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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스님의 안면암 일기} 허허 지명 대종사님 『그것만 내려 놓으라』법문집에서, 「고르려고 하지만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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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3건 조회 105회 작성일 25-08-25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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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려고 하지만 않는다면」

 

   쉽고 편하게 살 수는 없을까? 골치 아프게 이것 저것 신경 쓰지 않고 도를 닦을 수는 없을까? 일부러 어떤 일은 하겠다거나 말겠다고 작정하지 않고, 그저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말하며 살아가는데도, 나도 좋고 남도 좋게 될 수는 없을까?

 

나침반은 지구의 자석 원리를 이용해서 만든다. 자석은 당기는 성질과 밀어내는 성질이 있는데, 지구도 하나의 자석체로 되어 있다. 마이너스 성질의 지구 북극 S극은 플러스+ 성질의 자석 N극을 잡아 당기고, 지구 남극은 그 반대이기 때문에, 그 성질을 사용해서 북쪽과 남쪽을 알 수 있게 한다. 요즘에는 자이로스코프에 지구 자전운동의 축 방향이 나타나게 하는 원리를 이용해서, 주변 자기장 강약이나 방해의 영향을 받지 않고, 진짜 북쪽을 알아낸다고 하는데, 나의 주된 관심은 항상 일관되게 끌어당기는 힘이다. 우리가 참다운 삶의 길을 찾고자 할 때, 자연의 흐름과 일치되는 방향을 잡는다면, 전혀 힘 들이지 않고 자동적으로, 도가 닦아질 것이다.

 

정년퇴직 후에 문경에서 감나무 재배를 하는 불자가 있다. 매년 가을마다 주먹처럼 큰 감을 선물 받곤 했는데, 금년에는 직접 나무에서 감을 따보면 어떻겠느냐는 연락이 왔다. 수확을 도우려는 신도들과 함께 감나무 밭에 갔다. 주렁주렁 달린 감을 보고 사람들은 탄성을 질렀다. 감 따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주인은 크고 마음에 드는 것을 따서 가져가란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어려움을 만났다. 크고, 잘 익고, 모양이 좋은 감을 따야겠는데, 모두 비슷비슷해서 잘 구별이 되지 않는 것이다. 다 좋은 감들인데 "보다 좋은 것을 골라야 한다"는 생각에 묶여버린 것이다. 어처구니없게도 감 따는 일보다 고르는 일에 더 어려움을 느끼게 된 것이다.

 

삶에 있어서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것은 무엇일까? 생명력이다. 모 든 생명은 살려고 한다. 아무리 사소한 잡목이나 잡초도 살기 위해서 태양을 향해 얼굴을 내민다. 동물들은 어린 새끼를 건드리면 목숨을 걸고 덤빈다. 목숨이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살려고 하니, 이것은 북극의 자석이 반대 극을 당기는 성질보다도 더 확실하다. 생명은 자동적으로 살게 되어 있다. 나침반이 언제나 북쪽을 향하듯이 말이다 참, 감나무 주인이 나에게는 신기롭고 중요한 말을 해주었다. 작물이 좋은 품종의 감나무 밭에는, 고염나무와 같이 열매를 기대할 수 없는 것들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감꽃이 필 때 꿀을 이 꽃분을 이리저리 옮기는데, 야생 감나무들이 있어야 열매가 좋은 감나무와 그 과실들이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자란다는 것이다. 단지 감나무 세계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품종에서도 마찬가지다.

 

감들이 다 좋은데 왜 더 좋은 감을 고르기 위해서 고민하는가. 살아있다는 그 자체로서 충분한데 우리는 왜 더 좋은 삶을 고르려고 하는가. 그대가 못생겼다고? 멍청하고 배운 것이 없다고? 돈도 명예도 사랑도 없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고? 비행기를 타고 도시를 내려다본다고 치자. 다 그만그만하다. 설사 구태여 잘생긴 사람을 고르는 데 그대가 뽑히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못생긴 그대는 저 잘생긴 사람이 건강하게 살도록 만드는 데 필요한 대단히 중요한 꽃가루를 하고 있다.

