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나르듯 마냥 가볍게 귀가한 양자

4주간의 달콤하고 보람 있는 한국의 휴가를 마치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독일이라는 나라에 훨훨 날아와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아시아나 VIP 라운지에서 샴페인 한잔 마시고 아보카도 쎌러드에 연어 요리를 맛있게 먹고 쉬다가, 장장 12시간 비행기를 타고(인간은 참 인내스럽고 끈질기다!!) 오는 동안, 졸리지 않아서 영화를 세 편이나 보고(돈, 콰이강의 다리 1957년 작, 소지섭 주연의 오직 그대 만을 사랑해... ) 밥을 두 번 먹고( 채식을 주문했었는데 너무 싱겁고 맛이 없어서 다음부터는 그냥 정식으로 먹어야겠다!웃음) 조금 자고 났더니, 침침하고 가을비가 을씨년스럽게 내리는, 궤테 도시 (비행기의 아나운서가 이 도시를 그렇게 불렀다!!), 프랑크푸르트에 무사히 도착했다. 완전히 또 다른 양자가 되어...( 웃음)

이번에 14일 간을 같이 휴가하고 미리 돌아 온 부처 신랑은, 여전히 부끄러운 소년 같이, 꽃다발을 들고 비행장에 마중을 나왔다. 거의 매일마다 나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다 알고 있었던 지난 일들을 다시 자세히 이야기해 주며 어린애처럼 반긴다. 이번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석지명 큰스님께서 다른 생신을 맞으신 두 분의 신도들과 함께, 안양의 디 베로니스 뷔페 초대와 관양 목욕탕의 목욕비까지도 주셔서 대호강을 했다. (감사합니다!) 서울 서초동 언니 집에서 3일을 재밌게 보내며 서울 구경( 질서 정연 하게 데모들 하는 모습도 보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낙하산 후퇴도 보고, 어린애들같이 국회에서 의원들이 싸움 하는 모습도 화면으로 다 보았다. ) 불미스럽지만 모두에게 많은 살아있는 산 공부가 될 줄 믿는다. 영화도 많이 보고(82년생 김지영, 가장 보통의 연애, 퍼펙트 맨, 토막 살인범의 고백 등등) 과 지인들을 만났고, 삼청동의 자하문에서 수제 만두도 얻어먹었고, 빵공장에서 커피도 마시고, 한국의 제빵 기술에 놀랐다. 하필이면 그곳에서 독일 가족도 우연히 만나고..(죄인은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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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3일은 완주군의 위봉사 절 옆의 우신 회사 국 사장의 문화 공간에서 최고의 영빈 대우를 받으며 지냈다. 산책 중에 툭툭 떨어지는 홍시를 주어먹으며 (왜 이젠 아무도 감을 따거나 은행을 줍는 이가 없을까??) 그 집의 진도 개가 새끼를 8 마리나 낳아서 귀여워서 죽을 뻔 했다. 통도사의 암자 에서 동자승을 잘 그리시는 수안 스님도 그곳에 일부러 오셔서, 다음에 출간 되는, 내 두 번째의 수필집에 들어갈 ( 제목; 지금이 즐거워 !!) 축사와 그림을 그려주셨다. 그곳에서 국 사장의 생각을 많이 하게하고, 의미 있는 “생전 장례식” 에 대한 준비를 보았다. 그 부부는 의식이 있고, 본인들이 진정 원하는 시기에, 주인이 되어 살아서 장례식을 즐기고, 후 에 병들고 나이 들어 돌아가시며, 약하고 추한 모습을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으시겠다는 결심이다. 그곳의 강당 한쪽에 자신의 지나온 전설과 역사를 전시하는 박물관 비슷한 유리 창문을 보니, 85세 된 그분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며 사셨는지, 역대 대통령들의 표창장 과 훈장이 몇 십 개나 되고, 초록 우산이니, 장학금이니, 사회 봉사 활동을 많이 하셔서, 크게 감동하며, 대통령 상장은커녕, 동네 표창장 하나 못 받고 사는 우리 부부는 어쩐지 잘 못 산 것 같아서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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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엔 부산의 달맞이 공원 위의 어느 창 넓은 스위트 홈에서 3일을 보내며, 지금 독일로 유학을 와서 우리가 도와주고 있는, 30세의 박사 과정인 아란의 가족들을 만나서 즐기며 영남 알프스에도 다녀왔다. 항상 시원하고 미역 냄새가 나는 해운대와 오륙도와 등이 많이 달려 무척 뜨겁다는 오징어 배(아직 타보지 못함..) 들을 감상했다. 다만 우리 독일 촌놈 들은 '레고' 같이 높은 빌딩 들을 보기만 해도 걱정이 되고, 쓰러질까봐 무서웠다. 송도의 케이블카도 타고, (정상에서 우리 부부는 한복으로 갈아입고 사진도 찍었다) 송정 에서 파도치는 해변도 밤에 걸었고, 맛있는 생선 요리도 얻어 먹었 고, 또 신세계 스파에서 즐기며 신 나는 목욕도 했다. 그 스파는 하루에도 몇 억대를 번다니 정말 놀랍다. 오기 전에 독일의 유명한 신문에도 그 신세계 스파의 자세하고 유혹스런 광고를 했기에, 실제로 보니 더 반가웠다. 그곳은 매번 마다 느끼는 감정이, 늘 첫 번째처럼 항상 깨끗하고 친절하고 변함이 없다(무상의 원칙 배반?? 웃음) 그 스파 안에서 먹는 멍게가 든 미역국은 항상 별미다. 