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지명 큰스님 저서: <그것만 내려 놓으라> 중 #풀, 돌, 죽음의 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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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5건 조회 4,141회 작성일 21-06-12 12:23본문


풀, 돌, 죽음의 성불
시와 소설을 읽다보면 무아경에 들 때가 있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난 지도 모르고, 꿈과 같은 세계에 빠져든다.
영화를 관람하고 극장을 나올 때, 감동의 취기가 가시지 않아서, 출입문과 도로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늙으면 달라진다. 시력과 청력이 희미해지고, 남녀 간의 색정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르면, 어떤 이야기의 시작을 들어도 그 결말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결과가 뻔하다고 생각한다.
90대의 노인이 20~30대와 결혼했다는 해외토픽처럼 예외도 많겠지만, 우리는 여기서 무상, 허망 부질없음을 느끼는 이들을 이야기하는 중이다.
나는 요즘 아무런 정열이 없음을 느끼면서, "번뇌가 없으면 성불도 어렵다"는 조사 스님들의 말씀을 새삼 되새기곤 한다. 그렇다고 욕심이 없는 것도 아니다. 주는 것은 받고, 내 것은 퍼주지 않는다. 승려로서의 업이 있어서 나무를 심고, 염불을 하고, 어려움에 처한 이를 위로하고, 뜻을 세우고 노력하는 이들을 격려하기는 하지만, 불타는 정열이 없다,
진한 감동도 없다. 무덤덤하다. 살아있음과 죽어버림이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서, 부처님과 멀고 가까운 스승 도반들에게 죄스러움을 느낀다. 남에게 내 속을 들키지 않을 정도의 그럴듯한 형태만 있을 뿐 눈물어린 발원의 알맹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나에게도 불교는 희망의 빛을 준다. 바로 "유정有情물은 물론이거니와 풀, 나무, 기와, 돌같은 무정無情물도 성불할 수 있다"는 천태종이나 화엄종 계통 조사 스님들의 불성 해석이다.
사람의 언어가 새의 언어보다 발달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새들에게도 의사소통의 방법이 있다는 것 또한 경험으로 짐작할 수 있다.
풀과 나무는 어떨까. 습기와 영양을 찾아 뿌리가 뻗고, 햇빛을 향해 가지가 뻗는 것을 보면 그들에게도 나름대로의 본능이랄까 업이 있다. 그렇다면 물과 흙과 바위는 어떤가. 저들에게 어떤 독자적인 의지가 있는 것처럼 꾸며대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저들 같은 환경이 없으면 사람이나 짐승이나 풀과 나무가 존재할 수 없다. 가슴으로 느끼고 머리로 판단하지만, 손발이 남의 것이 아니다. 저 환경은 우리식으로 말하는 생명체의 손발과 같다. 유정이나 무정을 막론하고 온 우주는 한 몸이다. 돌의 성불은 나의 성불이다. 세상에 전혀 필요하지 않은 것, 쓸데없는 것은 한 가지도 없다.
"일체유심조 一切有心造" 즉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 낸 것이다"라고 할 때, 그 마음의 주체를 동물로만 한정해서 되겠는가. 맛있는 음식을 보면 먹으려 하고, 아름다운 색을 보면 흥분하고, 자기 자신을 뽐내고 싶어하는 욕망과 , 그것을 향해 과감히 도전하는 패기를 가진 사람만 세상을 만들어낸단 말인가. 그렇지 않다. 풀도, 나무도 , 산하대지 모든 것도 인연과의 법칙 속에서 뭔가를 그리고 있다.
왜 부처가 되려고 하는가. 중생을 구하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중생을 어떻게 만든다는 말인가. 부처를 만들려고 한다. 중생을 위하는 것을 만들려고 한다. 가믐으로 죽어가는 곳에서는 비가 되고, 식량이 없는 곳에서는 곡식이 되고, 질병이 많은 곳에서는 약초가 되겠다는 것이 보살도, 즉 부처를 향해서 가는 기본이다.
