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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스님: {안면암 일기} < 쾌청한 날의 자화상 > 2021년 6월 21일 월 (음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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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3건 조회 4,297회 작성일 21-06-21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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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露刑), 나계(螺髻). 이화(泥灰). 단식(斷食),

지와(地臥). 진분(塵糞). 준거(蹲踞)들의 고행도

마음의 의심을 떠나지 못한

중생을 깨끗이 씻지는 못한다.


사물에는 선악이 없다.

마음에 염정(染淨)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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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법다이 몸을 가져서

마음이 고요하고 행실이 바라,

모든 생물을 해치지 않으면

그는 바라문. 사문이면, 비구다.


"나는 현자(賢者)의 현(賢)을 없애고 지자(智者)의 지(智)를 해치련다."

 ㅡ  <고린도서>

이 세상에 현자의 너무 많은 것을 보고 슬퍼하면서, 혼자 돌아오는 어둔 밤의 구두 소리가 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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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몸으로도 물의 삶 누릴 수 있으니

        삶의 마감이 그리 멀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의 하나는 "삶과 죽음을 하나로 만드는 방법이 없을까?"이다. 죽음 속에 삶을 포함시킬 수 있다면, 좀 더 편하게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교리의 모든 줄기에 '원융(圓融)'이나 '불이(不二)가 직간접으로 끼어들지 않은 곳이 없는 불교에서,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것은 여러 가지 표현을 동원해서 무수히 설해졌다.

     그 중에서도 화엄종의 '육상원융(六相圓融)' 즉 '여섯 가지 상대적 존재 형태 개념의 상호 허용' 가운데에 나타나는 '성상成相' 즉 '형태로 이루어진 모습'과 '괴상壞相' 즉 '형태를 해체해서 구성품을 분리한 모습'이라는 표현이 우리의 관심을 끈다.

    여기에 세 개의 막대기가 있다고 치자. 그것들의 끝을 연결하면 삼각형이 될 것이다. 삼각형을 부수지 않고 그대로 둔 상태에서도, 막대기 하나하나를 개별로 볼 수 있다. 삼각형을 이루었다는 점에서는 막대기 세 개가 공통점이 있지만, 하나씩 별개로 하면 다르다. 삼각형을 보면 형성된 모양이고, 막대기를 나누어서 보면 부서진 모습이다.

    불교에서는 사물을 본체, 형상,작용의 측면으로 분류해서 관찰한다. '윤회'와 '무아無我'를 동시에 가르치는 불교에서 , "나라는 주체가 없는데 무엇이 윤회한단 말인가?"를 답하는 데 저 체상용體相用의 관찰은 큰 도움이 된다. 석존 당시부터 무아 윤회를 설명하기 위해서 사용했던 '불'의 예를 실체, 형상 기능 작용으로 뜯어보자. 여기 불이 있다. 영원불변의 불의 실체가 있는가? 물론  없다. 연료를 제거하면 불은 꺼진다. 그러면 불은 없는가? 아니다 . 항상 있다.

   연료에 불을 붙이면 언제든지 생겨난다. 세상의 모든 불은 같은가? 아니다. 다르다. 같은 연료에서 타는 불도, 끊임없이 이전의 불이 죽고 새로운 불이 생겨난 것이다, 새 연료로의 이전은 계속적인 불의 죽음과 태어남을 의미한다. 그래서 불의 실체가 없이도 형상과 기능은 작용한다. 마찬가지로 나라는 주체가 없이도, 내 업의 작용은 형상을 보이며 그 기능이 윤회의 작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이렇게 생각할 지도 모른다. "저 불처럼 나에게 영원불면의 실체가 없고 계속 변하는 상태에 있다면, 내가 윤회를 두려워하고, 선업만 지어서 좋은 곳에 태어나려고 애쓸 필요가 없지 않겠는다?"라고 말이다. 저 말 속에는 아직 '자기'가 있다. 자기를 의식하면서 자기의 업과 윤회를 걱정하지 않겠다면 자가당착이 된다. 변하지 않는 고정 실체로서의 '나'는 없지만, '나'의 업으로 전달되는 형상과 작용은 분명히 있다. 불교에서 불국토를 장엄하고 보살도를 닦겠다고 원을 세우는 것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불처럼 죽기 살기를 계속하는 내 업의 기능을 누구에게나 좋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이다.

