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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법문」 {이 여름, 정진의 길 위에서 } 지명 대종사 법주사 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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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3건 조회 169회 작성일 25-07-0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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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법문」  이 여름, 정진의 길 위에서


                                              지명 대종사 법주사 조실

 

 

  

속리산 깊은 산중에 초록이 짙어갑니다.

 

나뭇잎 하나에도 수천 겁을 넘긴 생명의 기운이 담겨 있고,

한낮의 매미 울음 속에도 생사윤회의 허망함을 깨우치는 법음이 흐릅니다.


 

어느덧 하안거가 중천에 이르렀고, 들녘에는 여름 별이 맹렬하니, 이 몸이 마음 또한 열기 속에 잠잠히 머물러야 할 때입니다.

더위가 시작되는 7월입니다. 여름의 한가운데로 접어드는 이때,우리 불자님들께는 무엇보다 건강과 신행의 조화가 소중합니다. 기후가 예전 같지 않아 계절마다 병들기 쉬운 몸을 돌보는 일이 신행과 다르지 않습니다.



   몸을 돌보는 것이 곧 마음을 지키는 일이며, 마음을 가다듬는 것이 곧 부처님 가르침에 따르는 길입니다. 자칫 마음이 흐트러지고 몸이 피곤하면, 정진하려는 뜻도 쉽게 시들어버리는 법입니다.  그러하니 여름철에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러나 유연한 생활을 통해 법의 실천을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여는 이들이여,

이 계절의 뜨거움마저도 정진의 한 방편이라 여기시길 바랍니다.

 

더운 날씨에 예불을 미루지 않고, 법문을 놓치지 않고, 작은 인연에도 감사한 마음을 낸다면, 그것이 바로 부처님 법을 삶 가운데 지켜가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한 송이 연꽃은 더러운 진흙 가운데에서 피어납니다.

우리의 일상 또한 때로는 번다하고 때로는 무력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꾸준히 불법을 지켜나가는 자는 반드시 향기로운 과보를 얻으리라 믿습니다.

 

  

특히 법주사 대중 가운데 여름철 결제에 임한 수좌 스님들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봄바람이 골골이 머물던 산중이었건만, 어느새 숲은 짙은 녹음으로 들어찼고, 바람결조차 무거워졌습니다. 


그러나 변함없이 결제 정진에 임한 대중이 있기에 이 도량은 법의 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도량 안팎에는 바위처럼 고요한 앉음이 있고, 새벽마다 목탁 소리에 맞춰

법의 길을 묻는 이들의 걸음이 있습니다.



 우리는 수행자입니다.

수행자란, 남들이 알지 못하는 괴로움도 조용히 삼키고, 때로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한 점 빛을 향해 걸어가는 존재입니다. 여름은 그 자체로 뜨거운 시련이기도 하거니와 수행의 길 위에서는 육체의 피로와 마음의 동요가 동시에 찾아옵니다. 하지만 그러할수록 스스로를 돌아보며 처음 화두를 들었을 때의 그 마음을 되새겨야 합니다.

 

  

화두는 가볍지 않습니다. 입으로만 붙들고 있으면 오히려 중생의 헛소리만 늘어날 뿐

마음속에서 진실하게 타오를 때 비로소 그 의미가 드러납니다.

 

  

다행히도 우리 선가에는 무수한 조사들의 피와 땀이 스며 있습니다. 어떤 이는 바위 밑에서 몇 해를 앉았고, 어떤 이는 생명을 내던져 한 생각을 깨쳤습니다.

그들의 길은 지금 이 도량의 수좌 스님들께로 이어져 있습니다. 

그러니 이 여름의 열기 또한 그 수행의 맥을 더욱 뜨겁게 하리라 믿습니다.


 

무릇 수행이란, 눈앞에 놓인 어려움이 문제가 아니라, 그 어려움을 대하는 나의 자세가 중요합니다.

한 철을 잘 보내려 하지 말고, 한 찰나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찰나찰나에 성실히 임하는 자만이 비로소 세월을 이기고,

수행의 진실에 다가설 수 있습니다.

 

  

화두는 스승도 대신 들지 못하고, 도반도 대신 풀지 못합니다.

오직 스스로의 목숨을 걸고 붙들어야 할 것입니다.

 


  

불자 여러분, 그리고 수좌 대중 여러분.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복잡하고도 빠르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물질은 편리함을 더해가지만, 그만큼 마음은 헛헛해지고, 도리는 흐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우리가 할 일은 더욱 분명합니다.

 

  

중생은 중생의 자리에서, 수행자는 수행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지키는 일이야말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세상에 잇는 가장 확실한 실천입니다.


 

더운 여름이 이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바람 한 점에도 법이 담겨 있듯, 이 여름의 더위 또한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습니다. 세속의 더위는 피할 수 없지만,

 

마음속 열기는 스스로 다스릴 수 있습니다. 한 생각을 돌이켜, 자비의 마음을 내고,

수행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무더위 속에서도 법의 청량함은 우리와 함께할 것입니다.

 


 

속리산 골짜기 깊은 곳에서, 오늘도 한 생각 들고 앉아있는 이가 있습니다.

 

여러분의 정진 또한 이 산의 기운과 더불어, 부처님의 가르침 아래 무르익기를 기원합니다.

거룩한 부처님과 조사 스님들께 귀의하며, 이 여름에도 불자님들과 수좌 대중의

건강과 정진이 두루 원만하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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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속리산 법주사를 참배하셨던 어느 보살님께서

자상하게 찍어 보내 주신

2025년 7월 법주회보입니다.



 

 

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법주회보 法住會報
허허 지명 조실 큰스님의 <이 달의 법문>을 경청하면서

저 범부 중생은

느슨해진 마음과 안일해진 신행 태도를 겸허히 참회합니다.

저는 세속의 열기는 두렵지 않습니다.
오늘 조실스님 법문 경청을 계기로 마음의 열기를 점차로 잘 다스리겠습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법에 귀의합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
                                                          _()_ _()_ _()_

원영님의 댓글

원영 작성일

체로키  인디언의  축원  기도

  하늘의  따뜻한  바람이
  그대  집  위로  부드럽게  일기를.
  위대한  산이  그  집에
  들어가는  모든  이들을  축복하기를.
  그대의  모카신  신발이
  눈  위에  여기저기  행복한
  흔적  남기기를.
  그리고  그대  어깨  위로
  늘  무지개  뜨기를.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석원영 보살님!

저도 옛적에
체로키 인디언 축원 기도 읽은 적 있지요.

보살님 덕분에 아주 감동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소중한 댓글 항상 늘 감사드립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윤병예 합장