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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스님 { 안면암 일기 } : < 비오는 날의 고마운 아침 > 2021년 7월 4일 日 (음 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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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3건 조회 3,746회 작성일 21-07-0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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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이 다해 정신이 떠나면

가을 들에 버려진 표주박처럼,

살은 썩고 앙상한 백골만 뒹굴 것을. . . . . .

무엇을 사랑하고 즐길 것인가!


만일 그대 내 품에 안길 때면

당신은 하나 그림자, 찬 해골. . . . .

아아, 나는 당신의 무엇을 사랑해야 하는가?

. . . . . . 핏줄이 터질 듯

사랑해야 하는가.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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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려고 하지만 않는다면

쉽고 편하게 살 수는 없을까? 골치 아프게 이것저것 신경쓰지 않고 도를 닦을 수는 없을까? 일부러 어떤 일은 하겠다거나 말겠다고 작정하지 않고, 그저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말하며 살아가는데도, 나도 좋고 남도 좋게 될 수는 없을까?

    나침반은 지구의 자석 원리를 이용해서 만든다. 자석은 당기는 성질과 밀어내는 성질이 있는데, 지구도 하나의 자석체로 되어 있다. 마이너스 성질의 지구 북극 S극은 플러스+ 성질의 자석 N극을 잡아 당기고, 지구 남극은 그 반대이기 때문에, 그 성질을 사용해서 북쪽과 남쪽을 알 수 있게 한다. 요즘에는 자이로스코프에 지구 자전운동의 축 방향이 나타나게 하는 원리를 이용해서, 주벽 자기장 강약이나 방해의 영향을 받지 않고, 진짜 북쪽을 알아낸다고 하는데, 나의 주된 관심은 항상 일관되게 끌어당기는 힘이다. 우리가 참다운 삶의 길을 찾고자 할 때, 자연의 흐름과 일치되는 방향을 잡는다면, 전혀 힘들이지 않고 자동적으로 , 도가 닦아질 것이다.

    정년퇴직 후에 문경에서 감나무 재배를 하는 불자가 있다. 매년 가을마다 주먹처럼 큰 감을 선물 받곤 했는데, 금년에는 직접 나무에서 감을 따보면 어떻겠느냐는 연락이 왔다. 수확을 도우려는 신도들과 함께 감나무 밭에 갔다. 주렁주렁 달린 감을 보고 사람들은 탄성을 질렀다. 감 따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주인은 크고 마음에 드는 것을 따서 가져가란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어려움을 만났다. 크고 잘 익고, 모양이 좋은 감을 따야겠는데, 모두 비슷비슷해서 잘 구별이 되지 않는 것이다. 다 좋은 감들인데"보다 좋은 것을 골라야 한다"는 생각에 묶여버린 것이다. 어처구니없게도 감 따는 일보다 고르는 일에 더 어려움을 느끼게 된 것이다.

    삶에 있어서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것은 무엇일까? 생명력이다. 모든 생명은 살려고 한다. 아무리 사소한 잡목이나 잡초도 살기 위해서 태양을 향해 얼굴을 내민다. 동물들은 어린 새끼를 건드리면 목숨을 걸고 덤빈다. 목숨이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살려고 하니, 이것은 북극의 자석이 반대 극을 당기는 성질보다도 더 확실하다. 생명은 자동적으로 살게 되어 있다. 나침반이 언제나 북쪽을 향하듯이 말이다.

    참, 감나무 주인이 나에게는 신기롭고 중요한 말을 해주었다. "작물이 좋은 품종의 감나무 밑에는, 고염나무와 같이 열매를 기대할 수 없는 것들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감꽃이 필 때 꿀벌들이 꽃분을 이리저리 옮기는데, 야생 감나무들이 있어야 열매가 좋은 감나무와 그 과실들이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자란다는 것이다. 단지 감나무 세계에서만이 아니다. 다른 품종에서도 마찬가지다.

     감들이 다 좋은데 왜 더 좋은 감을 고르기 위해서 고민하는가. 살아있다는 그 자체로서 충분한데 우리는 왜 더 좋은 삶을 고르려고 하는가. 그대가 못 생겼다고? 멍청하고 배운 것이 없다고? 돈도 명예도 사랑도 없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고? 비행기를 타고 도시를 내려다본다고 치자. 다 그만그만하다. 설사 구태여 잘생긴 사람을 고르는데 그대가 뽑히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못생긴 그대는 저 잘생긴 사람이 건강하게 살도록 만드는 데 필요한 대단히 중요한 꽃가루를 제공하고 있다.

    <금강경>의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는 구절의 해석을 조금 바꾸어야겠다. 전에는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이 세계를 장엄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라"고 해석했었지만, 이제는 "고르려고 하지 말고 잘 살기만 하라"고 풀이하고 싶다. <신심명>의 시작 문구인 "지도무난 유혐간택至道無難 喩嫌揀擇" 즉 "바른 삶의 길은 어렵지 않으니 단지 고르려고만 하지 않으면 된다"와 비슷한 방향의 해석이다. 어떤 수행법은 좋거나 수승하고 다른 수행법은 나쁘거나 하열할 것이 없다. 마음이 내키는 대로 닦으면 된다. 너무 "고르기"에 집착하지만 않는다면, 기복을 위한 염불 기도도 나쁠 것이 없다. "지금 살아있음에 만족함"으로 최상의 성취를 삼는다면, 무엇이 아쉽고 고민되고 두렵고 잘못될 것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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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39년만의 늦은 장마가 전국적으로 곧  시작된다고 합니다.

충청도 지역은 7월 7,8일 경이라는데
우리 안면암에 제법 비가 많이 온 것처럼 보입니다.


속진俗塵의 묵은 때를 완전히 벗어낸듯
청정세계의 연속이어서 불심佛心이 저절로 자라고 있습니다.

나이 고희古稀가 다 되도록
번뇌 망상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해탈심의 심신을 위로해 주는 고마운 아침입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원만행보살님의 게시글입니다.

창조적인 사람은 앉은 자리에서 극락을 즐겨라.
중생세계가 극락정토니
중생과 더불어서 극락정토를 설정하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부처님의 깨달음의 내용이다.

무상 정등 정각
간절한 지극한 마음으로
보리를 깨닫고자 하는 마음보리심!
나무아미타불  감사합니다.

                                                        원만행 합장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생기발랄하신 큰 보살, 원만행보살님!~

불법을 함께 공부하시려는 일심一心에 경의와 찬사를 보냅니다.

우리는 언젠가는 반드시
자타일시 성불도 해야 하는 좋은 도반들입니다.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