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자: 더위 먹은 병의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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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게시대행 댓글 8건 조회 169,882회 작성일 19-07-31 08:41본문
3일 된 김치의 효능
42도까지 올라가는 이상 기온인 독일의 폭염에, 나는 생전 처음으로 '더위를 먹는 병' 에 걸렸다. '더위를 먹는 병'은 내가 경험하고, 발명한 병명이다.(웃음) 병의 증상은 머리는 더운데 위와 배는 차고, 속이 메스꺼워서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고, 못 먹으니, 기운도 없고, 완전 탈진 상태였다. 양자에게 어울리지 않게 병든 파리처럼, 기운이 없어서 온종일 누어서 멍하니 천정만 바라보고 있었더니, 부처 신랑은 어쩔 줄을 모르며, 자꾸 의사를 부르자고 했다. 요즈음은 휴가 때라 응급 환자도 되돌려 보내는데 내 병은 의사한테 야단만 맞을 병인데... ( 웃음)
그런데 세상에 죽으라는 법은 없다. 몇 년 전부터 법적으로 도와주던 가난하고 착한 월순 씨가 “사모님 계세요?? 김치들이 막 3일 되어 맛이 제법 들었는데, 제 신랑이 바쁘다고 안 데려다 준데요. 그래서 제가 용기를 내어 전철로, 사모님 집에 지금 갈려고 합니다. 괜찮겠어요?“ 하는 카톡이 왔다. 물론 오라고 했다. 그녀는 안동의 양반 집 아들에게 중매로 시집을 갔으나, 망한 양반 집 막내이고, 학력도 형편없고, 일정한 직업이 없는 백수에게 갔단다. 독일로 같이 이주해 왔고, 남편과 비슷한 게으른 아들 하나 낳았고, 남편과 그의 형님은 사업을 하다가 부도를 내고, 파산 신고를 했다.
그런데 독일에선 파산 신고도 변호사 없이는 못하는 나라이다. 변호비가 없어서 떨던 차에, 그녀의 남편이 어느 회사의 알바로, 우리 집에 위성 안테나를 달아주러 오는데, 월순 씨가 예약도 없이 같이 따라왔다. 그녀는 (인연이란 신기하다. 처음 봤는데도 정이 갔다!) 수줍은 듯 웃으며, 파산 신고 서류를 나에게 보여주며, 독일어를 못하니 좀 봐줄 수 있느냐? 고 물었다. 예약 문화에 익숙한 부처 신랑은, 그들에게 '무례하다' 며 화를 내고, 다음에 시간 약속을 하고 사무실로 오라고 했다. 나는 그녀가 너무 안타까워 팔자에도 없는 아양을 떨며 부처 신랑을 설득시켜 서 그 건을 무료로 봉사해 주었다. 그런데 그 다음엔, 병원, 생명 보험 문제, 생활 보조비 문제, 체류 허가 문제들이 줄줄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집 사건들은 모두 다 빨리 성공적으로 잘 풀려나갔다. 월순 씨는 15년 전에 갑자기 쓰러져서 뇌출혈에, 반신 마비에, 골반교정 수술까지 했고, 한쪽 귀에서는 매미 소리가 들리고, 한쪽 눈은 짝눈인데도, 그녀는 기회만 있으면, 열심히 여기저기 부엌일을 도와주며 생활비를 벌고 있었다. 남편은 가끔 생기는 집수리 일을 하고, 급할 때마다 보험을 통해서 빚을 자꾸 얻었기에, 생명보험은 3번이나 계약을 다시 했다. 언제 끝나는 줄도 모르고, 부어 넣은 금액이 아까워서 그녀는 어렵게 매달 얼마 씩 자꾸 부어 넣고 있었다. 우린 위임장을 받아 보험에 편지를 해 보았더니, 당장 보험액수를 다 준다는 연락이 왔다. 독일 글을 모르니, 기한이 다 지나서, 어서 타가라고 해도 모르고 계속 돈을 낸 것 이었다.
그날 보험에서 돈이 나온 날, 그녀는 그 돈을 남편이 알면 금방 다 없어지니, 나에게 보관하고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보내 달라고 했다. 그 액수에서 변호비를 제하라고 했지만, 가여워서 괜찮다고 했다. 그 다음날 그녀는 나에게, 아주 비싼 명품 백과 향수와 영양 크림을 고급으로 포장해 가지고 활짝 웃으며 왔다. 자기가 평생 꼭 한번 그러고 싶었는데, 돈도 없었고, 줄 사람도 없어서 못했는데, 이젠 아주 한이 없고 행복하다고 했다. 그리고 “사모님,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두고 보세요. 저는 한번 고마우면 영원히 고마워하는 사람입니다” 하며, 눈물을 흘리며 갔다.
