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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스님 { 안면암 일기 } : < 생명과 더불어 함께하는 부처님 자비 > 2021년 7월 8일 목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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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5건 조회 5,232회 작성일 21-07-0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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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행실도 닦지 못하고

젊어서 재물을 쌓지 못하면,

고기 없는 빈 못을 속절없이 지키는

늙은 따오기처럼 쓸쓸히 죽는다.


세월은 흘러흘러

나를 기다리지 않나니

아아, 나는 늙었구나.

           이 누구 허물인가.               

                                              ㅡ  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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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행실도 닦지 못하고

젊어서 재물을 쌓지 못하면,

못 쓰는 화살처럼 쓰러져 누워

옛일을 생각한들 어이 미치랴!


과거에 머리를 돌리고 미래에 초조해 하는 자 ㅡ 현재는 거짓이던가?

남의 일에 간섭하고 신의 일까지 생각하는 자 ㅡ 자기가 빈약하던가?

행복은 현재의 충실에서만 꽃피고, 지선(至善)은 자기 완성에서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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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깨달음으로도 행복할 수 있어

            노인들과 갯벌가를 걸으면서 대화하는 중에 "일생을 살아오면서 언제 가장 행복했다고 생각되나요?라고 물었다. "철없고 세상 물정 모를 때가 좋지, 세상사 흘러가는 것을 대충 짐작할 수 있게 되니, 인생길이 너무 뻔히 보여서 고달프게만 생각되더군요"라고 한 분이 대답했다. 다른 이들도 공감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삶의 길이 사진처럼 뚜렷하게 보일 때보다는, 추상화처럼 좀 아리송했던 때가 좋았던 것 같다.

   나이가 차고 철이 든다고 해서 만사를 다 알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인생행로가 고착화되어 가고 꿈이든 현실이든 가능성의 길이 점점 줄어드는 것만은 분명하다. 돈과 권력의 힘과 맛을 아는 것과 "꿈속에서처럼 그냥 좋다"와는 정비례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불쑥 이런 질문을 던졌다.

   "세상 물정 모를 때가 좋았다고 하니, 십여 세에 지능 발달이 멈춘 장애인의 삶을 살라고 하면 그렇게 하겠습니까?"

    그러자 한 동행자가 "장애가 있으면 혼자 모든 것을 처리하기 어렵고,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잖아요?"라고 말했다.

   불도를 닦는 입장에서 냉정하게 돌이켜보면, 우리는 완전하게 철이 들었다고 할 수도 없다. 남의 눈치를 보고, 어떻게 하면 이익이 되고 손해가 되는지는 훤히 꿰뚫어 볼지 몰라도, 그것이 생사 해탈의 도는 아니다. 어쩌면 세간적으로나 출세간적으로 양쪽 다 턱없이 뒤쳐진 상태에 있는지도 모른다. 속세적인 복력도 충분하지 않거니와, 불도의 깨달음도 부족하다. 양쪽에서 "철이 덜 든 상태"에 있는 셈이다. 이 부족한 처지 그대로 행복을 느끼는 방법은 없을까?

   「 법화경 」 <약초유품>에는 '3초2목의 비유'가 있다. 하늘에서 균등하게 비가 내리지만, 큰 나무는 큰 나무대로, 작은 나무는 작은 나무대로, 또 상품, 중품, 하품의 약초가 각기 나름대로 그 비로부터 혜택을 받는다. 마찬가지로 부처님의 설법이 모든 중생에게 균등하게 내리지만, 각자의 근기에 따라서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비유이다.

   이 비유의 주요 목적은 부처님의 설법이 모든 수준의 중생에게 비처럼 공평하게 내린다는 것, 부처님의 대기설법이 교묘하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지만, 우리는 이 비유에서 다른 것도 끌어낼 수 있다. 상품의 약초나 큰 나무뿐만 아니라 하품의 약초와 작은 나무도 살아야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상품의 약초와 큰 나무가 맞는 데가 있듯이 하품의 약초나 작은 나무도 필요한 데가 있다면, 우리가 아무리 최하품의 작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꼭 존재해야 할 이유와 자부심을 갖고 행복해 할 수 있는 것이다.

