피 살 희망이 없다면 한시라도 죽어서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

  암 환자는 죽기 직전까지 의식이 아주 맑다고 한다. 산소 호흡기의 도움을 받아 숨을 유지하면서도 그녀는 모든 문제를 상세히 파악하는 듯했다. 특히 남편이 곁에 있는지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남편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 인간 미쳤어"하고 독백을 내뱉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내가 아는 평소의 그녀는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 시간에 남편은 묘지를 정하기 위해서 공원묘지를 답사하는 중이었다. 

  남편과 자식들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는 완전히 달랐다. 자녀들에 대해서는 불쌍히 여기는 마음만 낸다. 죽는 자기는 제쳐두고 자녀들의 장래만을 걱정하면서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남편은 끊임없이 들볶으려 한다. 모든 환자는 신경이 예민하고 화를 잘 내기 마련이지만, 남편에 대한 그녀의 신경질은 심했다.

   왜 남편에게만 짜증을 부릴까. 남편을 가장 믿고 의지하기 때문일까. 남편이라면 자기의 어떠한 투정이라도 받아줄 테고 또 그래야 마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죽기 전에 실컷 어리광을 부려보고 싶어서일까.

  사람은 고독을 안고 태어난다. 고독이 여유와 평화를 주지만 동시에 허전함과 아픔을 준다. 외로움은 괴로운 즐거움이다.  외롭지 않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외로움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은 무엇엔가 정신을 빼앗겨서 외로움을 직면하지 않을 뿐이지, 외로움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도시보다 산속이 조용하지만, 각기 나름대로 무료함으로부터 도망치는 수단이 있다.

  도시가 아무리 화려하고 복잡하게 보이더라도 가족, 친구, 텔레비젼, 비디오, 음악, 그림, 시, 소설, 공부, 직장의 업무 중에서 어느 한가지라도 잡고 있지 않다면 새 삶은 힘들다. 깊은 산속에서 고독을 즐긴다는 사람들이나 고독을 모른다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서 숲, 하늘, 녹차, 계곡물, 나무, 새, 그리고 나름의 주의주장이나 도道를 빼앗아봐라. 그들은 평화를 말하지 못할 것이다. 무엇인가에 마음을 주어서 고독이 없는 듯이 착각하면서 지낼 뿐이다.

   저 여인의 '그 인간'이라는 말에는 사랑과 미움, 믿음과 불신, 그리움과 원망 등이 상반된 감정이 진하게 뒤범벅되어 담겨 있다. 남녀가 나누는 사랑은 잡았다가 놓치고 ,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고 나타났다가 숨는 숨바꼭질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사랑이나 헤어진 사랑에는 영원히 한결같은 그리움이 있을 수 있지만, 두 사람이 같이한 것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그 인간'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상호간에 더 이상적인 관계로 개선할 수는 있다. 내 몸과 마음도 변할 수 있고 상대의 것도 마찬가지다. 이 변화에는 병, 늙음, 죽음, 변심 등이 포함된다.

   그러니 억지로 상대를 나에게 붙잡아매는 것으로는 안된다. 줄을 당기거나 늦추고 토라지거나 달래는 연기의 연속으로 이끌고 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존재의 실상을 여실히 관찰하면서, 취하지 않는 것을 해탈로 가는 한 도道를 잡아야 한다. 관찰해야 전체를 보고, 전체를 보아야 매이지 않고, 매이지 않아야 진정한 '그 인간'을 얻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다시 "취하지 않으면서 마음을 내라"는 금강경의 가르침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img.jpg


img.jpg


img.jpg


img.jpg


img.jpg


img.jpg


img.jpg


img.jpg


img.jpg


img.jpg




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설봉스님 { 안면암 일기 } : < 지장대원탑과 배롱나무, 천상의 앙상블 > 2021년 8월 8일 일 (음 7.1)


설봉스님께서 촬영하신 배롱나무가
오늘 따라 눈물겹도록 더욱 아름답습니다.

백일 동안 핀다고 하여 백일홍이라고 불리우는
배롱나무의 꽃말은 '떠나간 벗을 그리워함' 이라고 합니다.

코로나 19 재앙 때문에 전혀 의도하지 않은 채
안면암 벗(도반)들이 안면암에 찾아 오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수십년은 족히 되었을
배롱나무는 매일 소중한  벗들을 그리워하며
지속되는 폭염 속에서 몸살을 앓고 있는 중입니다.


점안식을 학수고대하는 <지장대원탑>은
새로 맞이할
선남선녀 신도님들 생각에 가슴 졸이며 잠못 이루는 나날입니다.

