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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스님 { 안면암 일기 } : < 장마 속에서도 소중한 하루 > 2021년 7월 7일 수 (음 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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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4건 조회 4,246회 작성일 21-07-0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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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 집(몸) 지은 이 보지도 못하면서

얼마나 오고 가고 나고 죽으며,

얼마나 많은 고통 두루 겪으며

몇 번이나 이 세상에 태어났던가!


. . . . . . 이리하여 사람들은

기다리던 손님 모습 영원히 볼 길 없어,

무한한 어둔 밤하늘의 궤도을 도는 목성처럼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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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집(몸) 지은 이 보였나니,

너는 다시 이 집을 짓지 말라.

너의 모든 서까래는 부서졌고

기둥도 들보도 부러져 쓰러졌다.

이제 내 마음은 짓는 일이 없거니

사랑도 욕망도 다해 마쳤다.


그렇듯 즐거움도 이미 다함이여,

이렇듯 슬픈 정만 끝이 없구나.

아아, 나는 늙었도다

어이하리, 어이하리

      ㅡ 한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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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호흡의 공기인 언행


          우리는 삼키고 배설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들어오고 섞고 내보내야 한다. 음식과 공기가 그러하고, 살과 살, 부모와 자식이 그러하다. 삶은 저 부단한 교류 과정의 부산물일 뿐이다. 우리는 언뜻 삶이 먼저이고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 교류가 없다면 지금의 우리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

     육체만 교류의 산물일까? 우리의 마음도 교류가 전제되지 않으면 육체의 교류도 없다. 만약 내 주변에 자연과 사람, 그리고 그것들과의 교류가 없다면, 나는 살아 있으되 죽어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삶과 마찬가지로 행복도 주변과의 교류의 산물이다. 마음의 숨을 쉬지 않고는 즉 교류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세상에서, 좋은 언행은 맑은 공기와 같다.

    사람들과의 교류에서 무심코 내뱉은 나의 말 한마디가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다. 나의 몸짓, 표정, 눈길도 마찬가지이다. 빛과 소리가 반사 반향으로 되돌아오는 것과 같이, 나의 동작과 언어도 메아리가 되어서 돌아온다. 내가 상대의 기분을 1할 상하게 했다면, 가중치가 붙은 반응은 나의 기분을 2할 상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악순환의 반사작용은 연속적으로 도를 높이게 될 것이다. 반대로 나의 언행이 상대의 기분을 좋게 하면, 그 반향이 내 마음에서 일어나고, 연이어서 상대의 마음이 밝아질 것이다. 행복을 만드는 쪽으로 교류의 숨을 쉴 수 있게 될 것이다.

    연말의 많은 송년회를 앞두고 "모임에 나갔을 때 피하고 싶은 인물 유형이 무엇이냐?"의  설문으로 조사한 내용이 보도된 바 있다. 별 내용이 없는 말을 술주정하듯이 짓궂고 지겹게 되풀이하면서 깐죽대는 형, 뒤에서 남을 비방하는 형, 자화자찬형, 아랫사람은 무시하고 윗사람에게는 지나치게 아부하는 형, 재력을 과시하는 형 등의 순으로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고 한다.

    저 유형 가운데서 깐죽대거나 자화자찬하거나 재력을 과시하지 않기는 쉬울 것 같다. 아부하거나 직접적으로 남을 비방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불교의 이상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골라내는데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남이 듣기 싫은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런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것 어렵다. 모인 사람들의 잘잘못을 비판의 눈으로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스러운 어린 애기의 움직임을 무조건 귀엽게 보듯이, 그저 흥미롭고 재미있는 쪽으로만 생각하기가 무척 어렵다. 하지만 아무리 어렵더라도, 도를 닦는 사람은 항상 밖의 것에 핑계를 찾지 않고, 자기로부터 행복을 여는 길의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 남을 불쾌하게 할 가능성이 있는 말과 행동은 물론 뜻까지도 갖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 나옹선사 발원문 」 가운데, "내 이름을 듣는 이는 지옥, 아귀, 축생의 고통을 면하고, 내 모양을 보는 이는 해탈을 얻게 하소서" 라는 구절이 있다. "내 이름"과 "내 모습"을 "내 말"과 내 몸짓"으로 바꾸어도 좋으리라. 나옹화상은 만나는 사람마다 극락과 해탈의 세계를 선사하려는 큰 원을 세우지만, 우리는 최소한 접하는 이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겠다는 결심을 할 수는 있으리라.

