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스님[안면암 일기] : 101 마음과 부처와 중생 (3) (화엄경8) 2022년 11월 26일 土(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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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1건 조회 181회 작성일 22-11-26 07:42본문
101
마음과 부처와 중생 (3)
(화엄경 8)
인간이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것에 가격표를 붙이는 것은 별 일이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것에 가격표를 붙이는 데서부터 문제가 커진다. 정신적인 것에는 사실과 관계없이 가격표가 달라진다. 똑같은 것이 좋은 것도 될 수가 있고, 나쁜 것도 될 수가 있다. 똑같은 삶의 코스가 행복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불행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싫어하는 사람이 생긴다. 또 오늘은 좋아하다가 내일은 싫어지고 이때는 싫어하다가 저때는 좋아지기도 한다.
인간의 눈에는 일정한 遠近法(원근법)이 있지만 마음에는 불규칙한 원근법이 있다. 육안에 있는 렌즈는 가까운 것은 크게 보고 멀리 있는 것은 작게 본다. 그러나 마음은 눈과 다르다. 자신의 마음상태에 따라서 가까운 것이 작게 보이기도 하고 멀리 있는 것이 크게 보이기도 한다. 마음은 일정하게 정해진 법이 없이 기분대로 사물을 본다. 남의 밥에 담겨 있는 콩이 더 커 보이기도 하고 남이 누리는 삶이 더 좋아 보이기도 한다. 결합하기만 하면 하늘을 날 것처럼 행복하리라고 기대하던 남녀가 막상 결혼해서는 시들해지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헤어지지 않고는 도저히 살 수 없다하기도 한다. 만약 마음대로 헤어진다면 그 헤어진 사람을 마음에서 잊지 못한다. 자신의 마음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동서남북으로 뛰어다니지만 내 것으로 정해진 사람의 마음은 오직 나에게만 집중되기를 기대한다. 이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인간의 마음은 종잡을 수가 없다. 인간의 마음이 이처럼 의미를 만들고 변덕을 부리는 점을 강조해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같다고 한다. 모든 것이 다 마음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한다.
마음이 이처럼 변덕을 부리며 사물을 지어낸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화엄경》은 다시 그 그림과 부처와 중생이 전혀 다름없이 똑같다고 한다. 여기에 오묘한 뜻이 있다. 예로부터 불교의 각 종파마다 또는 사람마다 이 구절을 다르게 해석해 왔다. 옛날뿐만 아니라 지금도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 달리 해석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서 너무 깊이 들어갈 필요는 없다.
일차적으로 평범한 해석은 우리의 마음은 부처가 될 가능성도 있고 중생이 될 가능성도 있는 중립의 상태에 있는데 마음을 깨치면 부처이고 깨치지 못하면 중생이라는 것이다. 마음을 깨쳤느냐 깨치지 못했느냐에 따라서 이름이 달라질 뿐이다. 마음을 깨쳤느냐 깨치지 못했느냐에 따라서 이름이 달라질 뿐이기 때문에 마음과 부처와 중생이 같다는 해석이다. 마음이 깨치면 부처이고 깨치지 못하면 중생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별 문제가 없다.
그런데 마음을 깨쳤다고 하는 것, 부처라고 하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냐가 문제가 된다. 부처가 된다는 것은 《화엄경》의 가르침과 일치해야하기 때문이다. 번뇌 꽃의 장엄을 화엄으로 보고, 업의 바다를 바로 비로자나부처님의 작품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먼저 불가사의한 중생업의 바다와 마음이 모든 사물을 다 만들어낸다는 말이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업의 바다와 마음을 이어 놓으면 업의 바다는 결국 마음이 지어낸 것이 된다. 마음이 모든 사물에 가치와 의미와 기능을 붙여서 업의 바다가 일어났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면 업의 바다는 결코 실체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비로자나불의 광명이라는 연극 속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ㅡ 죄송합니다만, 내일 또 이어 게시봉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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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 오늘의 부처님 말씀 >
“일체의 인연이 있는 사물을 능히 보시하되
집착이 없고 보시한다는 마음 또한 분별이 없으면 그것이 바로 보시를 念(염)하는 것이다.”
ㅡ 대집허공장보산소문경
< 국화차 그녀 > / 김성자
꽃잎을 띄우자
돌아섰던 가을이 다시 돌아왔다
뜨거운 눈물을 삼킨 그녀가
마른 몸 일으켜
찻잔 위에 노랗게 피어올랐다
지난 늦가을에
유방암에 걸린 그녀가
다시 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찰나의 시간을 살기 위하여
그녀는
뼛속에 땡볕을 품고
깊은 어둠 속에서
미이라가 되어 견뎌야 했다
마른 국화꽃 그녀가
뜨거운 찻잔 속에서
꽃잎으로 되살아 왔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