     세계지도를 만들 때, 미국은 자기 나라를 중앙에 놓고 태평양과 대서양을 양쪽에 배치할 것이다. 물론 한국도 우리나라를 세계의 중앙에 놓을 것이다. 내가 나를 우주 속에 그릴 때, 나를 중앙에 둘 것이다. 부처님이 높고, 지옥이 낮은 것은 교리상의 일이고, 설사 내가 지옥의 마음을 품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나조차도 중앙에 그리려고 할 것이다. 그래, 나는 항상 중앙이다. 삶과 죽음의 중앙이고, 부처와 지옥의 중앙이다. 나는 끊임없이 죽고 있고, 끊임없이 살아나고 있다. 아니 현재 살아있으면서 죽어 있다. 그리고 죽으면서 살고 있다. 부처로 오르려고 하면서도 지옥으로 미끄러지고, 지옥에 있으면서도 부처에의 꿈을 버리지 못한다. 삶 속에 죽음이 이미 들어 있으니, 죽음 속에 삶을 포함시킬 수행만 남아있다.


    의상대사는 <법성게>에서, 같은 화엄사상을 "성괴成壞 원융'이 아닌 '불수자성수연성不守自性隨緣成' 즉 "고정적 자성에 머무르지 않고 인연을 따라 나툰다"라고 짧게 표현했다. 습기가 수증기, 구름, 비, 물, 눈, 얼음 등의 어떤 몸으로든지 인연 따라 이루어지니, 그 한 단계의 몸에 다른 많은 몸을 포함할 수 있다. 구름의 몸으로도 물의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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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사진 속의 날씨가 어제에 비해 아주 쾌청해 보입니다.

천진불 애기동자의 모습을 보는 순간

위법망구하시는

안면암 수호신장 설봉스님의
#대자비심과 #여유로움이 동시에 겹쳐졌습니다.

그리하여
외람되게도
오늘은 <안면암 일기> 제목을
저 불초 해탈심이 맘대로  정하고 말았습니다.

만약
혹시
다른 마음이 있으신 분들이 계신다면 널리 양해해 주시길 정중히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

일도출생사  삶과 죽음에 관계치않는  중생구제 학불종사  인신자우    마음으로인해서  스스로  깨닫는다.  경을읽는것  공덕을 짓는것  원행을닦을때  구도행을열심히한다.무애로  .  무애인    도는스스로이룬다  .위대한부처님법 !    경을잘보면  .읽으면  깨닫는다  깊이 보면좋다. 기도는  참회하고  발원하는  삶에  간절한마음으로  해야  원을이룬다    나무관세음보살    보살님카톡  두번주심  감사합니다..'  노보살님께  관세음보살  매일  하셨음  아미타불도요  ..우리  보승화보살님은요  새벽  네시되기전 에 의자  앉으셔서  합장 하시고    예불후  큰스님과  인사  나누심이  매우  아릅답습니다...  ㅎㅎㅎ  감사해요  ..안면암  전경의  사진들이  며달전서부터  피름을  찿이 뇌리로  지난겨절의    벗꽃  연산홍  각종  꽃들이  그려지네요  ....스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내년도  를    그려봅니다.  고양이  강아지  모든 사물들의  자연의 이치가  묘하며  주변의  모든 감사할뿐입니다  ....나무아미타불  .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생기발랄하신 큰 보살, 원만행보살님!~
저도 지나간 사진들 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안면암을 잊고 살았다는 사실에 말입니다.

세월이 흘러 갈수록
더욱 화려해질
안면암 꽃잔치는 설봉스님의 노고가 대단히 크십니다.

강아지 고양이 동물까지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따뜻하고 편안한 안면암이 더욱 그리워지네요.

안면암의 모든 것애
또 홈페이지를 찾아 오시는
귀하신 분들
성원과 배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봄날의 햇살처럼 따뜻한 보살님의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