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스님 { 안면암 일기 } : < 우리 사바세상은 하나의 꽃 > 2021년 7월 11일 일 (음 6,…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9건 조회 9,140회 작성일 21-07-11 09:26본문

161
원래 자기가 지은 업이라,
뒤에 가서 자기가 스스로 받는다.
자기가 지은 죄는 자기를 부수나니,
금강석이 보석을 부수는 것처럼.
인간은 본래 신의 지혜를 가졌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의 자랑이 아니다.
인간은 신의 지혜를 가지면서 동시에 인간의 고뇌를 가졌다.
이것이 인간의 위대한 승리다.
162
사람이 만일 계를 안 가져
욕심을 따라 달릴 대로 달리면,
넌출이 무성한 사라수(沙羅樹)처럼 말라,
적의 원대로 자기를 죽인다.
성인의 계를 지켜라.
성인의 계를 범하지 말라.
성인의 계를 범할 때
거기는 악마의 만족하는 미소가 있다.


천도薦度와 수행
고은 시인의 작품 가운데 「 장충식 」이라는 시가 있다. 아버지의 사망 후, 사업을 이어받은 아들이 자기 아버지로부터 배신당한 이, 버림받은 이, 망한 이, 손해 본 이,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이, 마침내 아버지의 원수가 된 이를 십여 년 수소문해 찾아다니며 아버지 대신 참회하고, 힘닿는 대로 보상하고, 용서를 구한다.
그러고 나니 아버지가 꿈에 밝은 표정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나타나서,"이제 나 구만리장천 훨훨 날아다니게 되었구나"라고 말한다. 아버지와 아들은 생사를 뛰어넘는 한 줄기로, 아버지를 사는 아들이 되기도 하고, 아들을 사는 아버지가 되기도 한다는 내용이다.
'보통 사람'으로 살다가 죽은 가족이 누구에게나 있다. 보통사람은 알게 모르게 크고 작은 업을 짓는다. 남을 속이기도 하고, 해치기도 한다. 빚을 갚지 않아 남을 망치는 사람도 있다. 반대로 억울하게 죽은 사람도 있다. 교통사고를 비롯해서 갖가지 뜻밖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들도 있다. 모든 죽음에는 크고 작은 '한'이 남게 마련이다.
그 시에서의 훌륭한 아들은 아버지가 생전에 남에게 끼친 손해를 보상하고 참회하고 용서를 구했다. 그러나 나는 그만큼 훌륭하지도 않고, 여유롭지도 않다. 조상으로부터 손해 본 사람들을 낱낱히 찾아 다닐 엄두도 나지 않는다. 또 나의 조상이 한을 품었다고 해서 세상에 있는 시기, 질투, 증오, 모함, 속임을 다 없앨 수도 없다. 일체의 질병과 사고를 없앨 수도 없다. 원수진 사람이 있다고 해서 무협소설의 주인공처럼 칼을 들고 찾아다닐 수도 없다. 한마디로 내 조상의 빚과 한을 다 알 수도 없고, 안다고 하더라도 그것들을 속 시원하게 풀어줄 수가 없다.
못난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 내 조상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알아낼 수는 없지만, 몸과 입과 뜻으로 지은 죄의 범주에 속하는 것은 분명하다. 죽이고, 훔치고, 삿된 음행을 한 죄는 몸의 죄에 속하고, 거짓말, 아첨, 이간질, 욕설, 험담은 입의 죄에 속한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은 뜻의 죄에 속한다.
조상이 품은 한의 범위도 대충은 짐작할 수 있다. 사람은 재물, 사랑, 음식,권력과 명예, 안락으로 이루어진 오욕락을 원한다. 오욕락의 반대만 겪고, 타인으로부터 몸과 입과 뜻으로 지은 열 가지 죄악을 부당하게 받고 죽음에까지 이르렀다면, 한이 생길 것은 뻔하다.
그런데 말이다. 멀리 조상의 죄와 한을 생각하기 전에, 여기 내가 이 순간에도 갖가지 악업을 짓는다. 다른 이를 불쾌하게, 억울하게, 아프게, 슬프게, 상처받게, 괴롭게, 또는 망하게 만든다. 또 내 가슴에는 욕망이 가득하다. 나의 복과 덕과 능력에 비해서 더 큰 명예를 원한다. 잘되는 일은 나의 복으로 돌리고, 잘못되는 것은 남의 탓으로 돌린다. 이와 같이 어리석은 불만과 욕망으로 가득한 내가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참회이다. 금생에 지어온 죄업,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전생에 지어온 죄업을 참회할 수 있다. 그리고 내 선망 영가들이 알게 모르게 이어온 모든 죄업도 같이 참회할 수 있다.
또 있다. 세상에는 인연과因緣果의 법칙이 있음을 인정하고, 내가 원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욕망은 끝이 없기 때문에 결국에는 채워지지 않거니와 설사 채워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잠시일 뿐, 얼마지 않아 물거품처럼 부서져 버린다. 형상을 가진 모든 것은 부질없다. 이 깨달음을 나 자신과 조상에게 아주 진지하게 말해줄 수 있다.
