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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스님 { 안면암 일기 } : < 아침의 진상(眞相) > 2021년 7월 6일 화 (음 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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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5건 조회 4,963회 작성일 21-07-0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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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롭던 임금의 수레도 부서지듯

우리 몸도 늙으면 형체 썩는다.

오직 착한 덕만이 괴롬을 면하나니

이것은 어진 이들 하신 말이다.


어떠한 활동이나 ㅡ 진에 있어서나, 선에 있어서나, 미에 있어서나ㅡ

활동 그 자신이 그 목적의 전체가 되는 곳에

비로소 그 활동의 자유가 있고,

순수한 열락이 솟아나고

인생의 완전하고 영원한 행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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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만일 바른 법을 모르면

그 늙음은 소의 늙음과 같다.

한갓 자라나 살만 더할 뿐,

하나의 지혜도 불어난 것 없나니.


행복은 범인(凡人)에게 있다.

그러나 늙은 소 같은 우울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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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남을 맞바꾼다면


           누구에게나 선망의 대상이 있다. 수행자라면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청정하고, 바르고, 지혜롭고, 자비가 넘치고, 교화력이 있는 지도자를 부러워할 것이다. 금생에 그런 인물이 되지 못한다면 내생에라도 그리 되도록 원을 세울 것이다. 그런데 수행에만 전념하는 지도자는 주목을 받지 못하고, 명성을 얻은 지도자는 '권승權僧'으로 불린다. 교단의 행정조직에서 권력을 가진 이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 이를테면 복지, 문화, 예술 분야에서까지 사회적 명성과 영향력을 누리면 일종의 권승이 된다. 대부분 소문에 의해서 지도자를 찾기 때문에, 명성을 얻은 이들에게 사람들이 몰리기 마련이다. 두 분의 교단 지도자가 먼저 떠오른다. 그들 각자의 활동 전성기에는 구름처럼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남다른 능력과 열정으로 교단의 발전과 안정에 이바지하려고 했다. 그런데 두 분은 각기 육체적 병고로 인해 일찍 적멸의 세계에 들었다. 나는 평소 그분들을 추앙하는 이들에게 물었다. "그분들의  생애와 그대들의 생애를 맞바꿀 수 있다면, 그대들은 그렇게 하겠는가?"

    한 사람도 그러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질문에 허점이 많은 것을 잘 안다. 내 맘대로 잘 나가는 이를 나로 간주한다고 하더라도, 그 대상의 움직임에 내 뜻을 반영할 수도 없고, 상대가 나라는 것을 주위에 알릴 수도 없다.

  「 법화경 」 「 법사공덕품 」에는 경을 받들어 지니면 여섯 가지 감각기관이 각기 팔백 또는 천이백 가지의 공덕을 얻게 된다고 한다. 눈의 공덕에는 하늘의 눈, 지옥의 눈, 귀한 이의 눈, 천한 이의 눈, 착한 이의 눈, 악한 이의 눈, 양반의 눈, 기생의 눈, 사업가의 눈, 예술가의 눈, 할머니의 눈, 손자의 눈 등이 있다. 모든 측면에서 세상을 골고루 볼 수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많은 종류의 귀, 코, 혀, 몸, 뜻으로 모든 소리, 냄새, 맛, 감촉, 뜻을 듣고, 맛보고, 느끼고, 살필 수 있다. 건성으로 세상을 거쳐 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사물물을 낱낱이 그리고 속속들이 감상할 수 있다. 팔백 또는 천이백 종류의 감각기관을 연속적으로 여섯 번 제공하니 한 몸에 무수히 많은 캐릭터들이 담겨 있는 셈이다.

