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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스님 { 안면암 일기 } : < 바다의 공덕 5 > 2021년 7월 20일 火 (음 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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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7건 조회 6,522회 작성일 21-07-20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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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사람은 하늘에 못 가나니

그는 보시를 즐겨하지 않는다.

어진 사람은 보시를 즐겨하여

하늘에 나 즐거움을 받는다.


부처는 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인간을 사랑하는 부처의 사랑은 지극한 사랑이다.

부처는 인간의 봉사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부처에 봉사하는 인간의 선은 지극한 선이다.

178

이 천하를 통치하는 것보다도,

천상의 복을 받는 것보다도,

모든 세계의 임금 자리보다도,

성(聖)의 길로 드는 것을 낫다 하나니.


신앙도 계율도 종교의 구극은 아니다.

무엇을 믿지 않고는 못 살고, 

어떠한 계율을 필요로 하는 동안에는 

진정한 안심(安心) · 입명(立命)이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먼저 일체를 버려라. 

그 뒤에 오는 자율적 생의 획득 ㅡ 

거기에는 종교 그것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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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잘하면 되지요


            나만 항상 바쁘다. 특별히 생산적인 일을 해서가 아니라,쓸데없이 사람들의 행동을 감시하기 위해서이다. 길이나 산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없는지 운전 중에 남들이 오랜 시간 기다려서 이르는 길목에 줄 서지 않고 끼어드는 사람은 없는지 차창 밖으로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람은 없는지, 항상 두리번거리며 살핀다. 내가 있는 곳에서 뿐만 아니라 , 뉴스에 나오는 사람들이 잘못하는 것, 심지어 영화나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아 대본대로 움직이는 사람들의 잘못까지도 비판한다.

    나는 재가 불교 지도자의 한 사람인 대연법사大然法師와 정약용 선생 묘지기념관이 있는 팔당 호수 주변을 산책한 적이 있다. 그는 삭발하지도 않았고, 불교를 많이 배워 설교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사주 관상이나 점을 봐주는 것도 아니다. 나름대로 참선 수행을 하고,'진실성'만을 강조할 뿐인데 입소문만을 듣고 몰려오는 많은 제자들을 지도하고 있다. 제자들은 그를 외유내강의 엄하고 무서은 큰 스승으로 받들어 모신다.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존경을 받는 그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했다.

     우리는 호수의 한쪽 구석에 이르렀다. 찌개를 끓여 먹고 남은 음식을 비롯해서 보기에도 역겨운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었다. 나는 무심코 비판의 업을 발산했다.

     "저렇게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도 남들 앞에서는 옳은 일을 주장하겠지요?"

    내 말을 듣고도 그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나는 다시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으며 그의 동의를 구했다. 그런데 전혀 뜻밖의 반응이 나왔다.

    "나만 저렇게 하지 않으면 되지, 남의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아요."

    나믄 머쓱해졌다.

    우리는 이동용 임시화장실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내가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가까이 가니, 문에 "고객 아닌 분은 절대 사용 금지"라고 쓰여 있었다. 옆의 천막 가게에서 음식을 먹거나 음료수 등을 구입하는 이들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인 듯했다. 원망하는 업이 내 입에서 저절로 흘러나왔다.    

    "참 지독하군요."

    옆에 있던 그는 "나만 인색하게 안하면 되지, 남을 탓해 뭘 하겠어요"라고 말했다.

     사회개혁자들은 불교 교리가 통치자들이 악용하기 쉬운 약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불교는 남을 억지로 가르치려고 하기보다는 내적으로 자신을 다스리는 데 집중하라고 한다. 사성제, 삼법인, 십이인연, 등의 기본교리를 비롯해서, 공空사상, 불성佛性사상,유심唯心사상, 성구 性具사상, 선禪사상 등이 내면의 깨달음을 중시한다. 불교를 전파하는 이타利他, 자비, 교화를 중생 개혁으로 풀이할 수도 있지만, 그 개혁하는 방법도 외형적 억지가 아닌 내면의 깨달음에 의지한다.

내 마음이 어두우면 이 세상이 지옥이 되고, 내 마음이 밝아지면 욕망, 갈등, 악, 번뇌, 고뇌 덩어리인 저 세상이 아무 문제가 없는 곳이 된다.

