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스님 { 안면암 일기 } : < 바다의 공덕 3 > 2021년 7월 18일 일 (음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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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3건 조회 3,157회 작성일 21-07-18 06:25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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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을 벗어난 기러기 떼가
하늘을 높이 나는 것처럼
어진 이는 악마와 그 떼를 쳐부수고
세상일 멀리 떠나 노닐고 있다.
우리는 결코 미리부터의 기름진 땅을 찾아온 것은 아니다.
이 불모의 광야를 개간하고,
그 위에 우리 피의 부드러운 잔디를 나게 하기 위하여 온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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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법을 잘못 범하고
알면서 일부러 거짓말로 꾸미며
뒷세상 두려움을 믿지 않는 사람은
지어서 안 될 악이 세상에 없다.
사람은 대개 어떤 틀에 끼워지기를 좋아하는,또한 현실에 머물러 있기 쉬운 동물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생활에서 "현실의 이것말고, 이 현실 속에 우리의 전적 욕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완전한 자유의 세계가 있다."고, 가다가 한 번씩 맹성(猛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런 세계를 얻어 가지는 방도는 오직 현실의 이 인생, 이 우주에 대하여 우리의 시각을 돌림으로 말미암아, 한 개의 새로운 관찰점을 얻는다는 데에만 있을 것이다.


허무감과 보살도
가을 산의 단풍은 우리를 황홀하게 만든다. 자연의 불가사의한 그리고 거창한 옷치장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사람은 어릴 때 예쁜데, 왜 단풍나무는 가을에 온갖 요염을 다 뿜어낼까." 속으로 짐작해본다. 나뭇잎들이, 죽음이 억울해서 아껴두었던 가장 아름다운 옷을 꺼내 입는 것이라고. 단풍 경치를 보면, 좋으면서도 서글픈 생각이 드는데, 아마도 잎들의 죽음을 슬퍼해서가 아니라, 내가 늙고 병들고 죽어야할 처지에 있음을 떠올리기 때문인 듯하다.
아름다운 꽃들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낙화수순이 훤히 보이기도 하지만, "저렇게 아름답게 피는 꽃을 내가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주 이기적인 슬픔을 느끼는 것이다.
사람들과의 어울림을 계획할 때, 나는 자주 "인생 일장춘몽人生 一場春夢인데 뭐"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그러니 쉬어"라는 뒷말이 생략되어 있다. 도반들은 농담으로 웃어넘기지만, 신도들 가운데는 "스님이 어떻게 허무를 느낄 수가 있어요?"라고 심각한 표정으로 묻는 이들도 있다.
불교에는 허무주의로 오해받을 만한 요소가 많이 있다. 현실에 대한 기본적인 진단이 '무상無常, 무아無我, 고苦, 공空' 즉 '세월이 덧없고, 영원한 내가 없고, 괴롭고, 텅 비었다'는 것이다. 현실 세계의 가치를 일단 부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게다가 '일체유심조一切有心造' 즉 모든 것은 마음의 규정일 뿐이다"라는 사상은 한술 더 떠서 현실 사물의 가치를 부정하고, 객관세계라고 하는 것이 주관의 변덕이 멋대로 정한 상대적인 것으로 본다.
출가하는 것 또한 "버림"을 강하게 나타낸다. 싯다르타 태자도 왕실의 부귀영화를 버렸고, 그의 제자가 되려면,누구든지 출가해야 한다. 세속적인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 그래서 '불교'라고 하면, '도망침', '버림', '물러섬', '숨음' 같은 단어들이 '허무'와 함께 연상된다.
수행 구도의 측면에서, 행복을 느낄 때보다는 허무와 슬픔을 느낄 때, 세상을 좀 더 진지하게 관찰하기 쉽다. 기쁨 느끼는 것을 삼가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우울한 느낌이 올 때면, 그를 활용해서 삶의 진실한 모습을 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허무의 느낌 또는 인생 전체를 반조하는 슬픔이 클수록, 더 여실히 실상의 세계에 접근할 수 있다. 헌데, 허무에 깊이 잠기더라도 주의할 점이 있다. 자살할 정도의 심한 우울증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지난 십년간 두 배 이상 늘어나서, 세계1위가 되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보다 자살하는 사람의 숫자가 더 많은데, 자살자들이 우울증 유사 상태에서 목숨을 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는 죽는 것을 말리고 싶지 않다. 단지 누군가를 위해서 목숨을 던져야 하고, 그 죽음이 감동을 주어야 한다.
우리는 이런 실화를 들은 바 있다. 노인 부부가 있는데 남편이 수혈 잘못으로 에이즈에 걸렸다. 부인이 남편과 같이 손목을 칼로 그어 피를 섞는 방법으로 남편의 병을 자기 몸속에 받아들였다.
그런데 남편보다 부인이 먼저 그 병으로 죽었다. 부인을 따라 남편도 자살했다. 저 사건에서 자살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누군가를 위해서 죽음의 병에 일부러 걸리기도 하고, 상대를 위해서 목숨을 버리는 결단은 큰 감동을 준다.
철학, 문학, 정치 등에서의 허무주의는 '세상의 허무'를 실체적인 것으로 본다. 허무함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저 허무가 실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미혹과 욕망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허무가 느껴질 뿐이라고 한다.
만약 허무의 느낌을 중생을 위해 활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즉 중생을 위해 자기 목숨을 버리는 보살도를 닦는다면, 허무의 슬픔과 고통이 그대로 법신의 해탈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단풍과 꽃을 보고 슬퍼하기만 하면 안 되리라. 일장춘장이라는 말만 되풀이해서도 안 되리라. 누군가를 위해, 죽어 마땅한 나를 던져서 보살도를 향해야 하리라.

















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바다의 공덕 3>
ㅡ 석지명 큰스님 법어집에서
끊임없는 조류의 흐름으로
인간 세상의 더러움을 정화한다.
조류는 인간의 호흡이나
심장의 박동과 같이 이 지구를 살아 있게 한다.
바다는 모든 존재의 목숨이다.
★★★★★★★★★★
밤낮으로 바다를 지켜 보고 있는
안면암의 두두물물은 일체가 안락합니다.
따라서
설봉스님의 명품 사진을 통해서
매일 매일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우리들은 모두가 편안하고 즐거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랑하는 딸의 생일입니다.
멍청한 엄마보다
훨씬
인간을 동물을 식물을 사랑하는
딸부부가 바다를 닮아 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해집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그렇게 살다 그렇게 가는건가? 허무하게 죽음에 이렇게 저렇게 다허무히겠지요. 정혜등등하여오차법문자기심성을 들여다보고 그런것이 참선이다. 시작이없는 끝이없는 부처님 . 쌍수 이제물. 나무아미타불. 조상천도백종 2제 잔올리는날 정성것 드리옵니다, ..항상 편하고 기쁘게 사시옵소서. 나무아미타불. 감사합니다.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생기발랄하신 큰 보살, 원만행보살님!~
네, 벌써 백중 2재입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몹시 허전하지만 정성만큼은 배가 되겠습니다.
장마는 빨리 끝났으나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지극 봉사하시느라 애들 많이 쓰십니다.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