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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 두 번의 용기있는 성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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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5건 조회 52,999회 작성일 19-06-2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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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두 번의 용기있는 성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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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의 성냄


벌써 5년 전 얘기인데

지금은 아들 며느리의 효도를 받으면서 심신이 아주 편하게 여생을

홀로 보내고 계시는  우리 아버지십니다.


무더위가 극성이던 어느 여름날로 기억됩니다.

서초동 언니네서 사남매의 모임이 있는 날이어

여동생과 저는 일찌감치 도착하여 歡談을 하고 있는데

남동생 부부가 도착했습니다.


이십년 가까이 여동생부부와 함께 행복하게 지내시던

아버지께서

평생 막내 외아들 바라기만 하시다 아들 내외와 함께 사시기를 원하시어

서로 얼굴도 볼겸 재확인차 만나는 것입니다.


살아온 환경이 각자 다르니만큼

어느 집안이나 시누이 올케가 말 한 번 다투지 않고 사는 집안이 별로 없겠습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사소한 오해 때문이였는지 서로 목소리를 높였었고 왕래를 하지 않아

바야흐로 2년여 공백기간이 흘러가 버려

병들고 늙으신 아버지  (당시 89세 ) 마음 편하게 해드리려고 각자가 노력하는 중이었습니다.


저는 숙생의 업을 부지런히 소멸시키느라  그 현장에 없어  나중에야

자초지종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지만,

그 중간에 계신 아버지께서   마음 고생 많이 하고  계셨습니다.

며느리 편도 딸 편도 들 수 없으시니. . . . . . .



꼭 하고 싶은 얘기가 무척이나  많은지

흥분한 듯한 얼굴의

우리들보다 훨씬 나이가 어린 올케가 도착 후   얼마 안 되어

평소에 볼 수없던 과잉 행동을 보여 줍니다.

늘어가는 건망증 때문에 짧은 시간에 지나쳐 간  일의 기억에 큰 자신은 없지만

얼굴이  벌겋게 된 채 격앙(激昻)되어 두 손을 부르르 떨며 말하는 것입니다.

목소리조차 제법 떨고 있었습니다.


조금 후 무슨 큰 일이라도   터질 태세였는데

그 황당한 모습을 보니 우리  먼 집안 어른 생각이 났습니다.

그 여자는 자기 성질에 못 이겨 몇  번을 기절했었다는데 그 불쾌한 기억이 . . .


신도들에게 무척 존경받는 목사님이면서 신학교수인

남동생의 부인이

저 모양 저 꼴인가 싶어  매우 실망한 나머지

동생이 너무 가엾기도 하고 한편으론 너무 한스러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꼴사나운 현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뭔가 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간접적으로 충격 요법을 써야 겠다는 생각이 벼락처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때마침 제 옆에 서서 심각한 표정으로  누나들에게 미안해 어쩔 줄 모르는

남동생의 얼굴을 쳐다 보다가

"너도 남자냐?" 하며

별안간 냅다  있는 힘 다해 뺨을 세차게 후려치고 말았습니다.

그 순간 작디 작은 키의 저만 빼놓고는  모두가 너무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일평생 큰소리 한 번 안 내보고  어릴 적부터 아주 순해 터지기로 정평?이 났던

어리숙한 제가 환갑을 바라보는 남동생의 얼굴을 후려치다니 일종의 청천벽력일지도 모릅니다.


굳을 대로 굳어진 얼굴을 한 채 말 한마디 안 하고 애들 공부방으로 들어 와 허물어지듯  

벽에 기대어 망연자실 앉아 있었더니

거의 혼비백산한 여동생이 쏜살같이 따라 와 저의 팔과 다리를 주물러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금세 냉수를 떠다 줬고 주는 대로 마지 못해  벌컥 마셔 버렸습니다.

동시에 함께 따라 들어온 남동생은 잘못한 것 없이 작은 누나에게 생전 처음 수모를 당했는데도

화내는 기색 전혀 보여 주지 않고 온화하게 웃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누님 잘 하셨어요. 아주 잘 하셨어요." 하면서 위로해 줬습니다.

성내기는 커녕  오히려 누나를 위로해주는 남동생의 관용과 포용력에 마음이 푸근해지면서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속담이 생각났습니다.


가장 연장자인 지혜로운 우리 언니는 올케가 걱정되어 

역시 물을 떠다 주고 계속 주물러 주면서 토닥토닥 달래 주고 있었습니다.


한바탕의 아주 짧은 폭풍이 멈췄고

저는 평상심을 되찾아 더 이상의 동요는 없었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지긋이 감아 버렸습니다.