    불교의 본의에서 볼 때, '상품의 약초'나 '큰 나무'가 '하품의 약초'나 '작은 나무'보다 더 좋을까? 물론 중생을 구제한다는 면에서 볼 때, 작은 그릇보다는 큰 그릇이 좋고, 작은 깨달음보다는 큰 깨달음이 좋을 것이다. 작은 깨달음에 만족하지 말고 궁극의 깨달음을 향해서 계속 정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삶을 음미하는 면에 있어서는 크고, 작고, 높고, 낮은 것이 의미가 없다. 빨강과 파랑을 비교해서 어느 쪽이 더 좋다고 할 수 없듯이, 사람은 누구나 나름대로 독특한 가치가 있다. 작은 깨달음으로도 나는 행복할 수 있다.


   큰비 후에 맑은 냇물이 흘러가듯이 버리기 아까운 행복은 계속 떠내려가고 있다. 냇물은 줄어들지라도 행복의 물은 마르지 않는다. 항상 흐른다. 그러나 아무리 행복이 내 주변에 꽉 차 있더라도, 자신의 부족함을 핑계로 그것을 음미하려들지 않으면, 우리는 항상 삭막함만 보게 될 것이다. 그대 지금 고통스러운가? 그것 행복 맛보기에 대단히 도움이 되는 요소이다. 세상의 모든 성현은 하나같이 고통 속에서 행복을 알아보는 깨달음을 얻었다.

    뇌의 발달을 멈추게 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지만, 장애인이 된다면 그것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10세와 100세의 지능이 똑같이 행복할 수 있으니까. 모든 삶이 각기 독특함을 체달한다면, 아무리 지독한 고통도 편안하게 음미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행복의 맛으로 풀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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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우리들 안면암의 아침이
장맛비로 하여금 더욱 고즈녁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생명과 더불어 함께하는 부처님 자비>는

세간을 초월해  시시처처에서 영원히 발현되고 있습니다.



시詩 세계를 모르는 저는
시간을 내어
장마에 관한 시를 몇 개 감상했습니다.


# 장마의 계절 / 조병화

지금 나는 비에 갇혀 있습니다
갈 곳도 없거니와
갈 수도 없습니다
매일매일 계속되는 이 축축한
무료
적요

어찌 이 고독한 나날을 다 이야기 하겠습니까?

비는 내리다간
쏘와! 쏟아지고 쏟아져선 길을 개울로 만듭니다
훅 번개가 지나가면
하늘이 무너져 내는 천둥 소리
하늘은 첩첩이 검은 구름

지금 세상 만물이 비에 묶여 있습니다

######

장마  / 오보영

무슨 말인가 할 것 같아서
무슨 말이든 들을 것 같아서
나무를 본다

그저
불어오는 바람에 몸 내어 맡기고
내리는 비 철철
맞고만 서있는
나무를 본다

무슨 말이든 듣고 싶어서
무슨 말인가 하고 싶어서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

즉심이보살정토    마음이 곧게쓰는것이 보살정토      구하는마음이없다.    심시이 보살정토  공덕은  마음을닦는것  지혜로운것  불청중생  행복극락을을누린다.  보리  정토 보살지  대승중생  적극적이생기심  우리에게  법을주신분  완성된사람부처님.    적극적으로 진실을말하라  .욕행무상보리 .  남을이익하게하는일체를다버리고 보편적즐거운마음으로탐진치 기쁨으로버려라  보시가  보살정토다.  신앙생활은  관념적으로 하면  안된다  탁상공론은치우고  실제로해야  불국토 청정 ' .....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비에대한시  잘읽었어요, 스님의  사진글  모두가  기쁨으로  요 ....건강하십시요 ....감사합니다.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생기발랄하신 큰 보살, 원만행보살님!~

매일매일 이른 아침
설봉스님의 심혈을 기울이시는
사진 명품에서 크나큰 기쁨과 위안을 얻습니다.
 우리 모두 다 함께라고 생각됩니다.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정광월 합장님의 댓글

정광월 합장 작성일

생각이  물처럼
        맑은  사람은

      그  가슴에서
    물  소리가  들리고

    가슴이  숲처럼
    고요한  사람은

      그 가슴에서
    새 소리가  들립니다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참 좋은 도반, 정광월보살님!~

선사님들의 禪詩같은
시어詩語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저의 가슴 속에서도
 물 소리 새 소리가 고요히 들리는 날이 머지 않았으면 . . . . . . .

무명을 깨우쳐 주셔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