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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스님의 안면암 일기} 허허 지명 대종사님 『그것만 내려 놓으라』법문집에서, 「바람보다 파도가 더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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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3건 조회 160회 작성일 25-08-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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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보다 파도가 더 무서워」

 

   최근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 40대 후반의 교포 주부 불자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처음에는 치매에 시달리는 시어머니에 대한 관찰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 하는 어른을 모시기가 힘들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그것은 여러 가지 난관의 하나일 뿐이었다.

 

수개월 전에 한국의 친정 큰 오빠가 암으로 사망했다. 가벼운 정신 장애가 있는 둘째 오빠는 자살 실패 후유증으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받으며 평생 독신으로 아버지와 살고 있다. 80대 중반의 친정아버지는 암에 걸려 있는데, 모실 사람이 없다. 남편은 로스앤젤레스에서 한의원을 개업했지만 손님이 없다. 본인 자신은 소규모의 스낵가게를 운영하는데, 요즘에 매출이 뚝 떨어져서, 수지가 맞지 않아 팔려고해도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는다. 절에 가더라도 경제적으로 보시할 형편이 못되니, 주변의 눈치를 보게 되고, 마음이 편치 않다. 복합적으로 힘들고 절망적인 처지에서, 죽음이 훨씬 편할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고통스럽다.

 

   내가 태평양을 횡단할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무풍지대를 만났다. 강한 바람도 무섭지만, 바람이 없는 것도 또한 겁난다. 바람이 없으면 배가 꼼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바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작은 바람이 슬슬 불기 시작했다. 아침이었다. 배가 움직일 수 있게 되었으므로, 우리는 라면을 끓여서 조반을 먹으려고, 수저를 들었다. 그런데 바람이 점점 거세졌다. 우리는 돛폭을 아주 작게 줄였다. 강풍과 함께 파도가 계속 높아졌다. 바로 뒤에서 산사태가 나듯이 큰 파도들이 밀려오고, 배 바닥을 지나, 우리 앞에서 또 다른 봉우리를 이루며 부서진다. 만약 측면에서 저 파도의 한 개라도 맞으면, 우리는 그 자리에서 끝장이다. 목적지와 관계없이 파도가 흘러가는 쪽으로 우선 도망을 가야 한다. 파도를 뒤에서 맞아야 한다. 그날은 오후 늦게까지 바람과 파도가 미는 쪽으로 떠내려가기만 했다.

 

   저 교포 주부는 바다에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강한 바람을 맞고 있다. 우선 돛폭을 줄여야 한다. "행복 찾기'라는 큰 돛폭을 접고, “그저 삼아님기”만의 작은 돛폭음 펴야 한다. 그리고 현실의 난관을 바람이라고 한다면, 마음속에서 이는 고통을 파도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고는 바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파도에 의해서 일어난다. 현실의 어려움 때문이 아니라 마음의 출렁임 때문에 엄청난 아픔과 비극을 겪게 된다. 바람과 파도가 좀 가라앉을 때까지, 밀리는 대로 홀러갈 각오를 해야 한다. 인생은 한 목적지로만 향하게 되어 있지 않다. 떠내려가는 것 또한 인생에 포함되어 있다. 아무리 강한 바람도 아무리 힘든 고난도, 반드시 약해질 때가 있다. 현실에 순응하면서 인내하고 기다려야 한다.

 

   석가모니부처님에게조차 노년에는 많은 고난이 있었다. 극진히 아 끼는 제자 지혜제일 사리불존자와 신통제일 목련존자의 죽음을 봐야 했다. 제자의 죽음은 자식을 먼저 보내는 것과 같은 아픔을 준다. 친척의 한 사람인 제바달다가 아사세 왕자의 도움을 받아 교권을 빼앗으려는 반란 음모도 겪어야 했다. 또 자기 종족인 가비라국의 멸망을 지켜봐야만 했다. 코살라국의 왕자가 가비라국을 치러 가는 길목에 석가모니부처님은 나뭇잎이 없는 고목 아래에 앉아 있었다. 왕자가 이유를 묻자, 석가모니부처님은 자기 종족을 나뭇잎에 비유한다. 종족이 없는 것은 나뭇잎이 없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죽은 나무 밑에 앉아 있는 방법으로 두 번이나 가비라국 침략을 막았지만, 세 번째는 차기 종족의 멸망을 다겁생래 인연의 결과로 받아들여야만 했다.

 

 

   석가모니부처님의 고난 소화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모든 것은 무상하다는 것과 전생의 업과 인연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것은 반드시 죽고, 만나면 반드시 헤어져야 한다. 반란을 일으킨 데바달다나 가비라국을 멸망시킨 코살라국 왕자에 대해서, 석가모니부처님은 전혀 원망하지 않는다. 과거생 원결을 푸는 필수과정으로 풀이 한다. 석가모니부처님은 아무리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현실의 그 바람에 일단 순응하면서, 마음의 출렁임으로부터 초월했다. 설사 큰 파도가 일어날지라도 그것에 매味하지 않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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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오늘의 부처님 말씀]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다.”

                                                                        <법구경>


인생은 거울과 같으니, 비친 것을 밖에서

들여다 보기 보다 먼저 자신의 내면을 살펴야 한다.

                                                - 윌리 ‘페이머스’ 아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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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탈심 합장

원영님의 댓글

원영 작성일

어제 초하루
회장님  차타고 인덕원 가며
큰스님께서 많이 여위어
걱정이라며
큰스님
건강하셔요
회엄성 안연암 이사장님  법회  때 마다
참석하심을 보며
수심화  이사장님을  생각  했습니다
모든분들 건강하셔요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석원영 보살님!

고령의 화엄성 이사장님께서는
따님과 안은덕 보살님, 변여사님께서 함깨 하시니
건강한 모습으로 신행생활을 활발히 하시므로
우리 모든 불자님들의 귀감이 되고 계십니다.

하지만 대전의 수심화 이사장님께서는
너무 멀어 혼자의 힘으로는
포교당 법회와 행사에 동참하시지 못하니 매우 애석하고  안타깝습니다.

이제 겨우 갓 칠십이 넘은 저도 체력의 서서히 부족함을 느끼는데
팔십 중반의 연세이니 힘에 부치실 것입니다.

백중 믹재 때는 수심화 이사장님을 비롯해서
모든 연세드신 보살님들이나 그동안 잘 뵙지 못했던 보살님들의
반가운 모습 두 손 모으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소중한 댓글 항상 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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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윤병예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