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스님의 안면암 일기} <절정의 안면암 배롱나무꽃> , 허허 지명 대종사님 『그것만 내려 놓으라』법문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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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3건 조회 204회 작성일 25-08-12 08:28본문
「항순중생원(恒順衆生願)」
예전에는 내가 길눈이 밝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자신감이 없어졌다. 과거에 없던 길들이 무수히 생겼고, 지금도 계속 새로운 길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또 같은 방향이라고 하더라도 신호등이 많은 복잡한 길이 있는가 하면, 고속화도로가 있다. 그래서 나는 보통 네비게이션'으로 불리는 GPS를 이용한 전자지도 길 안내 단말기를 차에 달고 다닌다. 그런데, 저 기기를 이용할 때마다『화엄경』 「보현행원품」에 나오는 보현보살의 '항순중생원恒順眾生 즉 "중생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은 무조건 들어주고 따라 주기 로 작정하는 서원"을 떠올린다.
가령 시골에서 복잡한 서울의 한 곳에 간다고 치자. 나의 감탄은 저 기기가 안내하는 대로 따르지 않을 때 일어난다. 가령 갑의 방향 으로 안내할 때, 내가 을의 방향으로 가버리면, 저 기기는 그 시점부 터 새로운 길을 다시 계산하고 제시한다. 내가 열 번을 어긋나면 열 번을 다시 검색하고, 백 번, 천 번이라도 아무런 불평 없이 그 시점부터 최단의 길을 다시 찾아 준다.
나는 자신을 돌아본다. "나의 안내를 무시하는 상대가 계속 안내 하기를 요청할 때, 내가 끝까지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면서 안내를 계속할 수 있을까?" 현실에서의 나는 아주 나쁜 기록을 갖고 있다. 한 VIP의 미국여행 때에 안내를 맡게 되었는데, 본래 일정에 충실한 나의 안내를 무시한다는 이유로, 상대를 미국에 남겨 두고 나 혼자 한국으로 돌아와 버린, 지금 생각하면 크게 잘못된 일이 있다. 저 기기와는 정반대로 행동한 것이다.
한 수행자가 스승에게 묻는다. "세상의 모든 생명에게는 부처가 될 성품, 즉 삶을 가장 이상적으로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까?" 스승은 "없다"고 대답한다. 다른 기회에 다시 똑같은 질문을 한다. 이번의 대답은 다르다. "있다"이다. 다음에 계속해서 물으면 '있다 와 '없다'가 반복되거나, 침묵으로 대답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석가 모니부처님은 시간, 공간, 사후의 존재 등에 대한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나는 잘살고 싶다. 아름답게 살고 싶다. 멋있게 살고 싶다. 씨앗이 있는 것은 뿌리나, 싹이나, 꽃이나, 열매가 있다. 내가 하나의 화초 종자라고 치자. 내가 어떤 단계에서 가장 아름다울까. 물론 새싹이나 꽃이나 열매로 남을 좋게 할 때 가장 좋게 보이거나,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다.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자. 현실에서의 이 추한 육신의 내가 언제 가장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삶의 보람을 느낄까. 어떻게 살 때, 부처될 종자가 있다고 느껴질까. 남을 위해서 무언가를 행할 때일 것이다.
나에게 제대로 살고 싶은 뜻이 없다면, 어떤 의미에서든지 꽃이 되 어 남을 기쁘게 해주고 싶은 뜻이 없다면, 중생을 위하는 부처가 되 고 싶은 뜻이 없다면, 불성이 있거나 없거나, 사후에 존재하는 그어 떤 것이 있거나 없거나 아무 상관이 없다. 태양이 생물에게 자라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나무와 풀들은 태양 쪽으로 머리를 향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종교를 가지든, 나름대로 어떤 신조를 갖고 살든, 내가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지 않는다면, 그 종교와 신조와 나는 아무 소용이 없게 될 것이다. 이상적인 삶에 중요한 것은 '있다'. '없다'가 아니다. 내 삶의 존재를 의미 있게 만드는 '주변을 위하는 자세이다.
어떻게 해야 주변을 가장 잘 위할 수 있을까. '하심下心'이나 '인내'가 좋은 것이기는 하지만, 상대가 부담을 느낄 것이다. 내가 자존심이 강한데 일부러 낮춘다거나, 마음이 내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참으면서 상대를 위한다고 생각하면, 상대의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저 기기처럼 무심해야 한다. 단지 저 기기에 없는 생명력을 추가해야 한다. ‘서원(誓願)’이다. 내가 위하는 중생에 대해서 일체의 판단을 중지하고, 상대의 근기에 맞추어서 무조건 순응하겠다는 서원이다. 그래서 서원이 있는 나는 부처가 될 수 있지만, 저 기기는 부처가 될 수 없다. 또 나는 이런 원을 세우고 실천할 수 있다. “아픈 이에게는 약초가 되고, 깜깜한 밤중에는 촛불이 되고, 배고픈 이에게는 곡식이 되겠다”고. 끝
<배롱나무 꽃 / 이필종>
이름없는 산사 모퉁이
한 그루 배롱나무
조석으로 목탁소리 듣더니
배롱 배롱 배롱꽃 피워냈다
백일을 기도하면
붉어지는 꽃 배롱나무 꽃
가지마다 어머니의 등불 밝혀 놓고
서방님의 만수무강
자식들의 부귀공명
빌고 또 빈다
배롱꽃 향기 허공으로 퍼지면
잊었던 어머니가
배롱꽃이 되어 환희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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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오늘의 부처님 말씀]
밝은 얼굴은 향을 태우는 것보다 더 큰 공덕이 있다
< 잡보장경>
“때로는 살아있는 것조차도 용기가 될 때가 있다.”
- 세네카
“젊은이들은 세월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알턱이 없다.
그러나 노인이 젊은 시절을 망각하는 것은 죄악이다.”
- 조안 K 롤링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윤병예 합장
원영님의 댓글
원영 작성일
秋聲
노천명
푸라타나쓰의 표정이 어느 틈에 이렇게 달라졌나
하늘을 쳐다본다
청징한 바닷가에 다시 은하가 맑다
눈을 땅으로 떨어뜨리며
내가 당황하다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석원영 보살남!
말복이 지나니 어느새 아침 저녁으로는 가을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새벽부터 빗소리가 제법 구성져 저절로 몸과 마음이 무거워지려고 하네요.
가장 보람있는 계절인 가을이 기다려집니다.
소중한 댓글 항상 늘 감사드립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윤병예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