우린 “화장실 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는 맘이 다른 법” 을 잘 알기에, 그러려니 하고, 잊었었다. 그런데 그 해부터 매년마다 김장때는 배추김치, 새로 제주도 무우가 나오면 무우 생체를, 열무가 나오면 열무김치를 정성껏 담가서 갖다 주곤 한다. 10년이 지났고, 이젠 빚을 다 갚았으니, 제발 그만 두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만약에 우리가 없으면 김치들을 문 앞에 그냥 놓고 가기도 한다. 그녀의 솜씨는 안동 양반 솜씨라서 인지, 아주 좋은 재료만 쓰고, 약간 싱거우면서도 늘 고소한 잣이 들어 있고, 마늘을 안 넣는데도, 새콤하고, 감칠나게 잘 만든다. 상상력 자극이 전혀 필요 없는, 극락에서의 맛도 그 맛 일까? ( 웃음)
오늘도 흰 쌀밥에(건강하다지만, 이젠 잡곡밥이 지겨워서... 웃음) 그녀가 가져온, 오이소백이, 부추김치, 오이냉국, 열무김치, 멸치 볶음으로 호식을 하고 났더니, 거짓말 같이 내 더위 병이 싹 사라졌다. 먹고 나서 언제 아팠느냐 하듯이, 오래 밀렸던 빨래와 다리미질을 하고, 밀렸던 바느질을 하고, 지하의 책 정리를 했다. 내 모습을 본 부처 신랑은 매우 기뻐하며, 어디서 또 들었는지, 아님 동의보감을 읽었는지, “3일 된 김치는 유산균이 살아있어서, 맛도 있고, 소화도 잘 되고 오장육부를 편하게 해주는 최고 보약” 이라고 하며, 그녀의 청소나 요리 알바자리를 알아보겠다고 하며, 휘파람을 불며 법원엘 갔다.
우리가 무엇을 잘하려면 많은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 연습뿐만 아니고, 또 지극한 정성이 필요하다. 정성뿐만 아니고, 성공해서 나누어 먹는 일도 대단히 중요하다. 월순 씨는 당신 살기도 힘든데, 우릴 정말 이렇게 오랫동안 잊지 않고 생각해 주니 너무 감사하다. 월순 씨 가족에게 복이 많이 내리고, 부디 건강하길 바란다. 지금 그녀에게서 또 카톡이 왔네..
여기 오기 전: “사모님, 크론백에 사는 할아버지께서 열무를 주셨는데, 때가 아니라 선지 김치가 맛이 없네요. 그래도 조금 갖다 드리고 싶은데, 내일 집에 게세요?? 냄새 나지만 꽁꽁 싸가지도 전철로 갈께요. 저 차표도 있어요...
오늘 다녀간 후: 사모님 돌아오는 전철이 없어서 ( 공사 중) 오래 걸려서 집에 왔어요. 늘 사모님 생각은 하지만, 김치 냄새 날까 봐 엄두도 못 냈는데, 오늘 용기 한번 냈어요. 조금이지만 맛있게 잡수세요. 크론백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늘 무공해 채소를 가꾸어 많이 주셨는데 , 부인이 돌아가셨다고 하시며 허망해 하셔서 안타까웠어요. 맘이 아팠지만 저는 아직 젊어서 인지 맘에 안 와 닿았어요. 사모님, 건강에 주의하세요. 저는 어디 갔다 오면 어지러워서 누어야 해요. 지금 일어나서 밥 먹으려 구요. 부디 하루 잘 보내세요. 월순
세상에는 감사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우린 복도 많다 (웃음)
2019년 7월 31일, 무더운 독일에서 소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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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ybr님의 댓글
ybr 작성일
저의 매일 밤늦게 드리는 기도의 첫번째는
부처님법을 만남과 지금까지 만난 크고 작은 수많은 인연들에 감사하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마음만 열면 그 어떤 것 모두가 감사의 대상였습니다.
두 분께서는 정말 복도 많은 분이십니다.
이 또한 아주 많은 공덕을 심으신 결과이니 항상 매우 부럽습니다.
찌는 듯한 무더위에 몸이 약해지셨는지
일찍 일어나셨다가 쇼파에서 다시 잠드신 노보살님
기다리느라 아직 아침도 못 먹었는데
한달음에 쏜살같이 읽어 내렸습니다.
소양자 보살님의 피와 땀으로 써내신 숱한 글들에게는 무척
미안하지만 가장 재미있게 읽은 글입니다. ^^
김치의 유산균은 한국인에게는 거의 만병통치약 수준이지요.
더구나 사랑이 담긴 김치라면 두 말할 나위없는 최고의 명약입미다. ^^^
착하디 착하신 월순씨도 앞날엔 모든 일이 술술 풀릴 것 같습니다.
이제는 어떤 더위도 하나도 무섭지 않으실
소양자 보살님과
부처신랑님의 수많은 크나큰 선행들에 항상 경의와 찬사를 드립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소양자님의 댓글
소양자 작성일해탈심 대보살님, 감사합니다. 보살님도 3일 된 김치드시고 여름 잘 자네세요. ( 웃음) 벌써 7월도 다 갔네요. 세월 정말 빨리 가지요?? 안부!! 독일의 소양자드림
오선주님의 댓글
오선주 작성일
재밌게 읽었어요.
두 분 극락왕생 티킷 예약 완료하셨습니다. ^~^
소양자님의 댓글
소양자 작성일오선주대보살님, 오랫만이네요. 반가워요. 독일도 시원해 졌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소양자드림
소양자님의 댓글
소양자 작성일오선주 대보살님, 감사합니다. 독일은 시원해졌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소양자드림
유인나님의 댓글
유인나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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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님의 댓글
미나리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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