세상사 모두는 시절인연의 결과입니다.
어서 빨리 호시절이 도래하기만을 불보살님 전에 간절히 간절히  기원드립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

오늘은초하루  기도의 큰스님의화엄성중 의기도속의  염불의  음서이  더욱 깊이있게 모든  세상 의 화엄세계 화장세계속의 신비로움을 느낀다 .  기도의가피 !  한치도 어긋남이  없다 .  시고아금공경례  신통 묘력  천하태평  법륜전  .가각등부체  인연공덕  지극지정성    발원공덕  북두대성  칠원 성군  헌공제자 사대건강  복더쿠족  원만형통지 대원  원형통지대원    그곳  핑크색 꽃극락  탑경내  정말 극락입니다 ..지금의극락속에 답글쓰는  원만행    복도  많은듯합니다  ,화엄경약찬계    ..........구래부동여의불  법  승  모든공덕 성취하소서 .그리고 오늘 보승화보사님께  보시하신  화엄성  노숙렁  안은덕  보살님보승화 보사님께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합장하시며  뜻을  꼭전해달라하셨읍니다 .  신비롭고  따뜨싼  우리들의  신행생화을  대때 손손  복받는 인연으로  영원하길두손모읍니다  . 나무  불보살 님감사드립니다  .    건강하십시요 .

ybr님의 댓글의 댓글

ybr 작성일

생기발랄하신 큰보살, 원만행보살님!~

인터넷 사정이 안 좋아 매일 몇 시간씩 고전 중이랍니다.
초하루라는 것도 잊고 있었지요. ㅠㅠㅠㅠ
조상이 공덕을 지어야 자손이 복을 받는다고 합니다.

폭염이 극성을 부립니다만,
 한번도 거르시지 않은 댓글 공덕
감에사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설봉합장님의 댓글

설봉합장 작성일

찬연한 하늘 빛과 탑과 배롱나무가 형언할 수 없이 참다움을 나타낸다. 탑과 꽃의 배열이 누가봐도  돋보이도록 찍어서 지장대원탑의 상륜부 첨탑이 배롱나무와 잘 어울린다. 배롱꽃들이 바쳐주는 지장대원탑이여 영원하라! 지장보살님의 지옥중생 구제 서원처럼..
코로나19로 중생들이 겪는 무거운 마음이 사진 한장 보아도 가벼워지기를 기대해본다.
나무지장보살마하살.

ybr님의 댓글의 댓글

ybr 작성일

설봉스님!~

제가 서두르다 보니 찬연한 하늘 빛을 빼먹었습니다.ㅠㅠ

배롱꽃들이 바쳐주는 지장대원탑은 스님의 축원대로 영원하리라 믿습니다.

스님의 바램대로 사진 명품을 보는 이들의 마음이 분명 가벼워질 것입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소양자님의 댓글

소양자 작성일

해탈심 대보살님, 배롱이 백일홍임을 오늘에서야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안면암과 어울려 더 아름답네요. 독일은 계속  춥고 비가 내립니다. 대신 , 코로나는 줄어 들고 있고 , 마스크 안쓰고 외출이 가능합니다. 이곳은 여지 없이 입추가 지나고 벌써 가을 바람이 붑니다. 9월에 부처신랑과 함께 한국으로 휴가가려고 티켓을 사 놓고 용감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죽는 곳이나 사는 곳도  어느 나라나 다 같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 웃음) 그때 상량식이 진행되길 빌며.. 독일에서 ..

ybr님의 댓글의 댓글

ybr 작성일

글로벌 원더우먼 소양자 대보살님!~

독일은 역시 세계가 알아주는 선진국답습니다.
우리나라도 어서빨리 마스크 안 쓰고 외출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부처신랑님의 준수하신 모습 이번에는 꼭 뵙고 싶습니다.
대보살님께서도 더욱 아름다워지셨을 거에요.
사진 속 얼굴과 몸매는 정말 50대 아줌마십니다.

지장대원탑 상량식이 진행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정광월 합장님의 댓글

정광월 합장 작성일

백일홍
태공당  월주  대선사 영결식 마당
백일홍

송광사    오래전 출가 4박5일
그곳 마당 백일홍
모두  그리운
모악산 철야기도
저는 자고 새벽 예불  참석
법당에서 뵈온 지금 동국대 이사장 큰스님
성우  큰스님의 인자하신 모습
금강계단에서 본  하늘
월주 큰스님 영결식 본 친구가
그 금산사!

큰스님
더운 날씨 건강하셔요
어제 법당 급히 나오느라
화엄성 회장님께 인사도  ...
죄송합니다
건강하셔요

수심화 회장님의
거사님.  보사님
건강하셔요

            정광월  합장

ybr님의 댓글

ybr 작성일

참 좋은 도반, 정광월 보살님!~

월주 대종사님 영결식이 거행되는
금산사 앞마당의 배롱꽃은 대단히 사실을
불교방송을 통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6년 전쯤의 금산사 1박 템플 스테이가 떠오릅니다.
머지않아 반드시 금산사를 찾고 싶습니다.

정겹고 자비로운 소식들 진심으로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