    앞에서 우리는 나와 남을 바꾸기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내 몸에 그 많은 종류의 감각기관을 한꺼번에 가질 수 있단 말인가. 우리의 주체 바꾸기와 「법화경」에서의 무수한 감각기관을 갖추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우리는 우선 '나', '내 것', '내 맘대로', 그리고 '나의 명성'을 원한다. '나'를 내세우니까 문제이지 그렇지만 않다면 나는 상대의 아무런 허락을 받지 않고도 누구든지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 천 년 동안 움직이지 않는 바위가 될 수도 있고, 하루살이가 될 수도 있다. 또 가을이면 쓸쓸이 떨어지는 낙엽이 될 수도 있다. 돈, 권력, 명예, 등을 위주로 무엇인가를 구하고 쌓아두겠다는 것이 아니라, 삶의 구석구석을 있는 그대로 여실히 감상하면서 행복해 하겠다는 것이니, 어느 것에 걸릴 것도 방해될 것도 없다.


    나와 남을 실제로 바꿀 수는 없지만, 가정해보는 것은 수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고인 가운데서, 내가 원하는 생애의 유형을 골라보자. 어떤 영웅호걸 스타든지 맘대로 골라도 된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그 중의 한 인물이었기를 원하는지를 관觀해보자. 모든 화려함의 뒷면에는 그에 대한 대가를 치루는 억지와 고난의 그늘이 있게 마련인데, 나는 그것들을 감당할 자신도 없거니와, 화려함의 사이즈가 내 몸에 맞지 않다. 너무 크다. 내가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옷이 나를 담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죽은 화려함의 과거보다도 살아있는 현재의 초라함이 좋다. 편안하다. 현재 살아있으면서 최고의 명예와 영화를 누리는 이와 맞바꾸기를 하면 어떨까. 그도 백 년 내에 고인이 될 터인데 이 육신의 옷을 벗고 있는 것이 번거로울 것 같다.

    그대, 수능시험을 치룬 직후에 자살한 대입 삼수생은 아니지? 위암 판정을 받자마자 농약을 마신 공무원도 아니지? 그러면 됐다. 그대는 살아 있다. 무수한 눈, 귀, 코 등으로 지금의 여가를 실컷 음미할 수 있다.

행복할 자격과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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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평화로운 아침의 진상을 관람하며

나태주 시인의 짤막한 시가 엄습하고 있습니다.

                    「오늘」                       
                                              나태주 시인
             
지금 여기
행복이 있고

어제 거기
추억이 있고

멀리 거기에
그리움 있다.

알아서 살자

#############

금강경 사구게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 >

무명의 해탈심 생각에
지금 이 순간을 최고로 살면
부처와 중생이 따로 존재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ㅇㄷ님의 댓글

ㅇㄷ 작성일

남과 바꿔도 좋지만, 내 마음을 바꾸면서 정진하겠습니다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ㅇㄷ님!~

대단히 지혜로운 댓글입니다.

아마도 전생에 선근 공덕이 무척 크고 많았으리라 짐작됩니다.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

중생의 버뇌.  번뇌도죄업도  고통도 삼도  를  ㅈㅣ혜도로  원아제도  계정도  즉해탈도를  복을지어이뤄야  걸림없이  매임없이    그냥  빠리될생각없이 닦기만하면된다  지혜를잘닦는게도다.  인연을깊게믿고 전생  업장  참회하고  사람몸받았을때  사람으로  써제대로쓸때  종교생활  잘 금생에건강하게 내생에극락정토 나의광명이  치연하여.. ...'진리는 아견이 있으면  진리가아니다.    우리는  번뇌가 뼈속까지  사무쳐서    만족할줄 모르는  함정이 있다 ..'만족할줄알아야한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감사합니다 ?오래만에 무량이'보니  많이컸네 눈동자도  처음제대로봤네요.  선을실천함이  악함과 바꼬는것이지요?    ...'.

ybr님의 댓글

ybr 작성일

생기발랄하신 큰 보살, 원만행보살님!~

옳은 말씀이십니다.
지혜를 닦는 것이 도이며
만족할 줄 모르면
인생을 헛 사는 것입니다.

무량이 항순이 참 순한 아이들입니다.
저는 털 청소해줄 때 진드기 잡아줄 때 눈동자 가끔 본 적이 있지요.ㅎ

악은 잠재우고 선은 일깨우고. . .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