     등산로에서 아버지와 중학교 1학년 정도의 아들을 만났다.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땅을 보고 지나갔다. 나는 보통 가볍게 말을 걸지만, 아버지가 대면을 피하는 것 같아서 편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뒤따라오던 아들이 "안녕하세요"라며 머리를 꾸벅하는 것이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앞서 지나간 아버지는 단순히 건강을 위해서 등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들에게 인사를 담아서 전하는 중이었다. 아들로 하여금 밝고 정겨운 세상을 만들도록 교육을 시키는 중이었다. 내 속에서는 저절로 축원이 떠올랐다.

     "저런 아이가 커서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훌륭한 인물이 되게 해 주십시오"

    엘리베이터 안에서 무언으로도 상대에게 공경을 표할 수 있다. 단지 두 손을 가위자로 모아서 아랫배를 가리는 시늉만 해보라. 아름다운 경례의 조각을 만드는 예술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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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예년보다 훨씬 늦게
장마가 시작되어  전국적으로 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에게
건강하고 편안한 오늘이 항상 늘 계속되기를 비옵니다.


#오늘이라는 하루
                          ㅡ 김경희

가는 길에
시도하는 노력에
악이 끼고
방해가 끼고
힘듬이 있어도

깨지고 다치고
이루어진 성과들이
한 해를 되돌아보며
기쁨을 선물한다

주워진 삶 앞에
살아낸 것들에 대한 마음
그만큼 성장하고
자란 키만큼
오늘이라는 하루는
소중하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

불심을갖은자는  먼저무상을 알아야한다.  내가나를깨닫는마음  이불심  가르침을배우고  불심으로이루어지도록  자꾸배우는것이불학  세상에는  불학을잘모른다.오직  깨닫는 마음이 불학인데  불심이 건강해야한다 .마음을 변화시켜서 배우는것이  불학이고  참학이다.  무위자성  진실락이  그중에갖춰더라  나옹 선사님의 토굴가의 한대목 ..석호는 무영허고  송풍은화답할때  무착령  올라서서  불지촌 을  바라보니  각수에담화는  난 만개더라 ...  그야말로  아뇩다라  삼약삼보리  로써    !    내모양  내이름을  .....그럴것이고  합장  하여  존경  허리머리 조아려  형상의 모습 마음에  올리며  저로써    한걸음을  다짐해봅니다...불법승  삼보님  감사합니다 ...고양이  까치 너들도  함께  극락 가자 ...?  나무아미타불    우중에 조심하시고  밝고  깊은  넓은  성불의 수행  에  합장 합니다.. 나무아미타불

ybr님의 댓글의 댓글

ybr 작성일

생기발랄하신 큰 보살 원만행보살님!~

무상을 모르는 자는 불자가 아닙니다.
불교의 삼법인 중에서 가장 주요한 제행무상을 제대로 배웠다면
탐 진 치 삼독에서 헤매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들 안면암에
깃들어 살아가는
고양이 새들도 미래의 언젠가는 극락에 함께 갔으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습니다.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정광월 합장님의 댓글

정광월 합장 작성일

이산  혜연 선사 발원문
동네 절 법당  한글 반야심경 읽고.읽어요
외우지는 못하고
요즈음은  금강경  화요일 재때마다 아미타경 3번
읽어요
오늘 올림픽공원역에 만나    영가 계신  양평 토굴 갔다
왔어요
양수리역 생기고 집들이 많이 생긴다고  친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