또 나는 원을 세울 수 있다. 몸과 입과 뜻으로 남을 해하는 죄업을 짓지 않겠다고 오히려 남을 위하고 살리는 일을 하겠다고 그러면 조상 천도가 나의 천도요, 나의 천도가 그대로 수행이 된다. 불교인은 절에 가서, 기도교인은 성당이나 교회에 가서 , 꽃이나 향을 올리고 조상 천도를 빌고 자신을 돌아보며 앞길을 닦을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남을 기쁘고 행복하게 하는 일을,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당장 저 '장충식'과 똑같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연일 세차게 쏟아지는 장맛비 속에서도
움추리지 않고
무심히 자기 할 일을 다하고 있는 안면암의 들꽃들입니다.
사바 세상의 유정무정(有情無情)들이
아무리 힘들어도 아무리 고달파도,
자기 자리에서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는 덕분에 사바세상은 대단히 아름답습니다.
우리 모두는 영원히 서로의 꽃입니다.
중생은 부처의 꽃이요,
부처는 중생의 꽃입니다.
################
<그러므로> /
나태주
너는 비둘기를 사랑하고
초롱꽃을 사랑하고
너는 애기를 사랑하고
또 시냇물 소리와 산들바람과
흰 구름까지를 사랑한다.
그러한 너를 내가 사랑하므로
나는 저절로
비둘기를 사랑하고
초롱꽃, 애기, 시냇물 소리,
산들바람, 흰 구름까지를 또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정광월 합장님의 댓글
정광월 합장 작성일
김춘수 교수 시
대학다닐 때 경북대 다니던 동창들
권기호 교수 교양과목 외우라고
대학 다닐 때 교수님께서 김춘수 교수님 댁
심부름
세계 일화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참 좋은 도반, 정광월보살님!~
김춘수 시인님의 시를 애호하시는 분들이 무척 많으실 것입니다.
그런 고매하신 시인님 댁을 심부름 다녀올 만큼 친숙했던 동창분들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세계 일화
고승대덕 큰스님들께서
항상 강조하셨던 가르침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 장마철 아침입니다.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ㅇㄷ님의 댓글
ㅇㄷ 작성일
그것만...내려 놓아라
실행하기 참 힘든 말씀이네요 ㅜㅜ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ㅇㄷ님!~
<그것만 내려 놓으라>
실행 실천할 수 있다면 이미 인간으로서 가치있는 삶을 사는 훌륭한 분들이지요.
댓글 감사 감사합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아뇩다라삼약삼보리를 '이루신 아라한 . 위대한사상가 결함이 없는 도덕성 나외에덕을 베프는자 상선약수 와 같은 아름답고 겸손하고 덕성있는 생노병사가없는 불신을증득한 일승보살은 최고의 부처님이다.도를알지모싸면 척 하면 안된다. 불신을 얻는방법은 ! 자기를 본다 언제나 거울앞에서 보듯 건강 경제력 지혜ㅣ능력 인생을본다. 자신의 무량공덕 번쩍이는 지혜쫒아서 법신불이된다 . 법신불이되기위하여 해야될의무이다.몸과마음의 결함을살피는 계 즉도덕성 고요히닦는마음선정 정 혜향 해탈향 해탈지견향 ..' 시도해탈경지고 오늘의천도와수행 의글도 .....나의업을소중히할것이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나무 아미타불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생기발랄하신 큰 보살, 원만행보살님!~
상선약수 ㅡ 인생에서 귀감이 되는 명언이지요.
저는 게을러서 거울을 어쩌다 보는 어리석은 중생입니다만,
다행히
마음의 거울은 자주 들여다 보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나태주 김춘수 시인님들의 시에 극찬해 주심에 감사드리며
우리들 큰스님의
에세이 글들은 항상 늘
고귀한 깨달음의 세계입니다.
저도 저의 업을 소중히 하려고 합니다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요.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정광월 합장님의 댓글
정광월 합장 작성일
제가 심부름 간 것
세계 일화
행원 숭산 큰스님께서...
어제 뉴스 우주 여행
지명 큰스님께서도 하시고 싶을 거 같아요
해마다 허공회원들의 생일 편지에서
별,우주에 대한 글
큰스님
건강하셔요
정광월 두 손 모음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참 좋은 도반, 정광월보살님!~
저는 아주 오래 전에
행원 숭산 큰스님의 저서를 읽은 적이 있었지만
박복하여
인연이 없어 한번도 뵙지 못했습니다.
우주 여행 뉴스 시청할 수 없었으나
누구든지 경제력만 있다면 큰 관심꺼리이겠지요.
저는 애석하게도
허공회원들에게 보내 주시는
우리들 큰스님의 생일 편지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ㅠ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