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스님의 안면암 일기} 86. 법신상주를 모르는 것이 괴로움의 원인(사제품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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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2건 조회 190회 작성일 25-01-27 08:30본문
86. 법신상주를 모르는 것이 괴로움의 원인(사제품 2) 3
한때 도반 스님에게 왜 초저녁에는 사람이 쉽게 외로워지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 스님은 초저녁은 해가 바로 진 뒤라서 어둠이 특히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경험하면서 생각해 보니 초저녁의 어둠과 새벽녘의 어둠은 큰 차이가 있었다. 초저녁의 어둠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서 번뇌를 일으키려고 하고, 새벽녘의 어둠은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듯했다.
여하튼 어둠은 사람으로 하여금 번뇌를 일으키게 하고 무엇인가 일을 저지르고 싶어지게 만든다. 술집이나 춤추는 집들은 한결같이 어둠을 이용해서 무드를 잡는다. 사람들은 빛을 써서 조명을 밝히지만 실제로는 어둠을 이용해서 사람에게서 '에라 모르겠다. 취하고 보자.'라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밤의 어둠과 마찬가지로 마음의 어둠도 사람에게 번뇌를 일으키게 한다. 어리석은 마음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의 분수를 망각하게 한다. 엉뚱한 욕심을 내게 만든다. 어리석은 마음은 황당한 과욕을 낼 뿐 아니라 과감한 행동력도 있다. 무식한 사람이 용기 있다는 말이 있듯이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앞뒤를 살피지 않고 돌진하는 용기가 있다. 사기당했다고 하는 사람치고 욕심 내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사기를 당하는 것은 상대가 자신보다 영리해서라기보다는 이쪽의 마음이 상대보다 어두워 욕심을 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어두운 마음 즉 우리 마음의 무명과 미혹은 모든 욕망의 원인이 되고 이것이 만드는 욕망에 의해서 인간에게는 고통이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마음속에는 왜 어둠이 깃드는 것일까. 다른 말로 왜 우리의 마음이 어리석게 될까 하는 물음이 나온다. 이에 대한 답은 바로 앞에서 말한 갈애에 있다.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듯이 사람이 무엇인가를 잡기 위해서 목마른 사람처럼 헐떡거리며 설치기 때문에 마음이 어두워진다는 말이다. 바둑이나 장기를 둘 때, 옆에서 남의 대전 을 보면 아주 잘 보인다. 그러나 자기가 직접 나서면 어두워진다. 남의 바둑과 자기의 바둑을 보는 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욕심이 있느냐 없느냐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람이 다툼을 벌일 경우 그 다툼의 옳고 그름을 가리는 데는 똑똑한 사람이 막상 자기가 일을 당해서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는 수가 많다. 이때도 자기를 위주로 한 욕심 때문에 바른 판단이 나오지 않고 미혹해지는 것이다.
- 죄송합니다만, 내일 또 이어 게시봉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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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 오늘의 부처님 말씀 }
“ 마음을 놓아 버리면 모든 착한 일을 잃어버리게 하지만,
그것을 한 곳에 모아두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 ”
<불교유교경>
[선시(禪詩)]
*** 석지현 스님의 선시집에서 ( 현암사)
<목련화>
- 삼봉 지탁
나무 끝에 연꽃 피었네
이 향기 엿볼 자 누군가
가지 끝 따라 오고가며 늙어가다가
바람이 불면 경상에 떨어지네.
<木蓮花 목련화>
木末蓮花發 何人來取香 任其枝上老 風吹落經床 목말련화발 하인래취향 임기지상로 풍취락경상
= 출전 삼봉집
### 주
·목말련화(木末蓮花): 목련화(木蓮花)。
·임(任): ~에 (자신을) 맡겨버리다.
·경상(經床): 불경을 볼 때 사용하는 앉은뱅이책상,
♦ 해설
"삶은 삶에 맡기고 죽음은 죽음에 맡겨라."
도겐(道元)의 말이다.
필 때는 저 목련처럼 눈부시게 피었다가 질 때는 또 미련없이 다 떨어져라.
불멸(不滅)을 노래하며……………….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윤병예 합장
석운영님의 댓글
석운영 작성일
강물을 따라가며 울다
정호승
내 몸속에 석가탑 하나 세워놓고
내 꿈속에 다보탑 하나 세워놓고
어느 눈 내리는 날 그 석가탑 쓰러져
어느 노을 지는 날 그 다보탑 와르르 무너져내려
눈 녹은 물에 내 간을 꺼내 씻다가
눈 녹은 물에 내 심장을 꺼내 씻다가
그만 강물에 흘러보내고 울다
몇날 며칠 강물을 따라가며 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