이 사바세계에 아무리 부처가 많이 탄생하더라도, 한 세계에서는 한 부처만 교주로 나서야 한다. 이 세계의 교주는 석가모니부처님이다. 다른 부처들은 숨어서 중생을 위해야 한다. 물과 풀과 나무와 흙과 돌이 되어도 중생을 위할 수 있다. 부처라는 자신의 신분을 가 감추면서 자기가 서 있는 그 자리에서 부처의 일을 할 수 있다.
속리산 은봉선당의 구봉선사가 숲속의 고사목들을 보고, "무정설법(無情說法" 즉 "산하대지의 설법"을 깨달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많은 나무들이 서로 살아남기 위해서 경쟁하는데, 그 중에서 고사목들은 죽음으로써 주변을 살린다는 것이다. 지워짐조차도 중생을 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 나도 성불할 수 있다. 이미 죽어버린 , 언제든지 죽어버릴 고목도 성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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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초하루 법회 후 인덕원 3번 출구에 있는 U+에 갔습니다.
매우 친절한 여직원의 도움으로
스마트폰 사진 27000장을
삭제하고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습니다.
거의 기계치인
저는 핸드폰 요금혜택까지 받아
한 달에 1만원 절약하게 되었습니다.
장시간 매장에 앉아 느트북을 사용하는 게
너무 미안해서
충전기를 하나 사려고 하니
팀장님이 그냥 쓰시라고 선심을 보여 주었습니다.
매장에 들어설 때
안면암 포교당에서 나눠 주었던
초하루 떡을 젊은이들에게 건네준 까닭입니다.
인터넷할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즐겁게
매장에 장시간 앉아
타이핑한 작은 보답으로
브라보 콘 세 개를 사주었더니 고맙다고 했습니다.
비록 큰 물품은 아닐지라도
주고 받는 기쁨은
항상
언제 어디서나
고금동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매양 똑같습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
해탈심 합장
소양자님의 댓글
소양자 작성일안면암의 초하루 떡 , 부라보 콘.. 저도 좀 주세요. 그림습니다. 헤탈심 대보살님의 핸드폰이 이젠 아주 가벼워졌네요. 축하드립니다. 새소리 요란하고 시원한 독일 아침에 문안 드립니다. 건강하세요. 독일의 자연심
ybr님의 댓글의 댓글
ybr 작성일
글로벌 원더우먼 소양자 대보살님!~
이미 천안통을 이루셨으니 축하드립니다.
저의 핸드폰이 아주 가벼워졌답니다.
어제도 포교당 입구 들어가는 곳에 있는 비빔국수집
간판 유심히 보았답니다.
초하루 떡은 청정심 총무님께서 주실 테고
저는 브라보 콘과 비빔국수 사드리겠습니다.언제고 귀국만 하십시오. ㅎㅎ
새소리는 지구촌 어디에서나 공통적으로 요란하지만 아주 사랑스럽지요.
독일에서 날아온 미사일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위에 큰스님의 오래오래 이미 부처님 대승을 걸정하여 짓는바 정신세계 깊은사유와 사색을 많이하여 고수가되신 능선사량 부처님모습위에 마음쓰기가 바다와같으신 글속에 자가이신 큰스님 ! 일심선적 무량제불야. 세계인류 에 부처와같게한다' 수명 세전 상락불법 나무아미타불. 감사합니다.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생기발랄하신 큰보살, 원만행보살님!~
조어장부 석지명 큰스님의 신도가 될 수 있었던
우리들 안면암 불자님들은
세세생생 선근 공덕을 지어 온 선인선과(善因善果) 덕분입니다.
그리고
안면암 홈페이지의 수많은 독자님들께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풀, 돌, 죽음의 성불은
마음만
우주법계로 넓힌다면 언제나 어디서나 가능합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