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스님의 안면암 일기} ‘조금 손해봐도 좋다'는 여유를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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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2건 조회 80회 작성일 25-09-01 08:29본문
‘조금 손해봐도 좋다'는 여유를 갖자’
내가 사는 절 근처에 디젤연료를 저렴하게 파는 주유소가 있다. 힘든 노동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보시'라는 이름으로 얻어 쓰기만 하는 나는 차량 연료비를 줄이기 위해서 항상 그 주유소를 이용한다. 그런데 어느 날 먼 곳에서 절을 향해 고속도 로에 진입했는데, 연료 게이지를 보니 그 단골 주유소까지 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부족할 것 같기도 했다. 고속도로 휴게소 내의 주유소를 이용하면 1리터당 100원가량을 더 주어야 한다. "6,000원을 절약하기 위해 모험을 하느냐, 안전하게 고속도로 주유소에 들리느냐가 큰 고민거리가 되었다.
그렇게 한 시간여를 망설이다가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연료비를 걱정할 정도로 궁색한 처지도 아니고, 돈을 모아 목돈을 만들어서 크게 선행을 할 계획도 없다.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에 매달리는 것은, 무조건 많이 쌓아두고 보자는 업심業心 때문이거나 가격표를 내거는 주유소들과의 게임심리 때문인 듯하다. "괴롭다고 하는 사람들 모두가 저와 같은 식으로 이미 확보하고 있는 큰 행복을 잊고, 작은 것에 집착해서 스스로 고통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지?'라는 물음에까지 이른다.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행복의 조건이란 어떤 것들일까? 먼저 세간적인 것부터 세어보자. 기본적으로 건강, 의식주, 인간관계가 될 것이다. 건강에는 일정한 기준이 없다. 스포츠맨에서부터 장애인 또는 몇 년 또는 몇 개월 내의 죽음을 선고받은 환자까지 천차만별이니까. 아무리 몹쓸 병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허약하다고 하더라도, 이 글을 읽을 정도로 머리를 들 수 있다면, 그대는 행복을 느낄 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벌거벗지 않고 굶지 않고 비닐하우스에서라도 살 정도라면, 의식주 또한 갖춘 셈이다. 그리고 그대가 위로하고 보살피고 대화할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인간관계 조건도 갖추었다. 일부러 어려운 처지를 열거했지만, 저와 같은 형편의 사람도 행복의 '큰 손'이라면, 그보다 좋은 조건의 우리는 더 큰 손이 될 것 이다.
불교의 입장에서 우리가 행복을 저축해두고 있는지 점검해보자. 『법화경』에서는 우리 중생을 '가난한 사람으로 착각하는 부자 즉 '고통스럽게 살아야 할 중생으로 착각하는 부처라고 한다. 부처님은 '장자 궁자의 비유'를 든다. 어렸을 때 여행 중에 대부호 아버지를 잃어버린 아들이, 궁핍한 이의 몰골로 아버지 앞에 나타난다. 그 아들은 "네가 내 재산 모두를 물려받을 내 아들이다"라는 부호 아버지의 말을 믿지 않고 똥치는 일을 선택한다. 저 아들, 즉 우리 모두는, 똥치는 일을 하든, 재산목록을 물려받든 이미 행복의 조건을 완전히 갖춘 셈이다.
『화엄경』은 "모든 것은 마음이 그려낸 것"이라고 한다. 행복도 우리 마음의 규정에 속한다. 다겁생래의 업이 있어서, 쉽게 "나는 만족하고, 나는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한마음만 돌리면, 아무리 어려운 처지에서도 행복감에 잠겨 있을 수 있다. "조금 손해 봐도 좋다"고 여유를 가져보자.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주된 이유는 '남의 눈'을 의식하는 데에 있다. 비싼 집, 비싼 차, 비싼 옷, 이것들은 모두 진정한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를 생각해서 구입하려고 한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급수를 높이거나 낮추면 된다. 의식주의 급수 차이가 행복 의 도수 차이가 되지는 않는다.
가까이 있는 사람. 이미 알고 있는 사람, 그들이 바로 내 행복의 은총과 같다. 그들에게 내 행복이 저축되어 있다. 조금 더 마음을 쓰면 그들이 행복을 느끼고, 그 반사로 나도 기쁘게 된다. 명심하라. 상대의 기쁨이 없으면 내 것도 없다. 옆의 것을 소홀히 하고, 멀리 가서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아양을 떨며 방황하지 말라.
큰 저축이 있으면서 좀스럽게 작은 것에 매달리고 인색하면 가난 한 부자가 되고, 가까운 사람에게 저축한 행복을 잊고 멀리서 헤매면 불행한 행복인이 된다. 행복을 깊이 숨겨 놓고 불행하게 살 이유가 없지 않은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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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오늘의 부처님 말씀]
“ 새는 동지를 버려 하늘을 날고 사람은 욕심을 버려 자유를 얻는다 . ”
<화엄경>
실수를 부끄러워하지 말라, 실수를 부끄러워하면 그것이 죄가 되느니라.
스스로 존경하면 다른 사람도 그대를 존경할 것이니라.
- 공자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윤병예 합장
원영님의 댓글
원영 작성일
편지
김남조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다
그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 쓰면 한 구절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