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스님의 안면암 일기} 허허 지명 대종사님 『그것만 내려 놓으라』법문집에서 : <책머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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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3건 조회 126회 작성일 25-08-03 08:23본문
< 책머리에 >
너도 나도 잘살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 여러 가지 삶의 길을 간다. 더 많이 얻기 위해서, 더 높이 오르기 위해서, 더 널리 인정받기 위해서 노력하는 이도 있고, 신을 섬기는 이도 있다. 나도 한 수단을 택하고 있다. 정신없이 집착하고 있는 자신을 되돌아보고, 평화롭게 살겠다는 삶의 본래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 한 방법으로 “무(無)” 즉 "비움," "지움," "털어버림," "내려놓음"을 닦는다. 그리고 주변에도 권한다.
산에 오르는 길도 많고 성에 들어가는 문도 많으리라. 어떤 길 어떤 문을 택해도 좋다. 단 오르면 내려와야 하고 들어가면 나와야 한다. 꽃은 시들게 되어 있고,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본래 아무 것도 없던 제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무는 "그 후"를 끊임없이 추적함으로써 삶의 본래 자리를 상기시킨다.
좋은 일을 하고 싶은가? 큰일을 하고 싶은가? 무조건 높은 산에만 오르려고 하지 말라. 현재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세상사 모두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른 위치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이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자기 일을 할 것이다. 훌륭한 일을 했다고 하는 유명한 이들 뒤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숨은 일꾼들이 있었다. 이름을 얻은 이들은 단지 거론되거나 기억되기 쉬운 자리에 있었을 뿐이다. 그러니 지금 이 자리의 내가 남들이 알아주는 큰일을 하지 못한다고 억울해 할 것이 없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평화롭고 자족해 하는 삶이다. 남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아니다. 무는 껍질이 아니라 속을 보는 것이다. 허명의 실상을 여실히 보는 것이다. 그리고 내 앞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사람은 변덕쟁이이다. 육체적으로 변하고 정신적으로도 마찬가지이다. 마음을 들여다보라. 겸손함이 오만함으로 변하기도 하고, 독재자가 출현해서 멋대로 칼을 휘두르는가하면, 영웅심이 갑자기 꼬리를 내리기도 한다. 받고 싶은 마음과 주고 싶은 마음이 뒤죽박죽 엉켜있다. 머릿속에서 담장을 넘기도 하고 남의 방을 엿보기도 한다. 저 마음의 변덕을 다 적거나 촬영한다면 엄청난 양이 될 것이다. 무는 자기 마음의 드라마를 관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과 남을 편하게 하도록 마음을 길들이는 것이다.
승리하고 최상의 자리에 올라서 얻는 기쁨은 소수의 것이다. 패배하 고 최하의 자리에 내려와서 얻는 기쁨도 있다. 그것은 누구나 그리고 언제나 누릴 수 있는 다수의 것이다. 무는 불가사의하게도 저 낮은 자리의 기쁨을 만들어 준다. 잘 난이 못난이, 가진 이 못 가진 이를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대해 주는 것이 무를 닦음으로써 얻는 즐거움이다. <불교신문)에서 자비롭게도 저 무의 수행에 관해서 잡문을 쓸 수 있 는 기회를 주었다. 1년여 연재했는데, 양이 많지 않아서 책으로 엮을 수는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계종 출판사에서 저 글들을 추려 책으로 펴내자는 제의를 해 왔다. 졸렬한 생각들이라도 모아두고 싶은 욕심에서 동의하게 되었다.
이 글들을 쓰는데도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불교신문)의 김선두, 하정은, 안직수 선생 등의 격려와 교정이 없었다면, 연속적으로 글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드린다. 또 부족한 글들을 추리고 분류해서 책으로 엮어 준 조계종출판사 이상근 편집팀장을 비롯해서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도 감사드린다. 이 책 속의 무를 활용해서 독자들이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다면, 불조의 은혜를 갚아야 하는 나에게 큰 도움을 주는 셈이다. 그 독자들에게도 미리 감사드린다.
무자년 가을(2008),
과천 옥탑골 지하 토굴에서 지명합장
<살아 숨쉬는 매미와
선탈(蟬脫매미-허물을 벗은 매미)>
우리나라 전국 각지에서
여름한철 밤낮없이 울면서
사람들의 더위를 식혀주는 고마운 매미입니다.
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오늘의 부처님 말씀]
“ 중생을 보아도 중생이란 분별을 내지 않으니 지혜의 눈으로 보기 때문이리라.
온갖 말을 들어도 분별을 내지 않으니 마음에 집착이 없기 때문이리라.
모든 법륜을 굴리면서도 법륜이란 분별을 내지 않으니 법의 본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리라.
인간의 몸을 얻는 것도 어렵고 죽어야 하는 자가 사는 것도 어렵고
올바른 가르침을 듣는 것도 어렵고 깨달은 님이 출현하는 것도 어렵다. ”
<법구경>
[ 매미 / 고영민 ]
울음을 뚝, 멈추는 것
울음 속에 울음을 섞는 것
울음 속에 몰래 제 울음을 섞다가
들키는 것
다시 목청껏 우는 것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윤병예 합장
원영님의 댓글
원영 작성일
폭염
한희정
누가 가마솥에
불을 저리 지피는가
손 한번 댈 수 없네
저리 핏대 올리는데
해거름 뜸 들이는 시간도
가당찮은 저 절규!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석원영 보살님!
폭염으로 온 세계가 조용하지 않습니다.
짧으면서도 핵심을 짚어내는 시인의 지혜가 부럽습니다.
소중한 댓글 항상 늘 감사드립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윤병예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