이번에는 유난스럽게 여행 가방을 프런트에 맡기고 들어오는 매력적인 검정색 피부의 아프리카인들이 많아서 더 아름답고 조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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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재미있었던 일은 통도사 방장, 성파스님 친견 이었다. 약 30년 전에 독한법학회를 할 때 독일인들과 찾아뵈었는데 이번이 두 번째다. (내 첫 번 째 책의 표지, “각” 도 그분의 친필이다!) 손 전화를 안 갖고 다니시기에 전화 통화가 안 되어서 (후에 직접 들었다!) 실례지만 무조건 서운암으로 갔다. 버릇 없는 양자가 다른 신도들하고 게시는 스님의 어깨를 “까꿍” 하며 두드리며 “ 스님 왜 전화를 안 받으세요? 라고 여쭈었다. 반가워하시며 도자기로 된 팔만대장경( 도자기라서 앞뒤로 못 하시고, 한쪽만 하셨기에 십 육만 대장경!) 을 일일이 보여주시고, 만드신 과정을 설명해주시고, 방장실에서 다른 그림들과 옻칠하신 작품들을 보여주시고, 선물도 많이 하셨다. “예술가는 늘 고민하고, 또 언제 작품을 끝을 내야 할지가 가장 어렵다고 하는데 스님께선?? 하고 여쭈니까, 스님께선 당신의 작품에 항상 만족하시며, 지금이 행복하시다(상락) 고 하셨다. 세상은 참 불굥평하다: 통도사 주지 스님께선 가을 행사에 몸 둘 바를 모르시며 뛰어다니고 계신데, 성파 방장님은 한가하시게 우리를 맞아주시고, 맛있는 공양도 같이 해 주셨다. 부처 신랑은 습관이 안 되어 쪼그리고 못 앉아 , 큰 스님 앞에서도 고랑내 나는 발을 쭉 뻗고 앉아도, 많이많이 귀여워하시며 ,서양식으로 악수도 하시며, 헤어질 때는 힘차게 뽀뽀도 해주시고, 껴안아 주시며, 등을 다독 거려 주셨다. 부처신랑이 한글, 한자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한국을 많이 사랑한다 하시며...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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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 박혜원 동생은 그 바쁜데도 나를 일부러 따로 초대해서 “시골 밥상”을 사 먹이고 , 맛있는 원두커피도 사주며, 외국에서 가장 귀하고 중요한 고추 가루와 복분자, 오미자, 매실청 등을 잔뜩 갖다 주었다. 그런데 어제 떠나기 전에 북한의 김정은이 부러워 할, 큰 사건이 생겼다. (웃음) 북한은 원자폭탄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나, 나는 돈 안 들고 쉽게 효과가 나는, 매실청 수소폭탄을 만들고, 그 폭탄 세례를 받았다. 그날 총무가 준 대로 병 4개를 독일로 가져갈 여행 가방에 그냥 넣었는데, 유난히 “2019년 매실청” 이라고 쓴 페트병 하나가 둥글게 팽창해서 내가 보기에도 금방 터질 것만 같았다. 그래도 총무에게 전화해서 , “동생, 고맙게 잘 가져가 잘 먹을게.“ 라고 했더니, 총무는 황급히 “언니, 그렇잖아도 전화를 아무리 해도 통화가 안되네요. 제가 다른 매실병을 한번 열었더니 가스가 많이 나와요. 언니도 천천히 열어서 꼭 다른 병에 옮겨 가지고 가세요.” 라고 했다. 그래서 언니의 새로 수리한 하얀 부엌의 싱크대에서 천천히 병 마게를 열었다. 그런데 갑자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달콤하고 끈적끈적한 수소폭탄이, 내 머리에서 발끝까지, 그리고 부엌의 벽과 천정, 붙박이장들 모두에게 발효 수소폭탄이 뿌려지며, 아무튼 대형 폭발이 되고 말았다. 언니 가족의 아이구 ! 맙소사! 소리와 함께 모두 배꼽을 쥐고 웃으며 몇 번을 물로 닦고 닦아도 끈적거렸다. 나는 독일에 입고 갈 옷도 다 갈아입고, 전신 목욕을 다시 해야 했다. 그래도 사전에 예방이 되었으니 망정이지 비행기까지 가지고 가서 터졌다면, 하마트면 요즈음 중동에서 유행인 “자살 테러 폭발자” 가 될 뻔 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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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내가 자는 사이에, 언니 소미혜 씨가 밤 세우며 싸고 또 싸고 해서 아무 탈 없이 다 잘 도착했다. 부처 신랑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다신 그렇게 위험한 물건들을 가지고 오지 말라” 고 한다. 역시 정서와 정을 모르는 서양인의 이론일 뿐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페트병에 그 많은 음식 자료 등을 가지고 왔어도 불보살의 가피로 사고 한 번도 안 났으니 고맙고 다행이다. 아무튼 이 음식을 먹고 부끄럽지 않게 살지어다. 이곳은 '윈터 타임'으로 이젠 한국보다 7시간이 늦다. 지금 오후 3시인데 (한국은 밤 10시) 양자는 잠이 슬슬 오고 있다. 약 일주일은 고생할 것 같다. 하지만 또 한 번의 최고 좋은 휴가 였고, 거듭 거듭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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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9일, 독일의 소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