하여튼 싱겁게? 끝나버린 헤프닝이었지만

어쩌면 지혜로운 方便인 것 같았습니다.


만약에 제가 먼저 先手를 쳐 고약한 한 수를 두지 않았더라면

또다시 서로 간의 갈등이 깊어져 왕래가 끊어지고

그 누구 편도 들어 줄 수 없는  아버지의 마음이 더욱더 괴로우시게 될 뻔 했었습니다.


우리 애들과 조카들에게 이 소식이 순식간에 전해지자

저의 活劇을 다 같이 축하해줬습니다.


저는 저한테 두 번 놀라고 말았습니다.

제가 화를 크게 냈다는 사실에 한 번 놀랐고,

선량하기 그지없는 남동생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습니다.


하지만 저의 용기있는 성냄 덕분에

큰 욕심 부리는 사람 하나 없이

원만하게 무사히 잘 해결되어

아버지 소원대로  아들 며느리와 함께 행복한 말년을 지내시는데

큰 일조를 하였으니 언제 떠올려도  몹시 기분좋은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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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의 성냄

지금은 영원히 남남이 되어 버린

애들 아빠는

남자가 늦바람나면 무섭다더니

나이 47살에 사랑에 눈이 멀어 불나비처럼 마구 뛰어드는 미모의 노처녀를 만났습니다.


맹물인 마누라 모르게 바람필 때는 정말 좋았겠지만

물불 안 가리는 그녀의 애정 행각 때문에

결국 자연히 우리 가족들 전부가  알게 되었습니다.


시아버지께서도 막내셨고,

6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온 집안 친척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마음이 무척  여리디 여린

늦둥이 애들 아빠는 처음에는 가정을 지키려고  애를 썼으나 

그녀에 대한 연민으로

고민하면서  점점 더 빗나간 사랑에 빠져 들고 있었습니다.


남자의  예술적 재능과 달변에 완전히 매료된

그녀는 저의 無能을 크게 질책(叱責)하며 저의 자리를 노골적으로 호시탐탐 노리며

애들 아빠를 사뭇 괴롭히는 것이었습니다.


구십이 다 되신 늙으신 어머님과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과 중학교 3학년 딸과 함께 살고 있는데

이 기막힌 시련을 어떻게 타개해 나가야 할지 너무나 힘든 시간들입니다.


매일 혼자  부처님께  간절히 기도드리면서  108배 이상을 하며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습니다만

애들 아빠는  연민의 도가  지나쳐 더는 가정을 지키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잘 해결할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큰소리쳤으나 

하루 외박이 사흘로  나아가 일주일로 이어져 갔습니다.


엄마와  언니  여동생 등 친정 식구들은

가끔 만날 때마다 왜 이렇게 말랐냐고 걱정하셨으나

저는 공부하기  때문이라고 적당히 둘러 대었습니다.

먹고 싶은 마음도 ,입맛도 전혀 없어 36킬로까지 말라 버렸습니다.

잠도 편히 누워 잘 수가 없어 마치 엄마 뱃속의 아이처럼

쪼그리고 앉아서 두 다리 사이로  머리를 파묻고 한밤중 비탈길 오르는 택시 소리를

이제나 저제나 마냥 기다리고  기다리는 나날입니다.

하지만 여자에게 미쳐 버린 남자의 눈에는

저 마른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그 여자가 점점 말라가는 것만 보이는 듯 했습니다.


 

일주일이 다 되어

너무도 수척해진 모습으로 애들아빠는 밤늦게 귀가했습니다.

같이 동반 자살하자고 날뛰며 온갖 수단을 다 쓰는 그 여자를 혼자 두고 차마 귀가할 수 없었노라고

구차한 변명을 늘어 놓았습니다.

간신히 다독거려 겨우 안정시켜 놓고  집에 돌아 왔어도

마음은 그녀 곁으로 순간 순간 달아나는 것만 같았습니다.


언제쯤 깨끗하게 정리할 수 있겠느냐 성이 난 목소리로 제가 단호하게 다그치니

담배를 더 깊이 빨아대며

시간이 좀더 걸리겠다고 말해 줍니다.


몇 달째 집안이 계속 초상집 분위기이므로 한창  민감할 사춘기인 애들이 너무 걱정되었고 ,

저도 더이상은 감내하지 못할 지경이 되어 버리자  그만 울화통이 터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마주 보고 앉아 아주 심각하게 얘기 중이었는데

갑자기 그 뻔뻔스런 얼굴에 엄마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세차게 한 대 갈겼습니다.

