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스님의 안면암 일기} <낙화 / 이형기> 117. 일천제를 빼고 모두에게 보시(일체대중소문품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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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3건 조회 175회 작성일 25-07-13 08:46본문
117. 일천제를 빼고 모두에게 보시(일체대중소문품 2) 3
'소나기'의 작가로 잘 알려진 황순원의 작품 가운데 '필묵장수'라 는 것이 있다. 여기에는 베풀면서 사는 순박한 인간의 삶이 감동적으 로 그려져 있다. 주인공인 서 노인은 오랫동안 묵화를 쳐온 사람이지만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30년 가까이 필묵장수를 해온 떠돌이다. 서 노인은 어느 늦가을 비를 피하기 위해서 한 집에 들어간다.
그 집은 중늙은이 여인이 혼자 사는 집이었다. 필묵장수와 대화하던 여주인은 발뒤축이 보이고 발가락이 드러난 서 노인의 양말을 보게 된다. 그것을 안쓰럽게 생각한 여인은 아들의 혼수 중에서 무명을 꺼내어서 밤늦게까지 버선 한 켤레를 필묵장수에게 지어 준다.
70평생에 처음 따뜻한 버선 보시를 받은 필묵장수는 그녀에게 묵화로 매화 한 폭을 쳐준다. 그리고 필묵장수는 정말 마음에 드는 그림이 그려지면 그려 준 이 그림과 바꾸어 주겠다고 속으로 생각한다. 그 후 세월이 흘러 6·25전쟁이 났고 필묵장수가 그녀의 집을 다시 찾아보니 옛 집은 폭격에 맞아 이미 형체도 없이 부서져 있었다. 여인을 만나지 못하고 필묵장수로 떠돌던 서 노인이 어느 마을의 길목에서 갑자기 죽게 된다. 사람들이 그의 괴나리 봇짐을 풀어 보니 그 안에는 약간의 돈과 아직 한 번도 신지 않은 버선 한 켤레가 편지와 함께 있었다. 준비된 돈으로 장례를 치러 달라는 것과 수고스럽지만 버선을 신켜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동네 사람들이 흰 버선을 들고 뒤척이다가 그 속에 곱게 접혀 있는 종이 한 장을 끄집어 냈는데 그것은 서 노인 이 가장 잘 그려졌다고 생각한 매화 한 점이었다. 필묵장수를 하며 떠돌던 서 노인의 마음은 온통 버선보시로 꽉 차 있었던 것이다. 여인의 보시에 감격한 필묵장수는 죽을 때에 그 버선을 신으리라고 마음먹었고 보시를 한 여인에게 보답할 매화를 구상하고 그리는 데 온 마음을 집중했던 것이다. 이 소설의 작가는 필묵장수와 여인 사이에 어떤 남녀의 정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버선보시를 그렸을지 모르지만 필자는 달리 해석하고 싶다. 어려운 사람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정성을 베푸는 것이 참으로 큰 감동을 주는 것이며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것이 다. 좋은 세상은 남을 위하는 사랑이 있는 곳이다. 사랑을 가장 잘 표현하는 길은 보시이다.
- 죄송합니다만, 내일 또 이어 게시봉사하겠습니다.
어느 봄날 안면암 동백의 장엄한 落花입니다.
인터넷 연결 상태가 안 좋아 부득이 한 장으로 스캔해 올립니다.
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오늘의 부처님 말씀]
“ 자기 자신을 안정시켜라.
조련사가 말을 조련시키듯 자기 자신을 안정시키고
침착하게 행동하면 괴로움에서 벗어나 피안(彼岸)에 도달하게 된다. ”
<소부경전>
[낙화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분명히 알고 있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윤병예 합장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비록
만남은 그리 길지 않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진심을 다한 순수한 보시가
# 필묵장수 서 노인을
노년과 다음생까지
애절하게 안락으로 이끌어 주었습니다.
다시 한번,
작은 보시의 힘을 되새기며
앞으로 열심히 실천에 애쓰고 싶습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윤병예 합장
원영님의 댓글
원영 작성일
거울 앞에서
김하정
꺼져가는 촛불을 일으켜 추스르며
가만가만 일어나 환하게 비춰다오
샘물을 찾아 헤매는 사슴의 머리 위를
바위틈에도 생명은 흐르고 솟아나는 법
서두르지도 말고 지체하지도 말고
희뿌연 안개 사이로 막힌 길 뚫고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