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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봉 스님의 안면암 일기 } :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설경(雪景), 82. 깨닫지 못하고 깨달았다고 하는 바라이 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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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3건 조회 176회 작성일 25-01-1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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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깨닫지 못하고 깨달았다고 하는 바라이 죄(사정품 2) 끝

 

   10여 년 전에 전국 불자들로부터 흠모와 존경을 받은 큰스님의 법문 녹음 테이프를 들어본 적이 있다. 그 노스님은 이미 80세가 넘었다. 그런데 그 큰스님께서는 법문하는 가운데 자신은 깨닫지 못했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큰스님에 대해서 크게 실망했다. 큰스님은 승속을 막론하고 모든 불자들이 큰 깨달음을 얻은 도인으로 존경하고 있는데 궁극의 경지를 보지 못했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그 녹음 테이프를 들은 이후로 스님에 대한 존경심을 한 동안 거두어 들였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서 스님의 말씀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도를 얻은 스님네 가운데는 깨달았다고 밝히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깨달음을 숨기는 분도 있을 것이다. 옛날에는 자신의 얻은 바를 서슴없이 밝히는 스님네가 많았고 요즘에는 밝히지 않는 스님네가 많다. 자신이 깨닫지 못했다고 법문 중에 말씀하시는 큰스님은 옛날 어른이기 때문에 자신의 도를 자랑할 수 있는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깨달음을 밝히거나 자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존경스럽게 생각되었다.

 

   《열반경》의 입장에서 본다면 개인적으로 특별히 깨달은 바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 세계 전체를 부처님이 가득한 곳으로 말할 수도 있고 반대로 시간적인 면에서 고정적인 깨달음이 있을 수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과거 무량겁 전에 부처님께서 이미 불도를 이루었고 부처님의 몸은 이 세계에 항상 가득 차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본래부처를 알아보거나 말거나에 관계없이 이 세계는 부처로 가득한 세계이다. 이런 의미에서라면 "나는 부처자리를 보았다."고 말하는 것이 조금도 허물 될 것이 없다. 다른 한편으로 어떤 순간에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그 순간의 깨달음이 고정적으로 모든 시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 말할 수는 없다. 본래부처이기는 하지만 그 본래부처는 우리가 불도를 닦는 동안에만 나타나고 닦지 않으면 바로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자신의 수행에 의해서 주변 사람들이 불도를 이루었다고 칭찬하거나 수행을 하면 부처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죄가 되지 않는다고 가르치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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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 오늘의 부처님 말씀 }

“ 자기 자신보다 더 사랑스러운 것이 없고

  곡식보다 더 귀한 재물이 없으며

  지혜보다 더 밝은 것이 없고

  생각보다 더 빨리 변하는 것은 없다."
                                                        <잡아함경>


[ 선시(禪詩) ]

서산대사(1520~ 1604) - 한국 선시(禪詩)를 완성시킨 뛰어난 시인.

  <출가시(出家詩)>

꽃 피는 화개동엔 오히려 꽃이 지고

청학의 봉우리에는 아직 학은 아니 돌아오네

잘있거라 홍류교 아래 흐르는 물아

너는 바다로 돌아가고 나는 산으로 돌아가련다

화개동리화유락 花開洞裏花猶落

청학소변학불환 靑鶴巢邊鶴不還

진중홍류교하수 珍重紅流橋下水

여귀창해아귀산 汝歸滄海我歸山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윤병예 합장

정광월 합장님의 댓글

정광월 합장 작성일

나무에  대하여

            정호승

  나는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가 더 아름답다
  곧은 나무의 그림자보다
  굽은 나무의 그림자가  더 사랑스럽다
  함박눈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많이 쌓인다
  그늘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그늘져
  잠들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와  잠이 든다
  새들도  곧은  나뭇가지보다
  굽은  나뭇가지에  더 많이  날아와  앉는다
  곧은  나무는  자기의  그림자가
  구부러지는  것을  싫어하나
  고통의  무게를  견딜 줄 아는
  굽은 나무는  자기의  그림자가
  구부러지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정광월 보살님!

저는 나무를 무척 좋아하는데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함박눈이 더 많이 쌓이는 것을 오늘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안면암 포교당에는
신도님들이
잘 아시다시피 청정심 총무님 집에서
오래 전에 옮겨와

조실 큰스님 방 앞에 굳건히 서서
도량신들과 함께
가람을 수호하며
우리 신도님들에게 믿음과 기쁨을 주었던
멋들어진
굽은 소나무가 있습니다.

시를 감상하면서
두어 달 전
과천 등의 115년만의 기록적인 폭설에 희생되어
크고 작은  가지가 여럿 부러져 가슴 아팠던 기억이 새삼 저절로 떠오릅니다

어서 빨리
상처를 극복하고
예전처럼
고아하고 웅장한 모습 보여주길 간절히 기원드리겠습니다.

나무약사여래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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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병예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