    불교는 교사나 판사로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내가 여고생으로서 고3 담임선생님과 결혼했다고 치자. 결혼 이후에도 남편이 나를 학생을 다루는 교사처럼 가르치려고 한다면 나는 그 남편과 계속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판사 남편도 마찬가지이다. 나의 모든 행동과 생각을 재판하려고 하는 남편과 결혼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불교는 종교로서 만족한다. 정치가, 군인, 경찰의 일까지 도맡으려고 하지 않는다. 불교사상을 응용해서 정치하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시민운동을 하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일이다. 불교가 사회개혁운동을 막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내면의 깨달음을 우선으로 삼는 그 기본을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임명도 받지 않은 채 경찰관 행세를 하느라고 너무 피곤하게 살아왔다. 누구든지 만나기만 하면 그에게 어떤 잘못된 생각과 행동이 있는지를 살피고 엿듣느라고 눈과 귀가 어두워졌다. 내 멋대로의 교사, 판사 역도 이젠 그만두어야겠다. 저 대연법사에게 왜 사람이 모이는지를 알았으니까. 내가 잘하면 불가사의하게 남도 잘하게 되는 도리를 깨달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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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바다의 공덕 5>

                                  ㅡ 석지명 큰스님 법어집에서


온 세상이 인연의 흐름 속에 있음을 상징한다.
크고 작은 바람이
열을 나르고 공기를 뒤섞어서
모든 곳에 사람이 살 수 있게 만든다.
태풍마저도
세상에 사람들이 살 수 있게 하는 인연의 흐름이다.


★★★★★★★★★★

아래의 흐릿한 사진 두 장은

저 해탈심이 6년 전에 찍은 
부상탑과 갈매기들의 평화로운 모습입니다.

안면암에 깃들어 살아 가는 모든 생명체들은
전생공덕이 무척 클 수밖에 없다고 감히 헤아리고 있습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

부처는같은데 인과가 틀리다    즉  자격은다똑같은데  공로가  틀리다.  서산대사니의    도 송    풍정화휴락이요  .  조명산 개유로다.    나무아미타불    바람은멈추는데  꽃은  떨어진다.  깊은산은  새소리가 더깊다.  지혜가높고  공덕이큰사람은  아름답고  빈산에꽃이핀다.  천공 백운요  하고    수화명월류이로다.        하늘은흰구름과 함께 밝아져  물은  밝은달콰  함께흐른다  .  나무아미타불    감사합니다    새가  어부바하고  안면암  글씨와경내가  새롭게 비추는듯합니다  .삼계도사  큰스님  만수 무강  하옵소서 .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생기발랄하신 큰 보살, 원만행 보살님!~

맞습니다. 원래 모두가 부처이지만
인연 따라 지은 업에 따라 인과가 다르지요.

안면암 입간판이 웅장해서
멀리서도 잘 보여 경내와 행인들에게 새롭게 비추고 있네요.

★★★★★★★★★★★★★★★★

삼계도사 우리들 큰스님!~~~

부디 아무쪼록 만수무강하시옵고,
더 많은 감로수를 내려 주시길 간절히 청하옵니다.


한결같은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정광월 합장님의 댓글

정광월 합장 작성일

오늘 상락화보살님
시모49재
보살님
건강하셔요

냉동  창고 대박 나시고
사업 번창  하셔요

ybr님의 댓글의 댓글

ybr 작성일

참 좋은 보살, 정광월보살님!~

벌써 시모님 49재가 되었네요.
마음이나 신체가 후덕하신 상락화회장님 항상 늘 건강하십시오.
안면암 크고작은 불사에 일심정진하시도록요.

더운 날씨에 정겨운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ㅇㄷ님의 댓글

ㅇㄷ 작성일

부처는 인간의 봉사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부처에 봉사하는 인간의 선은 지극한 선이다.

해탈심게시봉사 님 아이디가 가슴에 새겨지네요

ybr님의 댓글의 댓글

ybr 작성일

ㅇㄷ님!~

바쁜 시간 틈내어 자세히 읽어 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모자란 사람에게
해탈심 아이디가 어울리는 것 같다니 기분이 매우 업되는 순간입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