난생 처음 맛보는 찰싹 소리와 함께 터지는 쾌감이라니!ㅡ


저의 진한 눈물에 꿈쩍도 하지 않았던 애들 아빠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우발적인 공격에

'이 여자가 미쳤나' 하고 어안이 벙벙했을 테지만

워낙 지은 죄가 컸기 때문에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성이 아직 덜 풀린 저는  내친 김에

반바지를 입은 그의 허벅지를 이를 악물고 물어 뜯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상처가 그다지 깊지 않아 피도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미모와 재능을  다 겸비한 그 여자가 홀연히 나타나

우리 집안에 평지풍파를 일으키기 전에는

저에게 唯一神과 마찬가지였던 그 남자가 인간세상으로 철저히 추락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남자 마음이 확고하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가정으로 되돌아 온다는 세간의 말처럼

이 돌발사건 이후로 마음을 굳게 다잡은 애들 아빠는 한달 후쯤 무사히 귀환하게 되었습니다.


미련을 접지 못한 그 여자는 낮이나 밤이나 가끔씩 전화를 해서

애들아빠를 괴롭혔지만

영 떠나가 버린 남자의 마음을 다시 돌이키지는 못했습니다.


그 후로 함께 사는 동안 면목이 없어선지

우리는 서로 간에  단 한번도 그 대형사건을 누구 할 것없이 떠올리지 않았습니다.


벌써 30년 가까이  흘러 지나갔습니다.

세월과 더불어 점점 옅어져 가던 그 남자 허벅지의 이빨 자국은

아마도 지금쯤은 자취를 찾아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영원히 잊혀진 여인이 되고 만 저의 미련맞은 모습과 함께. . . . . .


만약에 그 날의 저의 용기있는 성냄이 없었더라면

지옥같았던 나날들이 더욱 오래 지속됐을 것이며

어쩌면 저의 사랑하는 아들과 딸이 빗나가서 삐뚫어지게 자랐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제가 매우 부족한 필설로 이 글을 쓰는 것은

만용을 자랑하기 위함이 절대 아니며

더군다나

타인을 흉보려고 함은 더더욱 아닙니다.

古稀를 목전에 앞둔 저의 지난 날들을 점검함과 동시에 성찰해보기 위함입니다.


우리 불자들에게는

아무런 댓가를 받지 않고 집착없이 베푸는 행(行)인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가 반드시 필요하듯

성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사바중생인 이상

境界에 흔들려  성냈다 하더라도 더이상의  성을 내지 않고  

성냄에 無住하지 않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가까스로 깨우치게 되었습니다.


일평생 두 번의 용기있는 성냄은

모름지기

無明에서 아직도 헤매는  제가 한 걸음 성숙해지는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 나무대자대비구고구난 관세음보살마하살    

                                                                    해탈심((()))



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바쁘신 시간내어
안면암 홈페이지를 찾아 주시는 분들마다
위대하신 부처님의 가호와 가피가  항상 늘 충만하시길 경건히 축원드립니다.  해탈심 ((()))

소양자님의 댓글

소양자 작성일

해탈심 대보살님, 아라한이십니다. 어떻게 이제까지 두번밖에 성을 안내셨나요?? 저도 오늘부터 노력해 보겠습니다. 더운 독일에서 소양자드림

ybr님의 댓글

ybr 작성일

소양자 대보살님!~
아라한이시라니 너무 너무 히십니다.
앞으로 아라한님들 뵙지도 못할 것 같습니다.

경계를 만나 흔들리더라도
자신에게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면 성냄이 오래지 않아 사라집니다.

우리 형제들 거의 한 모습이니
어쩌면
부모님 유전자가 많이 작용할 듯 하네요.

터무니없는 과찬이 너무 부끄럽습니다.      해탈심((()))

청정심입니다님의 댓글

청정심입니다 작성일

가끔은 화도 내고 털어 버리고 지내셨으면 합니다.  두번 큰 화를 내셨다는 글을 보니 저를 되돌아 보게 됩니다.  나에게 똑같은 일이 있었다면 과연 화만 내고 끝났을지 상상이 않됩니다.  괜한 화가 치밀어 오를때, 작은 화를 내면서 자신을 되돌아 보는 계기도 화를 풀어내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 됩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ybr님의 댓글

ybr 작성일

작은 화를 내면서 자신을 되돌아 보는 계기도
화를 풀어내는 방법이 아닐까 라는 생각 참 현명한 생각이십니다.

원래 어렸을 때부터 단순 무지한 사람이라 시시비비를 거의 모르고 살아
화낼 일이 특별히 없었다고나 할까요.

총무님의 진솔하고도 정성어린 댓글에 점점 꺼져가려던  힘이 솟습니다.
감사
감사드립니다.                      해탈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