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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스님의 안면암 일기} 허허 지명 대종사님 『그것만 내려 놓으라』법문집에서 「부처님은 중생을 제도하지 않았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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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2건 조회 181회 작성일 25-08-14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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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은 중생을 제도하지 않았다는데」

 

    나와 인연 있는 사찰의 큰 행사 때면 부엌에서 설거지나 청소 등 허드렛일을 돕는 한 여신도가 있다. 오랜 기간 지켜보아도 그 봉사의 태도가 한결같다. 어느날 그녀에게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열심히 일하느냐고 물었다. 수년 전에 그녀의 남편 사업이 부도를 당해서, 경제적으로 보시를 할 수는 없고, 일하는 것으로 공양을 올리기로 작정했다고 한다. 나는 다시 어떻게 기도하느냐고 물었다. 천수경 화엄경약찬게 법성게 금강경 들을 외운다고 대답했다. 나는 깜짝 놀라서 어떻게 금강경을 외우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매일 사경과 독경을 수년간 계속하다보니 저절로 외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남편의 사업 실패와 그녀의 기도를 연결시켜 보니, 경 전체를 외울 정도로 간절한 발원과 고통이 머리에 그려졌다.

이번에는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금강경에서 부처님은 한 중생도 제도한 바가 없다고 하고, 만약 중생을 제도했다고 말하면 보살이 아니라고 합니다. 일체의 상(相)이 없어댜 함을 강조하는 뜻은 짐작하겠는데, 그 외에 더 깊은 뜻이 있습니까?"


 

   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해석 외에, 물질 면에서 어려운 처지라고 인식되는 그녀의 현재 생활환경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쪽으로, 저 질문에 답하고 싶었다.

 

   첫째, 부처님의 교화는 상대를 굴복시킨다거나 자기편으로 꼬드기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빼앗거나 정복하는 것이 아니다. 참 삶의 길을 알려 주는 것과, 자기가 의도하는 조직을 만들거나 강화시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부처님은 자기편을 조직화하려는 속셈이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궁극의 깨달음을 이룬 이로서의 자기 자신까지도 내세우지 않겠다는 것이다. 속세적인 의미는 물론이고, 출세간적인 의미에서까지도, 자신을 남보다 우월한 위치에 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부처님이 철저하게 버리고, 비우고, 지우고, 낮추는 모습에서, 다 놓아버린 그 자리에서 평화를 찾으라는 메시지를 끌어낼 수 있다. 사업 실패가 고통스러운 것이기는 하지만, 미끄러진 김에 쉬어 갈 수도 있다. 가진 것 없음을 활용해서, 잃거나 빼앗길 걱정이 없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그 평화로움은 지켜야 할 것이 많은 사람이 도저히 누릴 수 없는 것이다.


   둘째, 교화란 깨달음으로 향하는 이정표를 주는 것인데, 그 안내판이라는 것도 주소 지번이 표시된 도시의 길이 아니다. 정해진 길이 없는 마음씀에 관한 것이므로 ,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표지가 아니다. 또 상대가 깨달음을 얻는다고 해서, 세상에 없던 지혜를 부처님이 만들어 주는 것도 아니다. 본래부터 있던 것을 알아보게 하는데 불과하다. 그나마 상대의 본래 성품에, 삶의 실상을 여실히 보고 평화롭게 마음먹고 행동하고 그 평화를 누릴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부처님의 설법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상대가 부처님의 조언을 받아들여서 큰 깨달음으로 향했다면, 그것은 처음부터 이미 세상에 있던 지혜를 터득하고 골라서 받아들인 이의 공이지, 부처님이 깨달음의 지혜를 제작해 준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깨달음의 공이 스승인 부처님에게 있지 않고, 교화를 받은 제자 또는 우리에게 있다는 것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권한에 대해서, 부처님 또는 어떤 이가 특히 같은 것을 받아 놓은 것도 아니므로, “마음대로 찾아서 써도 좋다”는 뜻이기도 하다. 참다운 삶이나 행복의 길을 지하수에 비유한다면, 깨달음이란 바로 그것을 퍼 쓰는 것을 의미한다. 이 세상에 꽉 차 있는 행복의 샘물을 퍼 쓰는 것은 우리의 권한이고 선택이므로, 부처님의 허락을 받거나 부처님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다만 행복을 마음껏 퍼 쓰는데 주의할 점이 있다. 이기는 것, 마음대로 되는 것, 돈, 권력, 명예로 변환시켜서 쓰려고 하면 곤란하다. 이기고 뜻대로 되고 돈과 명예를 가지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갖고 못 가짐에 상관없이, 삶을 맛있게 음미할 수 있어야 한다. 세상이 만드는 드라마의 그 배경으로 나오는 산, 바다, 도시를 구경하는 것만으로, 고요하면서도 밝은 평화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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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오늘의 부처님 말씀]

“좋은 동료 얻는 것을 우리는 찬탄한다. 낫거나 동등한 친구를 사귀어라!

그런 친구 없으면 허물을 짓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법구경>



“자애로우므로 용감할 수 있고,

검소하므로 넉넉할 수 있고, 감히 천하에 앞서지 않으므로 웃어른이 될 수 있다.”

                                                                    <노자 도덕경>

“승자는 과정을 위해 살고, 패자는 결과를 위해 산다.”

                                                                    <탈무드>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윤병예 합장

원영님의 댓글

원영 작성일

미국 홍보살님
잘 계신가요
건강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