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지명 큰스님 저서 : < 그것만 내려 놓으라 > 중 # 악은 잠재우고 선은 일깨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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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2건 조회 1,939회 작성일 21-06-16 05:58본문


악을 잠재우고 선은 일깨우고
불교는 악을 짓지 말고 선을 쌓으라고 한다. 이미 일어난 악은 멀리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악은 예방하고, 이미 일어난 선은 더욱 활발히 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선은 자꾸 일깨우라고 한다. 또 인과응보의 철칙도 들먹인다. 선행을 해도 나쁜 일만 당하는 사람, 악행을 해도 좋은 일만 생기는 사람의 경우, 아직 그 과보가 무르익지 않았을 뿐, 선행과 악행의 과보는 언젠가 반드시 나타나게 되어 있다고 한다.
저 악과 선은 어디에서 숨어 있다가 나타나며, 왜 갈라져서 세상을 혼란스럽게 할까. 이상세계는 선으로만 꾸며져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선과 악은 양지와 음지처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생각되는데, 햇빛만 있고 그림자는 없는 세상도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불교의 기본 입장에서 보면, 악과 선은 사람의 문화가 규정한 것이다. 악은 절대적이 아닌 오직 상대적으로 존재할 뿐이다. 집단과 지역과 환경에 따라 같은 행동이 악으로 취급되기도 하고 선으로 대접받기도 한다. 저 이라크 전쟁에서 많은 사람을 죽이고 죽임을 당할 때, 각기 자기편 사람은 반대편 사람을 많이 죽일수록 영웅으로 대접하려 할 것이다. 악이 어디 외부에서 오는 것도 아니다. 인간 존재 구성품 그 자체로서 악 또는 선으로 취급되는 마음이 있을 뿐이다. 우리 인간을 비롯한 세상 모두가 번뇌의 산물이다. 악을 모두 지우고 우리를 찾으려고 하면, 우리는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다른 종교, 예를 들면 기독교의 경우에는 교리상 악이 설 자리가 없다. 그 궁극의 이상세계에서 악은 용납되지 않는다.있을 수 없는 악이 생겨났기 때문에, 그것은 반드시 소멸되거나 그것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러나 불교는 다르다. 악은 처음부터 우리 존재의 기반으로 되어 있어서, 그것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선인에게도 악이 있고, 악인에게도 선이 있다. 단지 선인은 악을 잠재우고 선을 행할 뿐이고, 악인은 본래 자신에게 있는 선을 잠재우고 악이 주로 활동하게 한다.
휴휴암주休休庵主 몽산 덕이 夢山德異 화상은 <좌선문> 에서 욕망 속에서 살 수밖에 없는 우리의 처지를 감안하여 집착하지 않는 지혜의 길을 제시한다. "욕망의 세계에 살되 욕망을 초월하고, 티끌 세상에 살되 티끌 세상을 초월하라" 또 차별 있는 경계에서 차별 없는 고요에 들라. 차별 없는 진리의 세계에서 차별 있는 지혜를 보이라."
텔레비젼 화면이 아름답고 화려하다고 해서 그 뒤까지 똑같은 것은 아니다. 선거에서 이기는 이들의 미소 띈 얼굴 뒤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음수에 대적해온 상처가 숨겨져 있다. 각 분야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는 이들은, 아무리 선의의 경쟁이라고 하더라도 상대를 이기고 물리치기 위해서, 아주 독하게 살아야 한다. 욕망과 욕망의 부딪침을 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양보의 선행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아무리 고상한 이들이 모이는 집단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조직을 이루면 대외적으로 또는 내부 자체에서 갖가지 갈등, 알력, 시샘 같은 것은 피할 수 없지만, 그 속에 있으면서도 중생의 한계를 있는 그대로 보고, 측은한 마음을 가질 수는 있다.
'차별 있는 경계는 나와 남을 구별하고 다투는 세계를 뜻한다. 경쟁의 세계에서 상대를 지우는 경계로 나아가고, 다시 현실의 차별을 인정하고, 상하주종 관계에 순응시키는 지혜를 보이라고 한다. 현실을 살면서도 현실에 완전히 빠지지 말고, 그러면서도 또한 현실과 역사를 인정하라고 한다. 참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주 단순한 처음의 수행법으로 돌아갈 수 있다. 우리 내면의 악을 잠재우고 선을 일깨우는 일에 전념하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 주변을 살리고 이롭게 하는 쪽으로 전념하는 것이다. 도덕 교사 임용시험 응시생이 아닌 무주상의 실천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악 속에서 악을 초월하는 길이, 또는 악을 선으로 활용하는 지혜를 터득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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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악은 잠재우고 선은 일깨우는 일>은
하루 아침이나 한 생에서는
절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동쪽으로 향한 나무가지가 동쪽으로 쓰러지듯
일심으로 수행정진하면 목표에 반드시 도달할 것입니다.
<좌선문>
"욕망의 세계에 살되 욕망을 초월하고,
티끌 세상에 살되 티끌 세상을 초월하라"
또 차별 있는 경계에서 차별 없는 고요에 들라.
차별 없는 진리의 세계에서 차별 있는 지혜를 보이라."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선 악원무성 성범시허명 문전 적 광토 춘래 초자청 나무아미타불 글도잘새겼읍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