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스님 { 안면암 일기 } : < 감로수처럼 달콤한 약비 > 2021년 8월 2일 월 (음 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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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2건 조회 2,029회 작성일 21-08-02 07:58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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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룩한 사람은 만나기 어렵나니,
그는 아무 데서나 나지 않는다.
그가 나는 곳은 어디서나
온 겨레가 은혜를 입는다.
부처나 신의 사랑은 참인(慘忍)을 함께 하는 것이다.
못 견딜 참인으로 시련을 주어, 거기서 인간의 아름다운 생명의 증명을
얻게 하여 비로소 안아 주려는 것이다.
필사의 기도만에 축복받는 생명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공연히 내가 슬퍼한다
요즘에는 촬영과 녹화 기술이 발달해서, 저속으로 촬영해서 고속으로 재생할 수 있다. 백 일간 촬영한 것을 한 시간에 재생한다면 촬영 대상의 시작과 끝을 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가령 꽃이 피고 머물고 지는 전 과정을 촬영했을 때, 피고 지는 과정을 고속으로 재생한다면, 꽃의 태어남과 죽음을 한꺼번에 볼 수가 있으리라. 사람의 일생도 촬영해서 적절히 편집해서 고속으로 재생한다면 한 시간 내에 갓난아기부터 숨을 몰아쉬며 늙어 죽을 때까지의 전 과정을 볼 수 있으리라. 만약 세상 모든 것의 녹화를 더 빠르게 재생한다면 피고 지고, 만나고 헤어지고 , 이루어지고 부서지고, 나고 죽고의 과정이 무수히 반복되리라.그 반복을 보는 것이 지루해지리라.
나의 일생은 저 무수한 반복의 하나일 뿐인데. 나만을 특별히 들어서 대단하게 취급한다. 당연히 거쳐야 할 병과 늙음과 죽음이지만.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다. 무상하고 허망한 것을 빤히 알면서도 그것이 억울하다. 내가 애써 모았던 귀중품들이 남들에게는 태워야 할 쓰레기가 될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니 더욱 맥이 빠진다. 내가 남의 장례식장에서 불쌍히 여기고 돌아섰듯이, 다른 이들이 나의 장례식장에서 불쌍히 여기고 돌아서리라.
이때 나는 한 꼼수를 내본다. 세월의 흐름이 문제다. 만약 시간이 흐르지 못하게 한다면. 시간의 흐름을 무효화시킨다면, 늙음과 죽음의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닌가. 시간을 없애버린다면 이대로 영원히 멈추어 있을 수 있지 않겠는가. 달이 지구를 돌지 못하게 하고, 지구가 태양을 돌지 못하게 하기만 된 것이 아닌가.
왜 시간이 흘러간다고 생각해야만 하는가? 시간이라는 것은 정말 있기나 한 것인가? '시간'이라는 놈이 자기의 존재를 주장하고 나서지도 않는데, 우리가 공연히 '시간'을 지어내서 흘러간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왜 나고 죽는다고 생각해야만 하는가? 일어난 파도가 부서지고 가라앉을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태어남을 말할 필요도 없는데, 우리가 공연히 태어남과 죽음을 지어낸 것은 아닌가? 바다의 물색과 모양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 있는가? 변하는 모양을 따라 병과 늙음과 죽음을 붙인 이는 우리가 아닌가?
두 대의 기차가 한 역에 섰다고 치자. 그중 한대가 움직일 경우, 두 기차에 탄 사람들은 자기 차가 움직이는 지, 아니면 옆의 차가 움직이는 지, 분간하지 못할 수가 있다. 실제의 사실을 밝히는 데는 어느 차가 움직였느냐가 중요하지만, 기차에 탄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할 때는, 착각하는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실제로는 옆 기차가 움직이지만, 내가 탄 차가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 마음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육조 혜능대사가 한 절에 들르니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을 보며 두 수행자가 다투고 있었다. 한 사람은 바람이 흔들린다고 주장하고, 다른 이는 깃발이 흔들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사는 "흔들리는 것은 그대들의 마음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깃발이나 사람이나 펄럭임을 지어서 보는 것이 우리의 마음이고, 삶과 죽음과 기쁨과 슬픔을 지어서 보는 것이 우리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지구는 하나의 중심으로 고정되어 있고, 태양이나 다른 별들이 지구를 돈다고 생각했다. 천문학의 발전으로 지구가 다른 별들과 함께 태양의 주위를 돈다는 것이 밝혀졌다.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혜능대사가 한마디 던진다면 "도는 것은 그대의 마음일 뿐이다"라고 할 것이다.
심동설心動說은 우리 마음의 현주소를 가리킨다. 세상은 항상 그대로인데 공연히 내가 세월과 흐름을 짓고 슬퍼한다는 것이다. 쥐뿔도 아닌 내가 온 세상일을 간섭하면서 독재자처럼 행세한다는 것이다.
네가 뭔데 네 마음 흔들림의 화풀이로 세상에 시비를 거느냐? 해와 달과 지구가 평화롭게 서로 끌며 도는데, 왜 그것에 네가 지어낸 늙음과 죽음의 책임을 뒤집어씌우려 하느냐?






안면암 대소사를 일심으로 적극 도와주시는
매점 손처사님께서 며칠 전 구슬땀을 흘리며 심으신 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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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설봉스님 { 안면암 일기 } : < 감로수처럼 달콤한 약비 > 2021년 8월 2일 월 (음 6,24)
어제 아침부터 내리던 반가운 비는
중간에 잠시 그치더니
오후부터 아주 줄기찬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오후 늦은 시간 빗줄기가 약해진 틈을 타서
설봉스님께서는 우산도 없이
비로전 뒤 밭으로 신나게 올라가서 잡초들을 제거하셨습니다.
살려고 태어난 잡초들에게는
너무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사바세계 현실입니다.
무공해 농사지으시느라
농약을 안 뿌리므로 잡초들만
땡볕에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으며
공들여 심은 농작물들은 피해를 입는다고 합니다.
오늘 새벽예불 때는
완전히 그쳤던 비가
식물들에게 감로수가 되려고,
약비가 되려고,
또다시 시원스런 빗줄기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농사지으시는 분들이 가장 기뻐하실 듯합니다.
한여름이니
생수장사하는 저의 아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겠지요??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삼불 원융하여 십불보현대인경 해인총상 하소서.시방미진원겁으로 . ..간절히두손모읍니다 .위에글이 오늘따라 멋집니다. 핫...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