 

『금강경』의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는 구절의 해석을 조금 바꾸어야겠다. 전에는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이 세계를 창업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라"고 해석했었지만, 이제는 고르려고 하지 말고 잘 살기만 하라"고 풀이하고 싶다. 『신심명』의 시작 문구인 “지도(至道)무난(無難)

유혐간택(唯嫌揀擇)” 즉 “바른 삶의 길은 어렵지 않으니 단지 고르려고만 하지 않으면 된다.”와 비슷한 방향의 해석이다. 어떤 수행법은 좋거나 수승하고 다른 수행법은 나쁘거나 하열할 것이 없다. 마음이 내키는 대로 닦으면 된다. 너무 “고르기”에 집착하지만 않는다면, 기복을 위한 염불 기도도 나쁠 것이 없다. “지금 살아있음에 만족함”으로 최상의 성취를 삼는다면, 무엇이 아쉽고 고민되고 두렵고 잘못될 것이 있겠는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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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오늘의 부처님 말씀]

“내가 악행을 하면 스스로 더러워지고 내가 선행을 하면 스스로 깨끗해진다.

 그러니 깨끗하고 더러움은 내게 달린 것 아무도 나를 깨끗하게 해 줄 수 없다.”

               
                                                                                  <법구경>

                                                            = 불교신문에서     

                                      <조계종 종정예하 중봉 성파대종사>

을사년 하안거 해제 종정예하 법어

                                          "걸망에는 무엇이 담겨 있는가”

讚不及毀不及(잔불급훼불급)

若了一萬事畢(약요일만사필)

無欠無餘若太虛(무흠무여약태허) 爲君題作波羅密(위군제작바라밀)


찬탄도 미치지 못하고 훼방도 미치지 못함이라/
만약 하나를 요달하면 만사를 마치도다 /
모자람도 남음도 없어 태허와 같거늘/
그대를 위해 바라밀이라 이름하나라


삼하 안거를 마치고 산문을 나서는 제방의 수선납자여!

안거(安居)가 원만했고 자자(自恣) 했으며

인연 있는 이들에게 전해줄 법식(法食)이 넉넉하니

금년 하안거는 제천이 환희하고 부처님께서 칭찬할 만하도다.

 
이러한 최상승의 간화선 수행 방법이 조계종 승가에서 전승되고 널리 활용되고 있음은 그 의미가 참으로 크도다. 이 수행법은 곧바로 여래지에 이르는 수승한 방법이니 모두가 활용해야 하리라. 이 모두가 제방에서 수행하는 여러 선승들과 수행을 돕는 여러 소임자들과 신심 있는 불자들의 정성 어린 후원으로 이루어진 거룩한 불사이니 참으로 찬탄 하노라.

이제 삼하결제를 마치고 산문을 나서는 수행자들이여! 그대들이 짊어진 절망에는 무엇이 담겨 있는가? 폭우로 신음하는 여러 이웃들에게 따뜻한 손이 되고, 갈등으로 괴로워하는 이들을 품어내고 풀어줄 넓은 가슴이 있는가? 그대들의 걸음걸음은 법이 되고 얼굴에 피어나는 미소는 희망이 되리라.

누군가가 영축산의 소식을 물으면 어찌 하시려는가? 올여름 무더위에 구룡지 옆 백일홍은 더욱 붉게 피어나고 돌솥에 차 향기 더욱 진하다네.

採藥忽迷路(채약홀미로) 千峰雲霧裏(천봉운무이) 山僧汲水歸(산승급수귀) 林末茶烟起(임말다연기)

약을 캐다 길을 잃었는데/ 천 봉우리는 운무 속이네/ 산승이 물 길어 돌아가더니 숲 끝에 차 달이는 연기 일어나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윤병예 합장

원영님의 댓글

원영 작성일

하얀  접시꽃

                            성국희

  못내  또  돌아보면
  다시  한  번  흔드는  손

  그  흰  손을  사랑해요
  이슬  맺힌  당신의  손

  외진  곳
  두루  살피며

  길을  닦는  바쁜  손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석원영 보살님!

성국희 시인님의 시는 처음 감상했습니다.

수많은 접시꽃 시 중에서 가장 저의 마음을 사로 잡았습니다.

"길을 닦는 바쁜 손"


소중한 댓글 항상 늘 감사드립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