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스님의 안면암 일기} 허허 지명 대종사님 『그것만 내려 놓으라』법문집에서, 「 작은 깨달음으로도 행복할 수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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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2건 조회 76회 작성일 25-08-29 06:35본문
「 작은 깨달음으로도 행복할 수 있어 」
노인들과 갯벌가를 걸으면서 대화하는 중에 “일생을 살아오면서 언제 가장 행복했다고 생각되나요?”라고 물었다. “철없고 세상 물정 모를 때가 좋지, 세상사 흘러가는 것을 대충 김작할 수 있게 되니, 인생길이 너무 빤히 보여서 고달프게만 생각되더군요.” 라고 한 분이 대답했다. 다른 이들도 공감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삶의 길이 사진처럼 뚜렷하게 보일 때보다는 추상화처럼 좀 아리송했던 때가 좋았던 것 같다.
나이가 차고 철이 든다고 해서 만사를 다 알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인생행로가 고착화되어 가고 꿈이든 현실이든 가능성의 길이 점점 줄어드는 것만은 분명하다. 돈과 권력의 힘과 맛을 아는 것과 “꿈속에서처럼 그냥 좋다” 와는 정비례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불쑥 이런 질문을 던졌다.
“세상 물정 모를 때가 좋았다고 하니, 십여 세에 지능 발달이 멈춘 장애인의 삶을 살라고 하면 그렇게 하겠습니까?”
그러자 한 동행자가 “장애가 있으면 혼자 모든 것을 처리하기 어렵고,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잖아요?”라고 말했다.
불도를 닦는 입장에서 냉정하게 돌이켜보면, 우리는 완전하게 철이 들었다고 할 수도 없다. 남의 눈치를 보고, 어떻게 하면 이익이 되고 손해가 되는지는 훤히 꿰뚫어 볼지 몰라도, 그것이 생사 해탈의 도는 아니다. 어쩌면 세간적으로나 출세간적으로 양쪽 다 턱없이 뒤쳐진 상태에 있는지도 모른다. 속세적인 복력도 충분하지 않거니와, 불도의 깨달음도 부족하다. 양쪽에서 “철이 덜 든 상태”에 있는 셈이다. 이 부족한 처지 그대로 행복을 느끼는 방법은 없을까?
『 법화경 』「약초유품」에는 ‘3초2목의 비유’가 있다. 하늘에서 균등하게 비가 내리지만, 큰 나무는 큰 나무대로, 작은 나무는 작은 나무대로, 또 상품, 중품, 하품의 약초가 각기 나름대로 그 비로부터 해택을 받는다. 마찬가지로 부처님의 설법이 모든 중생에게 균등하게 내리지만, 각자의 근기에 따라서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비유의 주요 목적은 부처님의 설법이 모든 수준의 중생에게 비처럼 공평하게 내린다는 것, 부처님의 대기설법이 교묘하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지만, 우리는 이 비유에서 다른 것도 끌어낼 수 있다. 상품의 약초나 큰 나무뿐만 아니라 하품의 약초와 작은 나무도 살아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상품의 약초와 큰 나무가 맞는 데가 있듯이 하품의 약초나 작은 나무도 필요한 데가 있다면, 우리가 아무리 최하품의 작은 것이라도 하더라도 꼭 존재해야 할 이유와 자부심을 갖고 행복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교의 본의에서 볼 때,‘상품의 약초’나 ‘큰 나무’가 ‘하품’의 약초‘나 ’작은 나무‘보다 더 좋을까? 물론 중생을 구제한다는 편에서 볼 때, 작은 그릇보다는 큰 그릇이 좋고, 작은 깨달음보다는 큰 깨달음이 좋을 것이다. 작은 깨달음에 만족하지 말고 궁극의 깨달음을 향해서 계속 정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삶을 음미하는 면에 있어서는 크고, 작고, 높고, 낮은 것이 의미가 없다. 빨강과 파랑을 비교해서 어느 쪽이 더 좋다고 할 수 없듯이, 사람은 누구나 나름대로 독특할 가치가 있다. 작은 깨달음으로도 나는 행복할 수 있다.
큰비 후에 맑은 냇물이 흘러가듯이 버리기 아까운 행복은 계속 떠내려가고 있다 냇물은 줄어들지라도 행복의 물은 마르지 않는다. 항상 흐른다. 그러나 아무리 행복이 내 주변에 꽉 차 있더라도, 자신의 부족함을 핑계로 그것을 음미하려들지 않으면, 우리는 항상 삭막함만 보게 될 것이다. 그대 지금 고통스러운가? 그것 행복 맛보기에 대단히 도움이 되는 요소이다. 세상의 모든 성현은 하나같이 고통 속에서 행복을 알아보는 깨달음을 얻었다.
뇌의 발달을 멈추게 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지만, 장애인이 된다면 그것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10세와 100세의 지능이 똑같이 행복할 수 있으니까 모든 삶이 각기 독특함을 체달한다면, 아무리 지독한 고통도 편안하게 음미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행복의 맛으로 풀이할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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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오늘의 부처님 말씀]
“ 갈애를 선구로 하여 사람들은 덫에 걸린 토끼처럼 날뛴다.
장애와 집착에 걸려, 거듭해서 오랜 세월 고통을 받는다. ”
<법구경>
만물은 변화다.
우리의 삶이란 우리의 생각이 변화를 만드는 과정이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우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윤병예 합장
원영님의 댓글
원영 작성일
어디로 간 걸까
이반 라코비크 크로아터ㅡ유고슬라비아 화가ㅡ
어린 시절에 보았던 아름다운 풍경은 어디로 간 걸까
새가 가득 내려앉던 숲은
저녁의 고요함은 어디로 간 걸까
우리는 계절의 아름다운 변화를 그리워하는 최후의
낭만주의자들일까
어린 시절 냇가에서 꺾던 꽃들은 어디로 갔을까
하얀 눈은
그것들은 이제 그림에서밖에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
기억해 두자
지구의 얼굴은 우리의 얼굴과 같은 것
우리는 이 소행성의 여행자에 불과하며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