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스님 { 안면암 일기 } : < 귀여운 새끼 제비들의 신고식 > 2021년 7월 3일 土 (음 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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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5건 조회 5,776회 작성일 21-07-03 09:44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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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늙으면 얼굴빛도 쇠한다.
그것은 병의 집, 스스로 멸한다.
형체는 무너지고 살은 썩어
삶은 반드시 죽음으로 마치나니,
미인을 해부해서
구태여 해골을 보일 필요가
어디 있습니까!


본래 선의에 대한 믿음
나는 많은 언쟁 경력을 갖고 있다. 사소한 문제에 대해서라도, 서로 다른 관점에서 각기 자기의 주장을 내세우다 보면, 마침내 이성적 판단을 요구하는 논리를 지나 감정싸움으로 변해 버린다. 언쟁에서 상대를 무너뜨리는 데 유효한 방법의 하나는, 상대를 흥분시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주 자극적인 말을 해야 한다. 상대의 감정이 상할 말을 생각나는 대로 골라서 마구 내뱉어야 한다. 상대의 진심이나 의도는 상관없다. 상대의 말과 행동을 아주 나쁜 쪽으로 풀이해서 퍼부어야 한다. 그러면 상대는 흥분하다 못해 기가 막힐 것이다. 나를 상종 못할 저질로 생각할 것이다. 논쟁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소싸움에서 머리를 맞대고 서로 밀어붙이다가 돌아서서 꼬리를 보이고 피하는 쪽이 지는 것으로 결정된다. 멍청한 나는 저 소싸움을 생각하며. 상대가 언쟁을 중단하고 피하면, 내가 이긴 것으로 풀이한다. 상대가 내 이름에 가위표를 그으리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한다.
나보다 한 술 더 떠서 나의 약점만을 너무도 잘 골라서 공격하는 이도 있다. 어떤 말들은 내 가슴에 깊은 상처를 주고, 오랜 세월이 흘러도 내 머리에서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인간은 게임을 좋아하는 업습業習을 갖고 있다. 자신이 직접 겨루지 않더라도 어느 쪽이 이기느냐에 관심을 두고 , 또 내심으로 한쪽에 점을 찍어두고, 그 쪽이 이기기를 바라기도 한다.
자신이 게임에 참여하면 더 극성스럽게 이기려고 한다. 자신이 멋대로 지어서 보는 상대의 건방짐과 당돌함을 꺾어버리고, 굴복시키려고 한다. 가능하다면, 상대가 바짝 엎드려서 순종과 충성을 맹세하는 장면을 보고 싶어한다. 다투었다고 해서 영원히 멀어지는 것은 아니다.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고 대화함으로써,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싸움은 두 사람을 더욱 친해지게 만들기도 한다. 다툰 후에는 어떤 형태로든 화해를 하게 되는데. 그 말은 진심이 아니었어"라거나 "내 뜻은 그게 아니었는데"라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 미안한 마음을 알리고 화해를 청한다. 우리의 의문은 여기에 있다. "우리에게는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본래부터 있을까? 아니면 공존의 필요성을 느끼고 공격적 행위를 반성한 후에 존중하는 마음을 일으킬까?이다.
"누구에게나 불성佛性 즉 부처가 될 성품이 있다"고 가르치는 불교의 기본적 입장에서 보면, 우리의 마음 본바탕에는 세상의 모든 대상에 대해서 잘되기를 바라는 선의善意가 있다. 상대를 얕보고 세상사 모두를 게임으로 생각하고 일단 이기고 보려는 다겁생래의 악업 때문에, 상대를 공격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포함한 모든 생명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공존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내면 바닥에 항상 깔려 있다는 것이다.주변을 위하겠다는 원을 다듬은 정도에 따라서, 악업의 때를 벗겨서 본래의 청정한 마음이 드러나게 하는 수행에 따라서,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을 처음부터 의식할 수도 있고, 또는 사후에 그러한 마음을 일으킬 수 있지만, 선후의 시간차에 큰 의미가 없다. 만약 상대에 대한 선의가 우리의 마음 바닥에 본래부터 있지 않다면, 앞이든 뒤든 반성하고 화해하려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해, 바람 , 구름, 땅은 의식이 없고, 자연의 법칙대로 움직일 뿐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그러나 저것들이 우리가 살아갈 수 있도록 이익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의식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들의 본래 모습도 거기 서 있는 자리에서 , 나름대로 다른 것들에 이익을 준다. 그 이익을 주는 본래의 법칙을, "불성의 선의"라고 부르기 싫으면, 다른 이름을 지어도 좋다.
상대의 마음 바탕에 깔린 본래 선의에 대한 믿음만 있다면, 우리는 다투더라도 훨씬 아름답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고, 어쩌면 상대의 장점만을 말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이기려는 업이 발동하기는커녕 주변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선의에 보답하려는 보살도의 마음이 저절로 생겨날지도 모른다.





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저 불초 해탈심이 한동안 너무 바빠서
<법구경> 게송과 <큰스님 에세이집 > 타이핑을 쉬게 되어 매우 죄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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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수전 처마 밑에
빼꼼히 얼굴만 내민
네 마리 새끼 제비들의 얼굴이 앙증맞고 사랑스럽습니다.
이 드넓은 세상에서
우리들 안면암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제비식구들이
머지않은 내생에 꼭 인도환생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해 봅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아이구 귀여워요. 나한전문에 비친그림자 도 일품입니다. 불안 의능력대자연의 능력으로 맞서는 ? !부득이이름짖는다면 직 괸 능력 사유해도 사우해도 마하 부사유 언어문자로 설명할수없는 화두가나 온다. 사고 입선 정성으로 부처님이 가르쳐주신 법을알았으면 놓고건너간다. 이치를 모르는자 알때까지 공부하고 .' ...나무 관세음보살 .제비야 무럭무럭 잘 자라거라 .. 나무관세음보살 감사합니다. 멍텅구리 노래가 생각난다..멍텅구리 멍텅구리 우리인생은 멍텅구리 올때는빈손으로 왔으면서 탐욕 탐심으로 죄를짓게 인과밑고복짓는 생사해탈하자 ''나무아미타불.
ybr님의 댓글의 댓글
ybr 작성일
생기발랄하신 큰 보살, 원만행보살님!~
색기들이 정말 귀엽습니다.
나한전 창문에 비친 약사여래부처님 그림자 역시 일품입니다.
제비 새끼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크고작은 행운 많이 물어다 줄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언젠가는 우리 사람들
뒤따라
생사해탈하자꾸나~~~~~~~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정광월 합장님의 댓글
정광월 합장 작성일
동대문 헌책방
큰스님 저서 찾아다녔어요
어제 무더운 날
성경.기독교 서적만
오늘은 바람이
더운 날씨 건강 하셔요
정광월 합장
ybr님의 댓글의 댓글
ybr 작성일
참 좋은 도반 ,정광월보살님!~
어제 날씨가 엄청 더웠는데 고생 많이 하셨네요.
큰스님 에세이집 절판된 지 오래 되어 구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쉽습니다.
지금은 비가 내리고 있어 시원합니다.
더위에 장마에 건강 관리 잘 하십시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